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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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괴짜다. 즉흥적이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다. 고객한테 깎듯이 예의를 갖추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육두문자도 거침없이 쏟아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덤벙거리고 엉성한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치밀함이 있다. 업무의 맥을 파악해 핵심을 놓치는 법이 없다. 회의 중에 미수 운임과 지지부진한 영업으로 담당 임원을 질타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격앙된 목소리가 갑자기 서비스 모드로 바뀐다. “ 아, 형님. 오늘 저녁이요? “ 약속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머뭇거릴 것 없이 “아 예, 시간 됩니다. 그때 뵙겠습니다“하며 머리를 조아린다. 주요 거래처임이 틀림없다. 고객이 원하면 사적인 약속은 부득불 다음 기회로 미룬다. 그렇다고 마냥 저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불공정하고 불합리하게 일이 처리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정부기관 이건, 공공기관 이건 상관없이 논리를 세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 한마디로 고개를 숙일 때 확실히 숙이고 자신의 권리를 찾을 때는 단호하고 당당하다. 명문대 법대를 나와 취직을 했지만 몇 개월 만에 그만두었다고 한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눈치 보며 퇴근하는 직장인의 틀에 박힌 생활도 안 맞고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선배가 싫어 깽판을 치고 나왔다고 한다. 물려받은 유산으로 사업하다 폭삭 망해 10년 가까이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다 기적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고 한다. 긴 낭인의 생활 끝에 깨달은 것이 있다고 한다. 하루를 절실하게 사는 것과 인생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래서 사장의 행동은 열정과 절실함이 묻어 나온다. 그에게 내일은 불확실하고 오지 않은 시간이다.
’4차원 소녀’라고 불리는 직원이 있었다. 밉상이 아닌 얼굴에 까만 안경테가 잘 어울리고 부산 사투리를 썼다. 명문 S대 출신이었다. 눈은 총기로 빛이 났다. 매일 똑 같은 일을 반복해서 그런지 일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당시 나는 매주 2회 사외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노베이션, 즉 ‘혁신’ 이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었다. 교수가 과제를 내주었다. 각자 발명품을 만들어 오는데 단, 발명품은 사용가치가 전혀 없어 상품화하기 힘든 것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차원 소녀한테 도움을 구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그녀는 백지에 일필휘지로 그려 나갔다. 몇 시간 후 한 장의 그림을 내게 주었는데 나는 그녀의 창조성과 재능에 감탄 했다. 사계절 전천후 여성 신발이 멋지게 그려져 있었다. 신발 부분부분 이음새에 지퍼를 만들어 탈착할 수 있도록 했다. 여름에는 슬리퍼로 변신했으며 반대로 겨울에는 부츠로 탈바꿈을 했다. 아이디어가 엉뚱하지만 참신했다.물론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그녀 덕분에 교수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일을 할 때는 마지 못해 하더니 내가 준 과제는 자신의 적성에 맞았는지 몰입을 했다. 눈빛이 빛났다. 그녀한테는 창조적인 일이 맞았던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매일 단순 반복적인 일이 즐거움을 주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몇 개 월 후에 다시 공부를 하겠다며 회사를 그만 두었다. 그녀의 창의성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살릴 방법을 찾아주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대부분 회사라는 조직은 직원들의 긍정적 돌출행동이나 튀는 직원들을 수용하지 못한다. 정해진 업무시간에 수직적 조직에서 사규를 준수하고 상사의 지시에 따르는 직원을 선호한다. 사훈이나 경영목표에 창의적인 인재상이 단골메뉴로 들어간다. 하지만 막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거부반응을 보인다. 기존의 방법을 답습한다. 건의나 제안을 자유롭게 말하라고 하지만 막상 문제점이나 자신이 소견을 자유롭게 피력하면 ‘감히 어디서 그 따위 말을 하는 거야’라는 표정이다. 하위직급의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회의나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회사의 주요 정책은 최고 경영진, 임원, 그리고 고위 관리자급에서 결정된다. 그 멋진 말로 경영목표를 세우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없다. 회장의 지시에 이의 없이 바로 복종하는 그들이 하위 직원한테는 창조석인 일 처리를 주문한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조직이 필요하다. 직원 개개인의 기질과 재능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는 그런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모두 동일한 사고에 동일한 기질을 갖고 규칙을 준수하고 복종하는 평범한 기업문화는 발전과 성장이 없다. 같은 생각과 같은 행동으로 로봇처럼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들, 얼마나 숨막히는 일인가. 인사 고과 시, 출근과 퇴근시간을 문제로 삼는 경우도 많다. 업무시간에 무조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것, 야근하는 것이 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현대 전략 경영의 구루인 게리 해멀(Gary Hamel)교수는 경영혁신이 기업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했다. 그는 <경영의 미래>라는 그의 책에서 “ 다양성은 더 이상 유행어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기업은 특이한 것, 독특한 것, 불가사의 한 괴짜, 다채로운 것, 이상 야릇한 것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동시에 한 장소에서 온갖 다양한 사람들이 상호 작용하는 기회를 극대화하자고 한다. 왜냐하면 그는 다른 요구와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는 곳을 만들어냄으로써 그들 스스로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모임이든지 어느 조직이든지 독특하고 창조적인 사람이 있다. 우리는 흔히 이들을 괴짜 라고 부른다. 사고와 행동이 파격적이라 같이 어울리기를 꺼려하기도 한다. 자라오면서 관습과 제도, 그리고 규정에 길들여져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히려 비정상적이 아닐까 한다.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제도권에서 요구하는 인간 유형에 함몰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인간 고유의 개성과 창조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 지 염려가 되는데 기우이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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