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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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기 페이스메이커 함께 해요."
어제 저녁, 술자리에서 만난 콩두 선배의 이 말 한마디에 1초의 주저함이나 망설임없이 '네! 합니다!'를 외쳤다. 그리고 하이파이브를 주고 받았다.
9기 수련을 마치며 딱 3주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좀더 정확하다. 헝클어져 멋데로 엉겨붙은 박스 테이프 뭉치처럼 어디서 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난감했다.
돌이켜 본다. 9기를 지원할 당시, 저 멀리서 바라본 연구원 제도는 마치 액자 속에서나 보는 킬리만자로 였다. 흰 눈으로 뒤덮힌 저 곳에 오르고 싶은 한 마리 표범이 내 모습이었다. '이렇게 살다 죽을 수는 없다. 저 곳에 오르고 싶다. 떠나자!' 길을 나섰다. 피리소리를 따라 집을 떠난 아이 처럼 구본형 사부님의 선동에 넋을 놓고 따라갔다. 그리고 이렇게 산 건너 물 건너 바다 건너 1년의 수료를 해냈다.
중얼거려 본다. '연구원 제도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읽고 쓰고 나누는 삶, 또 하나의 나를 스스로 창조하는 여행을 고작 1년의 과정 수료로 멈출 수는 없다. 나의 킬리만자로는 늘 저 곳에 있을 것이다. 두려움과 탐욕이라는 부비트랩을 곳곳에 매설해 놓았다고 한다. 근접하는 것 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해지는 아이거 빙벽이 둘려져 있어서 출입구는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각종 중화기로 무장한 병사들이 철통같은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러나 나는 반드시 삼엄한 경비병들과 부비트랩을 보란 듯이 돌파하고 아찔한 아이거빙벽을 타고 올라 기어코 킬로만자로를 만나고 말 것이다.
그 곳에 가고 싶다. 멀리서 이따금씩 먼저 가고 있는 선배들이 외친다. "너도 할 수 있어. 어여 와 봐! 여기 경치 좋다!" 메아리를 길잡이 삼아 고개를 들어 다시 갈 길을 바라본다. 벗었던 등산화를 다시 신고 온 몸에 힘을 주어 배낭을 끌어 올려 짊어져 본다. 할 수 있다. 갈 수 있다. 두 다리는 여전히 움직인다. 갈피를 잡지 못하던 심장 박동도, 거친 호흡에 신물마저 넘어오던 숨결도 어느새 리듬을 타고 있다.
일어나 보자. 가 보자. 잠시 쉬었으니 이젠 걸어야 할 때다. 안개가 끼면 낀 데로, 바람이 불면 부는 데로, 그 맛을 즐기는 것이 산행 아니었던가. 갈 길이 있고 함께 갈 벗들이 있으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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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저녁, 술자리에서 만난 콩두 선배의 이 말 한마디에 1초의 주저함이나 망설임없이 '네! 합니다!'를 외쳤다. 그리고 하이파이브를 주고 받았다.
9기 수련을 마치며 딱 3주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좀더 정확하다. 헝클어져 멋데로 엉겨붙은 박스 테이프 뭉치처럼 어디서 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난감했다.
돌이켜 본다. 9기를 지원할 당시, 저 멀리서 바라본 연구원 제도는 마치 액자 속에서나 보는 킬리만자로 였다. 흰 눈으로 뒤덮힌 저 곳에 오르고 싶은 한 마리 표범이 내 모습이었다. '이렇게 살다 죽을 수는 없다. 저 곳에 오르고 싶다. 떠나자!' 길을 나섰다. 피리소리를 따라 집을 떠난 아이 처럼 구본형 사부님의 선동에 넋을 놓고 따라갔다. 그리고 이렇게 산 건너 물 건너 바다 건너 1년의 수료를 해냈다.
중얼거려 본다. '연구원 제도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읽고 쓰고 나누는 삶, 또 하나의 나를 스스로 창조하는 여행을 고작 1년의 과정 수료로 멈출 수는 없다. 나의 킬리만자로는 늘 저 곳에 있을 것이다. 두려움과 탐욕이라는 부비트랩을 곳곳에 매설해 놓았다고 한다. 근접하는 것 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해지는 아이거 빙벽이 둘려져 있어서 출입구는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각종 중화기로 무장한 병사들이 철통같은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러나 나는 반드시 삼엄한 경비병들과 부비트랩을 보란 듯이 돌파하고 아찔한 아이거빙벽을 타고 올라 기어코 킬로만자로를 만나고 말 것이다.
그 곳에 가고 싶다. 멀리서 이따금씩 먼저 가고 있는 선배들이 외친다. "너도 할 수 있어. 어여 와 봐! 여기 경치 좋다!" 메아리를 길잡이 삼아 고개를 들어 다시 갈 길을 바라본다. 벗었던 등산화를 다시 신고 온 몸에 힘을 주어 배낭을 끌어 올려 짊어져 본다. 할 수 있다. 갈 수 있다. 두 다리는 여전히 움직인다. 갈피를 잡지 못하던 심장 박동도, 거친 호흡에 신물마저 넘어오던 숨결도 어느새 리듬을 타고 있다.
일어나 보자. 가 보자. 잠시 쉬었으니 이젠 걸어야 할 때다. 안개가 끼면 낀 데로, 바람이 불면 부는 데로, 그 맛을 즐기는 것이 산행 아니었던가. 갈 길이 있고 함께 갈 벗들이 있으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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