- tampo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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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2. 신화 --- 끝나지 않은 길 (TheUnending Journey |
1. 천복 발견-그윽한 행복감
(몇 장의 이미지들)2. 대극(맞섬)-그곳에서 한판 뜨다(분노의 까르마)
3. 자각(깨다) -깨달음의 생명수를 마시다(경외와 순종)
4. 신화만들기-웅녀의 변신이야기(나의 신화 제의)
* * *
그곳에서 한 판 뜨다
*
아름다운 것은 끌린다.
시공을 초월한 완벽한 아름다움의 극치, 타지마할!
왕비 뭄타즈 마할의 죽음을 애도하며 22년 동안이나 그 무덤을 지었다는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1592~1666)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인도 이슬람 예술의 걸작품이다.
내가 몇 장의 타지마할 사진을 보고 동공이 풀리며 눈맞춤 한 이유는 이러하다.
나는 아름다운 것, 평화로운 것, 완벽한 조화를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색채도 샤갈의 그림처럼 햇빛을 듬뿍 머금은 찬찬한 떨림이 있는 빛깔이 좋다. 시공간의 구성과 색채에 민감성을 지닌 나는 타지마할의 완벽한 아름다움이 담긴 사진 한장에 무의식적 내면의 반응이 일어난 것이었다. 내 안에 움틀거리는 미술적 재능이 '나를 실현 시켜라'하며 발버둥을 쳤던 것이다.
순백색의 대리석으로 지어진 타지마할.
세상의 화가들이 모두 선호하는 하얀 캠퍼스처럼, 태양의 각도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빛깔을 달리하는 마술을 펼쳐놓는다. 나는 그 색채와 공간미에 미쳐, 20년 전 중학생 때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인도 아고라 남쪽 자무나 강가에 위치한 타지마할을 향해 달려갔다.
**
그런데, 가장 행복한 것은 가장 불행(?)한 것과 맞붙어 있다고 했던가?
그곳에서 내 안의 예술성(천복)의 씨앗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도 전에, 타지마할 그 아름다운 내 짝사랑의 장소에서
내 삶의 대극, 맞섬을 경험하는 또다른 웃지 못할 사건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 이제 붉은 사암으로 된 아치형 정문만 통과하면 드디어 넓은 뜰이 나오고 뜰 중앙에는 수로 흐르며
무굴제국 특유의 확 트인 정원이 펼쳐지겠지? 그리고 약 300미터만 걸어가면..... 타지마할 건축을 볼 수 있어.....’
나는 6살 난 딸아이의 손을 꼭 잡고, 또 한 손에는 '16미리 영상 캠코더'를 들고 타지마할 아치형 정문에 입장권을 들고 서 있었다. 내 눈으로 다 못 담는 풍경은 캠코더로 담고 싶었다. 간절히 와보고 싶었던 이곳을 딸아이와 함께 온 행복의 순간을 모두모두 담아내어 간직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작은 크기의 개인용 캠코더는 가지고 들어갈 수 있지만, 16미리 캠코더는 ‘방송용’이라 사전 허락 없이는 촬영 불가라고 하였다. 내 카메라는 크기는 컸지만 분명 나에게는 개인용 켐코더였다.
‘아니 이런...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어이가 없었다. 내가 방송촬영을 위해 여행 온 것도 아니고 딸 아이와 여행을 위해 조금 (?) 큰 카메라를 들고 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곳 안내원의 입장은 분명했다.
‘절대 불가’
나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사회적 성취에 몰두하는 편이 있었다. 나는 ‘내가 원하면 그 무엇이든 시도한다. 안 되는 것 없다(?)’는 정신으로 모든 일들을 추진하는 편이었다. 더구나 인도 땅에 와서 외화를 쓰고 여행하는 나는 외국관광객으로서 그들에게 '고객'임에 분명했다. 그래서 간절하게 설득하면 '당연히' 통과시켜 줄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MR. 안내원 아저씨, 나는 한국에서 여기 오려고 20년을 기다렸어요. 그리고 애 데리고 거의 하루 종일을 비행기 타고 날아 왔어요. 델리에 내려서 또 기차 타고 5 시간 넘게 걸려 여기까지 왔어요.’
나는 간절하고 힘들게 왔다는 절박한 심정을 눈빛에 담아 짧은 영어로 please를 반복하였다. 그런데 돌아오는 인도 안내원의 반응은 그저 차분하기만 했다. 몇 번을 절박하게 반복하여 부탁하였는데 돌아오는 반응은 똑같았다.
“Sorry.”
약 30분가량을 실랑이를 벌이다가 나는 ‘설움’이 복받쳤다.
그리고 그 설움은 ‘어찌 외국 관광객에서 그럴 수 있느냐’는 ‘분노’로 이어져 인도인 안내원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도인 안내원은 나를 그냥 바라만 볼 뿐, 아무런 감정 동요가 없었다. 내 분노와 간절함에 반응하지 않는 안내원을 보니 나는 더욱 더 화가 났다. 더 놀라웠던 것은 나를 지켜보던 인도 관광객들도 아무런 감정 동요가 없었다.
만일 그곳이 한국의 부산쯤이었더라면,
"아이고, 안내원 양반... 그냥 좀 입장 시켜주소.. 보아야니 외국에서 비행기 오래 타고 애까지 데리고 우리 나라에 여행 왔구만... 외국인 한테 그러면 안 되지요.. 그냥 카메라 들고 들어가게 해 주소.."
라고 한 말 거드는 인정많은(?) 관광객 아저씨 한 두 명 쯤은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는 참으로 놀라웠다.
한 치의 융통성(?)이 없는 것인지 그들의 마음자리가 고요한 것인지 그 누구도 나를 보며 '안 되었다(?)'는 반응이 없었다.
'이런 젠장.... 인정머리가 없는 사람들...'
나는 좀 더 높은 관리자를 만나보았지만, 그 역시 말이 안 통하였다.
늘 들끓고 살았던 한국인으로서 나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낯설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드디어 나는 타지마할 입장 매표소 앞에서 내 분에 골골골 넘어가며 눈물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평소의 나를 생각해보면 절대 울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 빨려들어가듯 설움의 감정이 밀려왔고 분노를 제어하지 못한 채 내 눈물샘의 빗장이 확 풀려 버린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인도인들은 원숭이 보듯 쳐다보았다. 내가 우니까 딸 아이도 놀라서 따라 울었다.
남의 나라의 신성한 문화유산 앞에서, 나는 '반 '미친년'이 되어 있었다.
거의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질서를 따르는 인도인들 앞에서 말이다.
***
아름다운 타지마할 앞에서
나는 내 감정 하나 다루지 못하는 추한(?) 모습으로 서있었단 말인가?
그것도 애미로서
6살 난 딸아이 손을 꼬옥 잡은 채...??
“오 마이 갓!” (계속)
2013.6.10. 서은경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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