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기 김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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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민주주의가 탄생한 이후로 사람들은 서로 협력하며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삶의 방식을 다양하게 발전시켰다. 특히, 자율성과 주체성, 개방성과 통합성, 합리성과 창의성은 민주주의의 전통 속에서 형성된 합리적 생활방식의 주요 특성들이다. 민주 사회에서 합리적 생활은 우선 자율적인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율적 인간이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하며 실천하는 자이다. 급속한 사회의 변화와 다양한 가치관은 자율적인 사람에게는 폭넓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혼돈과 갈등의 원인이 된다.
현대 사회는 어느 시대보다 인간의 욕망을 강하게 자극한다. 다양한 상품이 대량으로 생산되어 유통될 뿐만 아니라, 문화상품 또한 대중 언론 매체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자신의 참된 욕구가 무엇인가에 대한 주체적인 판단 능력이 없다면, 우리는 외부의 자극에 떠밀릴 뿐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 합리적 인간은 타인의 삶과 외부세계에 대해서 개방적이다. 중심을 세운다는 것이 폐쇄적으로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자율성은 곧 개방적 태도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자기중심을 세운 자만이 외부세계와 능동적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각과 판단은 완벽할 수가 없으며, 인간의 욕구 또한 본질적으로 다양하다. 이러한 자각은 독단의 잠으로부터 깨어나게 하여 다양한 가치들을 능동적으로 수용하게 한다.
달리 말하자면, 이것은 가치를 통합하는 힘을 의미한다. 통합의 능력이란 각기 따로따로 받아들인 다양한 생각이나 지식들을 서로 관련시켜 자기 것으로 종합하는 힘을 의미한다. 이러한 능력은 다원적 사회에서 원만한 인격형성과 폭넓은 사고, 일관된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개방적 태도와 가치통합의 힘은 동시에 창의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새로운 경험과 생각은 개방적 태도를 취할 때만 가능하다. 개방적 인간은 기존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부단히 시도한다. 그런데 새로운 경험은 항상 기존의 지식체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포함한다. 이러한 부분들을 일관성 있게 설명하고자 한다면 사고방식의 전환은 필수적이다. 사고방식의 전환은 관습적으로 통용되는 가치들에 대한 무조건적 수용을 강요하는 권위의 파괴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의성은 권위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에서 싹튼다.
현재 사회의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가치관의 지각변동이 기존의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은 사태를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는 창의적 태도를 통해서만 열릴 수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는 합리적 생활방식, 즉 자율적이고 개방적이며 창의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지성인의 양성을 교육목표로 삼는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 타인과 사물에 대해 개방적 태도를 취한다는 것, 문제를 항상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힘을 기른다는 것은 곧 고유한 자기인격의 형성인 것이다. 따라서 자율성, 개방성, 창의성은 지성인의 생활원리이자 동시에 삶의 목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