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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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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4일 00시 32분 등록

담배를 피기 시작한 것은 만 19세가 되기 전인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정확히는 수능이 끝난 시점부터였다. 이유는 친구들 때문이였는데, 그냥 그 당시 그게 멋있는 거라 생각을 했다. 무리에 끼기 위해서 담배를 안필 수 없는 환경이였다.

내가 살던 동네는 할렘가에 위치해 있다. 짓다 만 건물들이나 폐업한 큰 건물들을 보고 있으면 으시으시한 분위기가 든다. 집 앞으로는 대형 방직공장이 있고, 조금 더 지나면 이쪽에서는 꽤나 유명한 정신병원도 있다.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이 동네를 떠났고, 이도저도 아닌 어설픈 동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가깝다는 이유로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소위 말해 공부를 가장 못했던 학교였다. 공부만 못했던 건 아니다. 얘들도 거칠고 무식했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쯤에는 인문고에 진학하기 힘들 정도가 되어 버렸는데, 걱정이 많으셨던 부모님은 날 다른 동네에 있는 고등학교로 보내버렸다. 매일 40분넘는 거리를 버스로 등하교를 하고 주말에도 강제로 학교에 나와야 하다보니 동네 친구들을 만나기가 힘들어졌다. 수능이 끝나고 나자 그제서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나 동네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을 가지 않았다. 수능을 본 친구들도 거의 없었다. 내눈에는 나쁜 애들은 아니였는데, 엄마는 나쁜 영향을 받을까봐 걱정을 하셨다. 퇴학을 당했던 친구 한녀석은 벌써 여자와 동거를 하고 있었고, 한명은 나이트 삐끼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나쁜 친구들은 아니였다. 난 그 무리에서 조금 불편하면서도 해방된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꼈다.

담배는 정말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이다. 처음 콜록콜록 담배를 피는 내 모습을 귀엽다는 듯이 보는 친구녀석들을 보니 자존심이 상했었다. 정말 열심히 담배를 폈고, 결국에는 연기로 을 만들 수 있을때까지 되어서야 난 내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었다. 동네 친구들 중 담배를 안피는 사람은 물론이고 링을 만들 수 없는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대학교 신입때는 자의반 타의반 운동권 동아리에 잠깐 들어갔다. 다른 동아리나 서쿨활동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학교수업외에 친구라고는 운동권 동아리 선배들이 전부였다. 모든 학교의 공통점인지 모르겠지만 운동권 동아리에 서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점을 높게 받는 것보다 낮게 받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남들 공부하는 시간에 술을 마셔야 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술마시면서 줄담배를 피워대고, 만나면 일단 담배부터 한대 피고 시작했다. 담배는 청춘이였다. 대낮에 수업을 농땡이치고 담배 한대를 물면서 이 시간이 영원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슬슬 담배를 끊어야 생각했던 것은 회사에 입사를 하면서였다. 처음 입사하고 회사 생활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였다. 같이 입사했던 6명중 3명이 일년이 안되서 나가버렸다. 그와 더불어 내가 피는 담배량도 급속도로 늘어갔다. 담배를 피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니라 더욱 화가 났다. 이렇게밖에 스트레스를 풀 수 없다는 것이 첫번째였고, 몸이 조금씩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끊지 못하는 것이 두번째였다. 또 회사내의 너구리굴 같은 흡연 공간도 나에게 자괴감을 주었다.

하지만 담배를 끊는게 쉽지는 않았다. 담배를 안사보기도 하고, 담배가 너무 피고 싶을 때는 한갑을 사서 한대만 피고 버리기도 했다. 금연패치를 받아 붙이고 다니기도 해봤는데, 회사 스트레스는 더해가고, 담배 친구들은 늘어가다보니 쉽사리 끊을 수가 없었다. 그런 생활을 일년쯤 하다보니 금연이라는 것이 불가능하구나. 왜 우리나라 아버님들이 금연에 성공한 남자들에게 자기 딸을 안주는지 이해가 되었다.

헌데 그 어렵다던 금연을 정말 어의없는 이유로 성공했다. 어느날 잡지를 보다가 살찌고 싶으면 금연을 하라는 기사를 읽었다. 그냥 단순한 잡지 기사였던 이 문구를 보고 난 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당시 살이 빠지는 것이 고민이였는데, 그냥 그 모든 이유를 담배 때문이라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사무실 자리에서 읽었던 이름모를 잡지를 본 후, 거짓말처럼 4년이 넘은 지금까지 담배에 손을 땠다. 그리고 금연 덕분에 난 살이 쪘는가? 아니. 그 기사는 거짓이였다. 담배를 끊었지만 난 살이 전혀 찌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연의 교훈을 통해 난 변화라는 것이 정형화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것도 다 다르고, 자기가 얼마나 노력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환경과 성격도 다 다른 것이다. 나처럼 몸이 허락하지 않아서 쉽게 금연을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몸이 너무 튼튼해서 아무리 담배를 펴도 힘들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이고, 영어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문학 양식을 쌓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변화의 방향과 모습, 결과, 모든 것은 정답이 없다. 누구의 성공에 따라할 필요도 없고, 그들의 성공이 정답도 아니다. 중요한 건 항상 자기 자신이다. 뭘 원하는지, 뭘 해야하는지 가장 잘 아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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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4 01:41:19 *.38.189.27

쭌영아, 좀 더 있어봐. 나도 우연히 4년을 끊고 다시 피고 일년을 다시 끊고 다시 피웠다.

지금 내 생각은 금연의 이유는 의식하지 않거나 절실하거나 어쩔 수 없거나 그런 것 때문이라 생각해.

무엇을 위한 단절과 변화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결혼 준비는 잘 하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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