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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1일 10시 28분 등록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김 팀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새롭게 상사로 모시게 된 박 이사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면을 쓴 것처럼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상사와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

 

중국의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이 지은 <사기열전>에 등장하는 한비자에게 조언을 구해보자. 한비자는 중국 전국시대의 법가사상가로 옛날 왕이 시행한 정치의 성공과 실패에 관한 변천사를 살펴 십여만 자의 글을 지었다. 그중에서도 유세의 어려움을 논한 ‘세난’편은 이 시대의 직장인들에게도 유용한 조언이다. 그의 글에 등장하는 군주는 직장 상사로, 유세는 함께 의논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여기고 읽어 보자.

 

유세의 어려움은 군주를 설득하기 어렵거나 해야 할 말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군주의 마음을 잘 파악하여 내 주장을 그 마음에 꼭 들어맞게 하는 데 있다. 군주가 속으로는 큰 이익을 바라면서 겉으로는 높은 이름을 원할 때 높은 이름을 얻는 방법으로 설득한다면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하겠지만 속으로는 멀리할 것이며, 만약 큰 이득을 얻는 방법으로 설득한다면 속으로는 의견을 받아들이면서도 겉으로는 그를 꺼릴 것이다. 유세자는 이러한 점들을 잘 새겨 두어야 한다.

 

유세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장점을 아름답게 꾸미고 단점을 덮어버릴 줄 아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오랜 시일이 지나 군주의 총애가 깊어지면 큰 계책을 올려도 의심받지 않고 군주와 서로 다투어 말하여도 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때 유세자가 국가에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을 명백히 따져 군주가 공적을 이룰 수 있게 하며, 옳고 그름을 솔직하게 지적해도 영화를 얻게 된다.

 

군주에게 총애를 받을 때에는 지혜가 군주의 마음에 든다고 하여 더욱 친밀해지고, 군주에게 미움을 받을 때에는 죄를 짓는다고 하여 더욱더 멀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군주에게 간언하고 유세하는 자는 군주가 자기를 사랑하는가 미워하는가를 살펴본 다음에 유세해야 한다. 용이라는 동물을 잘 길들이면 그 등에 탈 수도 있으나, 그 목덜미 아래에 거꾸로 난 한 자 길이의 비늘(역린)이 있어 이것을 건드린 사람은 죽는다고 한다. 군주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으면 거의 성공적인 유세라 할 수 있다.

 

김 팀장은 우선 박 이사가 어떤 사람인지 잘 살펴야 한다. 의견을 말할 때는 그의 마음에 꼭 들어맞게 해야 한다. 장점을 칭찬하고 단점은 덮어주어 신뢰를 쌓아야 한다. 박 이사에게 어떤 말을 할 때에는 자신에 대한 감정계좌의 잔고를 확인해 봐야 한다. 만약 잔고가 두둑하다면 충심 어린 조언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참아야 한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안 박 이사의 치명적 약점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와 일하는 마지막 날이 될 것임을 각오하고 할 일이다.

 

유재경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jacki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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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열한번째 칼럼이 11월 5일자에 실렸습니다.

아래 링크 참고하시고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working/6098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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