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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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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8일 11시 46분 등록

과수원은 살림집에서 백여미터 떨어진 산밑에 있었습니다. 전화 한 통화면 거실까지 배달이 되는 요즘이지만 이 집 사과와의 첫 만남은 오프라인에서 였습니다. 문경에 갔던 길에 사과나 사 가지고 가자고 하던 지인을 따라 갔었으니까요. 그 후 몇 번 직접 사과를 사가지고 온 적은 있었지만 과수원에 들른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불러준 주소를 네비에 찍고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길이 없는 곳에 목적지 표시가 보입니다. 차 한대가 지나다닐 정도의 길이 사과농장 사이로 나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언덕을 오르다 보니 커다란 나무에 달린 빨간 보석들이 보입니다. 더 이상 길이 없어 그냥 차를 세웠습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곳으로 갔습니다. 농장사장님과 사모님 아들 며느리 그리고 일하는 사람 몇몇이 사과를 따고 있었습니다. 유난히 빨간 사과가 아주 많이 달린 커다란 나무는 늙어 보입니다. 지지대를 세워놓았습니다. 지지대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것과는 별개로 사과알이 아주 많이 달려있습니다.

 

하늘이 열린 날 아버지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문경 팔영리, 주흘산이 내려다보는 마을에 있는 과수원에 들렀습니다. “사과는 일교차가 많은 곳이 맛있어.” 하시던 분의 안내로 찾았던 곳입니다. 6년 전부터 이곳 사과에 맛이 들려 다른 집 사과는 평가절하하는 못된 버릇이 생겼습니다.  사장님! 지금 제가 상주에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사과를 사가지고 가고 싶은데 집에 계세요?” 점심을 시켜놓고 전화를 넣었더니 오후 3-4시에오면 좋은 구경이 있어요. 그 시간에 농장으로 바로 오세요하신다.

 

 이 나무가 홍옥나무인가요?” “, 홍옥입니다. 지금이 홍옥 수확철이지요. 이걸 보라고 농장으로 직접 오라고 했습니다. 예쁘지요? 사진 찍으세요.” 사장님의 말이 떨어지기 전에 이미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푸른 하늘에 높이 솟은 나무가 품은 빨간 보석들을 보고 있자니 몸도 빨갛게 달아 오릅니다. 앉아서 찍고 옆에서 찍고 쪼그리고 찍고 사과나무 그늘에 들어가서 찍고 어디를 들이대도 그림입니다. 빨강홍옥과 푸른 하늘이 잘 어우러져 온통 세상이 반짝거립니다. 오랜 만의 나들이에 시어머니는 손자와 함께 여기 저기 떨어진 사과를 줍느라 분주합니다. “이 나무는 몇 살이나 먹었어요?” “30살 정도 됩니다.” 홍옥이 30살이 되어도 이렇게 많은 열매를 맺는구나. 지금이 한창때인가 봅니다. “몇 살까지나 살아요?” “사람하고 똑 같지요. 잘 먹이고 잘 가꾸면 앞으로 20년 정도는 더 살 겁니다

 

사람의 수명을 가정한다면 사과나무의 나이는 60세 정도입니다. 비슷한 나이 사람의 생산성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사과나무와 사람의 나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감안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해보는 말입니다. 홍옥나무는 키가 크고 가지가 늘어지기 쉽고 탄저병, 열매 검은병, 갈색무늬병, 저장 중 고두병에 약하다고 합니다. 사다리를 이용하여 일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젊은이가 사라진 농촌에서 키우기 힘든 종류라고도 하네요. 내가 찾은 농장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집입니다. 아버지도 그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다가 물려받았다고 하십니다. 농촌에서 부러워하는 시스템을 갖춘 셈이지요.

 

이곳 사과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느 해인가 추석입니다. 지인에게 줄 추석선물을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장님! 올해 사과는 어때요?” “올해는 사과선물 하지 마세요. 아직 맛이 별로이고 가격도 착하지 않아요. 추석이 지나고 좀 있어야 맛이 들 것 같습니다.” 그 해 나는 추석선물을 하지 않았습니다. 영업을 하는 사람이 제때에 선물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내하는 일입니다. 늘 해오던 선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받는 사람도 기대수준이 있으니 기다릴 것을 모르지 않지만 명절을 그냥 보냈습니다. 한가위가 지나고 15일정도 후에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은 어때요? 사과 맛이 아주 좋아졌어요. 가격도 많이 내렸구요.” 저는 수십박스의 사과를 주문했습니다. 편지도 적었습니다.

 

색지에 추석선물을 생략하고 지금 사과를 보내는 이유를 말입니다. 편지를 출력하여 농장 사장님께 보냈습니다. 사과포장 할 때 꼭 넣어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습니다. “..구겨지지 않게 잘 넣어 보내드리겠습니다.” “사장님! 특별히 예쁘고 맛난 걸로 보내주셔야 합니다.” 이렇게 보낸 사과는 제가 좋아하는 고객과 지인들에게 잊지 못할 사과 맛을 선물해 줍니다. 당연히 그 효과는 몇 배로 나타납니다. 돈으로 답을 해주는 센스 있는 고객도 있고 마음으로 답을 전하는 따뜻한 분들도 있지요. 사과의 재 구매가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세일즈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눈에 보이는 물건을 파는 사람도 있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파는 사람도 있습니다. 꼭 돈을 주고 받아야 세일즈는 아니지요.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 경우도 있고 마음의 위안으로 그 보상을 대신하기도 하고 따뜻한 사랑으로 답을 하기도 합니다. 유형의 상품과 무형의 가치가 잘 맞아야 영업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사과를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를 아는 분이지요. ‘영업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를 몸으로 실천하는 분입니다. 물론 사과 맛도 예술입니다. 출근길에 홍옥 세 개를 씻었습니다. 두 개는 꽃처럼 예쁜 동료를 줄 거구요. 한 개는 저녁에 만날 멋진 친구를 줄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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