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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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를 할때면 나는 자유 그 자체입니다. 2013.07.15
에드가드가의 <스타, 발레리나> 그림을 볼때마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이 떠오른다.
대한민국 CEO 100명에게 뉴욕행 10여시간이 넘는 비행에 함께 동행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18%를 차지한 사람이 바로 발레리나 강수진이다.
그림속의 발레리나는 백조처럼 두 팔을 양쪽으로 들어올리며, 몰아의 경지에 있는 듯한 분위기.
자신이 발레리나라는 것을 잊고 진짜 백조처럼 무대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언젠가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에 강수진이 tv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았다.
키도 170cm가 넘어보이고 머리를 뒤로 올린머리가 사슴처럼 긴 목에 잘 어울렸다.
아름다웠고 기품있어 보였다. 지젤에 나오는 하얀 백조같은 분위기였다.
'저토록 아름다운 여인이 발레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이면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연습을 하는 발레리나를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
뼈가 틀어지고 피멍이 든 못생긴 발은 강수진씨의 트레이드마크다.
강수진은 장장 20여년이 넘게 매일 피나는 연습을 했다.
말 그대로 밥만 먹고, 화장실 가는 일 외에 오로지 자신의 몸으로 맡은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아니 언젠가는 역할을 맡을 것을 대비해 눈물나고 피나는 연습을 꿋끗히 고독한 시간을 홀로 견뎌냈으리라.
사람이 성장할려면 홀로이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는 말처럼.
강수진은 홀로 그 많은 시간인 고독한 시간을 즐겼다.
혼자만의 시간속에서 언젠가 있을 화려한 무대위의 몸짓을 위해 연습을 삶의 과정으로 여겼다.
남들이 2~3주동안 신는 토슈즈를 하루에 4켤레를 갈아 신을 정도로 매일 19시간의 피나는 연습으로 땀과 눈물을 흘렸다.
강수진의 발을 보면 발톱이 갈라졌고 벌어졌고 피멍이 들어 빨갛다 못해 파랗고 새까많게 멍들고 곪아 있었다.
발레를 하면서 항상 저는 자유를 느껴요
인터뷰: 반복되는 일상 때문에 탈출하고 싶고 일탈하고 싶고 자유를 꿈꾸는데
어떻게 20여년이 넘게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었느냐?
강수진: 남들이 보기에 심심한 생활이지만,저는 한번도 심심하게 느낀 적이 없어요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한번도 똑같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면 벌써 그만 뒀어야 줘.
그래서 아직까지는 이 생활을 사랑하고
만약 그런 생활을 즐기고 사랑하지 않았다면 자기가 심심해서 못해요.
발레를 하면서 항상 저는 자유로워요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계에 오는 거고
매 작품 속에서 내 세상을 가질수 있고
발레를 할때면 다른 누구보다 자유를 즐길 수 있기에
굳이 바깥세상에서 자유를 찾을 필요가 없죠."
강수진씨가 처음부터 발레를 즐기고 사랑하고 잘했던가.
결코 아니다. 언어, 문화, 음식, 실력차이가 많은 스위스에서 중학교 1학년생은
유학간지 한달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다.
특히나 고전무용을 하다가 발레 선생님이 좋아서 발레를 늦게 시작한 강수진이다.
그녀는 낯선 이국땅에서 어렸을때부터 발레만 해온 아이들과는 실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늘과 땅차이였다.
언어도 통하지 않은 강수진은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온갖 몸짓 손짓을 해가면 울면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바로 그때, 그 어떤 선물보다도 소중했던 말 한마디 '내가 너를 도와주겠다'며
교장선생님이 진심으로 강수진을 꼬옥 보듬아 주었다.
그때부터, 강수진은 11시 모두가 잠든 무렵, 다시 일어나 연습실로 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왕궁 불빛에 의존해 밤새 연습했다,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쓰러지고 다시 턴하고를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그러면서 한단계 한단계 어제의 자신보다 좀 더 나아진 자신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발레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연습의 결과, 하면 된다. 땀이 흘리고 눈물 흘리고 나면 자신이 발전되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발가락이 피멍이 들어, 생고기를 붙여가며 자신의 전 존재를 던져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완벽해질때까지 연습했다.
두려움이었던 발레가 어느 순간 자신의 일부가 되면서 그 발레로 인해 자유를 찾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할때 가장 자유를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처음 모든것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연습하고 사랑할때 두려워하던 그것은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인 전부가 될 수 있다.
독창성이 그 사람을 나타낸다
인터뷰: 나이 드는 게 정말 행복합니까?
강수진 :그럼요. 더 배우고 그만큼 현명해지니까요. 하루를 100% 안 살아본 날이 드므니까요
가끔 ‘나는 할 만큼 했는데 왜 안 되는 걸까?’ 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그 때 나는 ‘과연 저 사람이 최선을 다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80% 정도 하고 나머지 20%는 자신과 적당히 타협하는 것 같아요.
만약 그 사람이 자신으로서는 최선을 다하였다면 그 어떤 결과가 나왔더라도
그 결과에 승복하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봐요....
똑 같은 것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요즈음은 교육 시스템이 좋기 때문에 학생들이 테크닉은 너무나 잘 배웁니다.
하지만 그 기초 위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었을 때만이 비로소 예술이 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현란하게 빠르게 도는 무용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그가 5분간 계속 빠르게 돌기만 한다면 더 이상 감동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만의 독창성이죠.독창성 말이예요.
발레를 하는 사람이 강수진씨분이겠는가.
세상에는 수많은 발레리나들이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독창성으로 인해 한사람 한사람이 빛난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들이 있지만, 또한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독창성과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 사람은 그 분야에서 빛나는 존재가 될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
인터뷰: 살아오는 동안 자신이 가장 기특했던 적은 언제인가요?
강수진: 발레가 힘들 때 포기 안 하고 계속한 거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포기를 하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요.
굉장히 힘들 때 포기하지 않은게 도움이 많이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배울 수 있었어요.
짧은 삶을 살면서 포기를 하는 건 마이너스밖에 안 될 거예요.
인터뷰: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강수진: 인내심. 그리고 누가 그랬지? 소크라테스가 그랬나? 자기 자신을 알라.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자기도 알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알려고 노력하면 너무 힘들 거예요.
제가 조그만 아이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연습을 한 것은 최고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였어요.
하루하루 조금의 발전을 보이는 게 재미있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얘기하는 저는 변했을 수 있겠지만 저와 제가 생각하는 발레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었어요.
매일매일 발전하는 저를 바라보는 게 재밌고, 그런 저를 사랑해요.
사람들은 무대위의 화려함만 보면서 꿈을 꾼다.
한 아름다운 소녀가 저토록 백조같은 몸짓을 하기 위한 손 발의 움직임을 수백번,
아니 수천 수만번의 같은 동작을 연습하고 반복했다는 것을 상상해보라,
그 아름다운 몸짓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닌 커텐 뒤에 가려진 무대 뒤에 가려진 수만번의 반복된 동작의 연습이 있었으리라.
금강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고니의 물 속 발이 쉴 새 없이 움직이듯
백조보다 더 환상적인 사람 백조 프리마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도 성할 날이 없었다.
아픈 것은 무용수 생활의 일부분이다
"아파도 일어나면 매일 매일 몸이 아파요.
그런데 어느날 몸이 아프지 않으면
제 스스로 저를 꾸찢고 반성하게 돼요
아픈 것도 무용수 생활의 일부분이죠.
무용수가 아픔을 자기 친구처럼 여기지 않으면 무용을 못해요 -강수진-
"삶은 세상이라는 무대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라고 한다.
아픈 것이 발레리나 생활의 일부라고 여긴다면,
그림 속의 발레리나를 볼때만다, 삶의 무대위에서 내 자신을 표현가기 위해
나는 오늘도 무엇을 생활의 일부로 여기고 껴안고 살아가나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