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로
- 조회 수 5104
- 댓글 수 3
- 추천 수 0
나의 직업 나의 미래 version 4.6
아침까지만 해도 식사를 잘 하시던 아버님께서 갑자기 의식을 놓으시는 듯 했다. 헛 말씀도 하시고 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신다. 급하게 담당 의사를 찾았으나 그 역시 지켜볼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했다.
이번 고비만 넘기면 퇴원해도 된다고 했는데 ... 아! 아버지.
집안과 가문건사, 자식걱정에 평생을 쏟으셨던 아버지는 내 품에 안겨 올 해 초 어머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셨다.
그렇게 마흔 네 살에 고아가 되어버린 나는 한순간에 부모님의 걱정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자식의 위치에서 어린 자식을 걱정해야 하는 부모의 입장으로 탈바꿈해야 했다.
어디 그뿐이랴. 당장 눈앞에 나만 바라보고 있는 식당 직원들부터 지역에서 주어진 일들 속에서 하던 공부도 마저 해야 했다. 가끔 새벽녘에 눈이 뜨면 다시 잠이 들지 못하는 중늙은이의 모습에 스스로 놀랄 때도 있었다.
마흔의 강을 건널 때 미처 챙기지 못했던 꿈 보따리를 찾아 나서면서 적기 시작한 일기가 4년이 지났다. 두 달마다 내 삶을 되돌아보고 그때 꾸었던 10년의 미래가 현실로 만들어지기 위한 지난한 여정이 반환점을 돌아가려 하고 있다.
그 꿈을 다시 살펴 보았다. 하루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변경연 연구원이 되어 공부하며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하여 빛나는 내 직업의 비전을 찾아내는 등의 꿈들이 얼마만큼 이뤄졌는지 또 어느 정도 진척이 되고 있는지 말이다.
아직까지도 여행을 떠나지도 못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이미 여행을 끝내고 느긋하게 몸을 푸는 꿈도 있다. 삶의 무게에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과의 투쟁에서 매일 조금씩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드는 기나긴 여정에서 때론 엉뚱한 곳에 혼자 헤매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와 낮에 꾸는 꿈을 10년 후 이미 만들어진 과거를 찾아간다.
1. SEMBA
경영학 전반을 산책하고 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시작했던 경영대학원 공부는 좌절과 후회 속에서 시작해 절망과 포기의 늪으로 자신을 몰아넣었다. 봐도 봐도 이해하지 못할 통계와 재무회계와 같은 경영학의 기초학문들이 스무살 젊은 시절을 헛되이 보냈음을 질타했다.
그래도 한번 시작했으면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오기 하나로 2년을 버텼다. 입학하던 날 자신을 시험하겠다며 도전했던 울트라마라톤에서부터 매 주 금, 토요일을 공부하는 것 하며, 레포트 하나 내기 위해 밤새 책과 씨름하며 보낸 기억도 새롭다. 난생 처음 겪은 영어로 하는 수업은 인내를 시험하는 듯 했다.
그래도 거꾸로 매달아도 간다는 국방부 시계처럼 시간은 흘러 졸업을 하게 되었다. 고작 식당이나 하던 내가 경영학 석사가 된 것이다.
힘들었지만 행복했고 고생했지만 보람 있었던 시간이었다. 연구원 과정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2. 한정식 마실(www.masilfood.com)
작년 겨울 화재사고 이후 한동안 침체기에 머물러 있었다. 연말 반짝 경기 이후 연초 장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그 전해에 비교해서도 영 실적이 시원찮았다.
게다가 유가와 물가가 동시에 오르기 시작해 원가부담도 적잖은 짐이 되기 시작했다. 세상에 짜장면과 김밥 값이 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러던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거꾸로 마케팅’이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다들 오르는데 우리만 내려 보자. 그래도 전 메뉴를 다 내리면 안 되니까 평일 점심만 주부고객들이 좋아하는 가격대로 내리자는 그런 아이디어였다. 일주일간 테스트를 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계속하기로 했다.
폭팔적인 반응과 함께 어느 틈엔가 요식업계에서 ‘외식마케팅’하면 거론되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조류독감, 광우병파동 등의 외풍에도 불구하고 시도했던 몇 가지 판촉들이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이다.
드디어 12월 마실은 3가지 기록을 세웠다. 금융위기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일일 매출, 일일 방문고객 숫자, 월간 매출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한정식과 나는 궁합이 잘 맞나보다. 고깃집을 할 때에는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는 것 뿐 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고객을 리드하고 상품력으로 손님을 끌어당길 수 있다. 한마디로 흐름이 보인다.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처럼 ‘손님이 줄을 서게 하고, 그 서비스와 맛을 특화 시키는 최고의 품질을 가진 원본’ 즉 시장에서의 성공 모델 바로 차별적 원본을 만들었다.
자만의 표현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오늘 나의 심정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다.
3. 마실 프랜차이즈
[이미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되어 이를 replication 하고 싶을 때 표준화가 필요하다.
예를들어 한쿡이나 놀부 보쌈등의 경우는 서비스와 음식맛 그리고 품질을 표준화 하고 싶어한다. 사회적 개혁물로서의 표준 모델을 re-copy 하고 싶은 것이다. '한국 음식의 맥도날드화' 처럼 표준 레서피와 프로세스를 언제 어디서나 동일하게 만들고 싶은 경우 표준화는 필요하다. 물론 프랜차이즈를 원하는 경우도 표준화가 필요하다.
완성되지 않은 맛과 서비스와 프로세스를 표준화 한다는 것은 원본이 부실한 카피와 같다. 먼저 최고의 품질을 가진 원본을 확보하라. 차별적 원본, 즉 시장에서의 성공 모델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서 이 모델을 카피하고자 할 때 표준화가 필요하다. 표준화란 늘 표준화의 모델이 먼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먼저 최고의 차별적 모델을 만들어라. 부실한 상태에서 프랜차이즈 하지마라. 부실의 양산이 초래된다. back to basics ! 이것이 구호다.]
2년 전 마실을 프랜차이즈하고 싶다고 했을 때 선생님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다. 그 후로 2년 동안 기본에 충실하려 노력했고 누군가 마실이 필요할 때 바로 셋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고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마실 청주점이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고기음식점을 한정식전문점으로 탈바꿈하면서 고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시간이 더 지나야 되겠지만 청주지역에서 최고의 한정식전문점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내가 할 일이고 그렇게 만들고 싶다.
선릉역 부근에도 조만간 2호점이 오픈할 예정이며 2009년에 모두 5개의 가맹점을 오픈하는 것이 목표다. 각기 다른 지역에 기본기를 갖춘 경쟁력으로 향후 100호점의 마실프랜차이즈 선봉장이 될 것이다.
4. 맛있는 창업(www.jumpo119.biz)
우연한 기회에 만난 ‘맛있는 창업’의 이경태소장과 의기투합해 함께 외식컨설팅회사를 운영하게 되었다. 이 소장은 외식업계에서 유일하게 6권의 책을 쓴 분이다.
본격적으로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서 마실을 경험과 대학원 공부를 토대로 외식마케팅쪽으로 특화시키면서 몇 번의 강의와 교육을 통해 외식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한일고기음식점연구회’, ‘외식산업마케팅연구회’, 세리의 ‘외식창업포럼’ 등에 고정필진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맛있는 창업은 외식경영작가가 되려하는 사이버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다. 외식컨설팅쪽은 나와 잘 맞지 않는다. 나의 장점은 실전에서의 전투력과 글로서 외화되는 작가로서의 경쟁력에 있다고 본다.
연구원들 중에서도 글 솜씨가 가장 떨어지는 축에 속하지만 외식업계에서는 워낙 이런 분들이 없어 상대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다.
5. 가족
아내는 여전히 어깨가 많이 아프다. 여러 병원을 다녀보았지만 별 차도가 없다. 요즘은 체형교정원에 다니는데 조금 낫다고 한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큰 아이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합격했다. 아직 천안은 평준화지역이 아니어서 성적순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한다. 다행히 집에서 가까운 곳에 특별전형으로 붙어 아빠를 기쁘게 해 주었다. 내가 벌써 고등학생 학부모라니... 이렇게 나이가 드나보다.
작은 아이도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간다. 여자애라서 그런지 유난히도 꾸미고 가꾸는 것을 좋아한다. 어떨 때는 원하는 것을 맞춰주지 못해 아빠로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이렇게 커나가는 것을 바라볼라치면 왜 가족이 소중한지를 절로 알게 된다.
자주 어울려주지 못했지만 별 탈 없이 자라주는 아이들이 너무 고맙다.
새해에는 여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
6. 두 번째 책
첫 책을 출간한 다음 당연히 두 번째 책을 쓰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했고 원고가 8월말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계약한 출판사에 넘겼다.
그러나 아직도 원고를 수정하고 있다. 봐도 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잘 썼다 싶으면 영락없이 누군가의 글을 베낀 느낌이다. 거칠고 투박하다 싶으면 글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 같다. 2년차 징크스인가?
편안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이왕 늦은 것 좀 더 차분하게 정리해봐야지. 매 년 한권씩의 책을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떨어지는 것을 세상에 보일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내년 봄 어느 시절에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7. 배드민턴
2008년 나의 최대 화두는 배드민턴이다. 매일 조금씩 책을 읽지 못한 대신 매일, 자주, 오랫동안 배드민턴에 빠져들었다.
코트을 오가는 셔틀의 묘미는 강렬한 사랑의 여운만큼이나 짜릿하고 중독성이 강하다.
5월 이후 거의 매일 배드민턴을 치러 다녔고 아직도 초보딱지를 떼지 못했지만 남들에게 영 떨어진다는 소리는 듣지 않게 될 정도 수준은 갖추게 되었다.
좋은 사람들도 만나 모임도 같이하면서 평생 할 운동을 하나 더 배웠다.
어쩌면 글과 공부를 게을리 했다면 그 주범은 당연히 배드민턴일 것이다.
새해에 운동을 해보겠다는 계획을 가진 분이 있다면 다른 운동도 좋지만 먼저 배드민턴에 입문해보시길 권한다. 그만큼 사람을 유혹할 수 있는 운동이다.
8. 독서
매일 책을 보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일과 운동을 핑계로 책을 멀리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며 술로 책을 대신한 적도 많았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따름이다.
어쩌면 두 번째 책 원고가 마음대로 탈고되지 못한 것도 읽고 쓰기를 게을리 한 결과가 아닐까?
외식경영작가의 꿈을 가지고 외식마케팅이란 분야를 전공하겠다는 계획이 생각만큼 진척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다시 도전해 보려 한다.
마케팅관련 서적을 중심으로 인문학, 경영학, 교양서(과학, 역사 중심의)를 읽으면서 정리해보고 싶다. 말뿐인 한 해를 반성하며 내년에는 좀 더 짜임새 있는 독서계획을 세워야겠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92 | [22기] 현원의 10대 풍광 [9] | 김가은 | 2009.02.21 | 5585 |
291 | [22기] 하늘걸음의 10대풍광 Ver 0.9 [12] | 하늘걸음 | 2009.02.17 | 5563 |
290 |
[22기] 10대 풍광 ver 1.0 ![]() | 서효 민진홍 | 2009.02.17 | 5460 |
289 | [22기] 나의 10대 풍관 Ver 1.0 [3] | 강성찬 | 2009.02.16 | 5296 |
288 | 나의 풍광 VER 1.0 [11] | 박상배 | 2009.02.15 | 4810 |
287 | 아름다운 길 연구가의 10대 풍광(ver 1.0) | 아름다운 길 연구가 | 2009.01.29 | 5609 |
286 | [21기] 10대 풍광 ver 1.2 [5] | 지해 | 2009.01.17 | 4858 |
285 |
10년 후, 10대 뉴스 ![]() | 성파 김주한 | 2009.01.06 | 5262 |
284 | 10대풍광 ver1.2 [5] | 이병일 | 2009.01.02 | 4992 |
» | 나의 직업 나의 미래 version 4.6 [3] | 자로 | 2008.12.31 | 5104 |
282 |
10대 풍광 ( ver 1.0) ![]() | 신지인 | 2008.12.29 | 5066 |
281 | 10대 풍광 [4] | ANNE | 2008.12.28 | 4244 |
280 | 10대 풍광 [2] | 효은 | 2008.12.28 | 4341 |
279 | 10대 풍광 [11] | 해운 좌경숙 | 2008.12.27 | 4607 |
278 | [21기] 나의 10대 풍광 [3] | 노고산방 | 2008.12.27 | 4564 |
277 | [21기] 나의 10대 풍광( 크리스마스 ver 1.0 ) [5] | 조양연 | 2008.12.27 | 4560 |
276 | 나의 10대 풍광 ver.1 [5] | 賢山 | 2008.12.27 | 3861 |
275 | 나의 10대 풍광 (꿈벗 21기) [8] | 수희향 | 2008.12.27 | 4299 |
274 | 2018년 12월의 10대 풍광 v1.0 [4] | 지해 | 2008.12.27 | 3828 |
273 | 산을 둘러보는 몇 가지 방법들 [5] | 진진 | 2008.12.18 | 4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