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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h! 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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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7일 11시 15분 등록

                     번데기의 화려한 변신                   

 

육체는 죽어 없어지지만,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을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르고 싶다.

 나도 불사를 얻어서 영혼의 날개를 달고 사람들 가슴속에서 빛나는 별이고 싶다.

-오비디우스-

 

내가 처음으로 시간과 공간을 경험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존재하던 존재하지 않던 시간과 공간은 존재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같은 시간대에 나 이외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기억하기로는 여섯 일곱 살쯤이었다. 나는 시골 외가집에서 자랐다. 내가 1남 3녀중 막내이고, 부모님은 맞벌이로 나를 돌볼 형편이 안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보다 외가집의 외할머니, 이모들, 삼촌들에게 더 많은 정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시골에서 혼자 있는 시간들. 특히 그곳은 감나무와 복숭아 나무가 많았다.

 

뒷마당에 있는 앵두나무 아래서 나는 앵두를 따고 있었다. 따면서 먹고 나머지는 바구니에 담았다. 앵두를 따다가 나는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겉은 하얗고 새끼 손가락만한 동그란 끝의 구멍에서 뭔가 꼼틀꼼틀하고 있었다. 가만히 다가갔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 돼지가 꿀꿀거리는 소리, 소가 음-매 하고 우는 소리, 닭이 알 낳고 꼬꼬댁 하는 소리도 나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세상에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꼬치에서 나비가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조그만 무언가 나오더니 하얀 나비가 햇빛 비치는 눈부신 하늘을 날아다녔다. 환상적이고 신비한 순간이었다. 앵두나무 사이로 비치는 그 순간의 햇빛은 평상시의 빛이 아니었다. 천상에서 음악이 들리고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천사가 노래하는 순간을 경험했다.

 

잎이 무성한 감나무, 앵두나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나비를 이리저리 쫒아 다녔다. 날라다니는 나비를 보면서 ‘나비는 어떻게 푸른 하늘을 날아다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나비가 내 앞에서 멀리 날아갔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스쳤다. ‘나비가 내 앞에서 사라진다 해도 저 나비가 존재할까?’ 내가 나비를 보지 못한다 해도 , 나비가 날아간 곳까지 내가 못간다 하여 나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여태껏 나는 나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내가 볼 수 없다 하여 나비가 혹은 다른 사물이나 생물들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또 한가지 예는, 외할머니가 장날에 장을 가시고 안계실 때, 나는 감나무 아래에서 외할머니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또 다른 생각이 스쳐갔다. 내 눈앞에 외할머니가 없다 하여, 외할머니는 아무일도 안하시는 것이 아니었다. 좀 엄밀히 말하자면, 같은 시간대에 다른 공간에서는 항상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감나무 아래에서 풀과 꽃들을 보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상했다. 그날 하늘이 그렇게 이상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어린 내 가슴에 무언가에 대한 수수께끼가 생기게 되었다. 아마도 한달 정도 고민했던거 같다. 나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던 것들이 갑자기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은 시간대에 다른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게 신기하게 다가왔다. 어린 마음에 그런 발견은 나를 환희에 놓게 했고, 세상의 진리를 깨달았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애벌레는 자신을 키우고 살았던 꼬치집을 버린 결과, 자유를 얻는 화려한 나비로 변신했다. 속박을 자유로, 갑갑한 꼬치집에서 탈피하여 자유로이 날 수 있는 하늘과 땅, 꽃과 풀들이 흐드러진 벌판이 나비의 집이 되었다. 과거의 애벌레로 나를 묶어두었던 무언가를 버려야 할 게다. 무언가를 버려야 새롭게 거듭 태어나는 나비로 변신할 것이다.

 

내가 보았던 나비는 그날 애벌레에서 새로운 변신과 변형, 변성의 단계를 거쳐 변역을 하고 있었다. 애벌레는 원래 자기가 아니었다. 나비가 원래의 자신이었다. 나도 변신, 변형, 변성을 거쳐 변역을 하고 싶다. 내 속에 수많은 광맥이 숨어있을게다. 나비가 될 원소元素가 있을거다. 내 속에 있는 것을 스위치 온 switch on 시키기 위해 시도하고 경험하고 깨달아가면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것이 내 삶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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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7 16:35:01 *.1.160.49

예닐곱살 나이에 그런 심오한 깨달음을~!! 

 

타고난 성찰자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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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7 19:22:38 *.62.164.20
와~ 그런 기억을 지금껏 간직하고 계신 것도 놀랍습니다. 한달씩 고민하셨다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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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8 10:17:52 *.91.142.58

언니,

 

언니 안에 숨겨져있는 모든 것들을 스위치 온 시켜서

꼭 광맥을 찾아내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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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9 08:59:00 *.46.178.46

구본형 선생님을 알고나서, 한동안 전 나비가 되고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고치에서 나비가 나오는 장면조차 가져본적이 없네요......

글 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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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9 11:54:14 *.58.97.136
아프로디테, 그대의 어린시절 사진이 보고시퍼~~~ ^^
어린시절 자연관찰할 시간적 여유와 몰입의 경험,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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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5 07:11:33 *.138.53.28

전 중학교에 가서야 이런 물음을 가졌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뭔가 개인적으로 통하는 게 많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우린 패밀리니까요. ㅎㅎ

앞으로 자주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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