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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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오프수업 후기
2015. 01. 13
운남으로 떠나온지 아홉날째다. 어제 일행들을 떠나보내고 혼자 남았다. 차창 한켠에 만들어진 간이 숙소로 짐을 옮겼다. 앵글로 이층을 올리고 함석으로 벽을 막은 창고형 건물로 바닥엔 나무를 깔았다. 열평쯤 되는 공간 한견에 손님들을 맞을 다탁이 있고 뒤편에 칸막이를 넣어 조그만 방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서 며칠 머물 것이다.
“정선생님 빨래꺼리가 있으면 주세요.” 차창 안살림은 따토우(大頭) 아내 몫이다. 그녀는 하니족으로 라후족에게 시집왔다. 다섯 살짜리 아들과 함께 가족이 모두 차창에서 산다. 점심 차려놓았으니 내려와서 먹으라며 빨래꺼리를 챙겨가는 그녀가 고맙다. 하늘만 겨우 가린 주방겸 거실엔 제법 큰 LCD텔레비전이 걸려있고 가재도구들은 손때가 묻었지만 정갈하다. 그녀의 살림솜씨가 예사롭지 않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소박하지만 맛있는 밥을 먹었다.
일행을 떠나 보낸 오후, 갑자기 텅 빈 시간을 채울 방법은 일이다. 이곳에서 조차 진행중인 일에 신경이 팔리고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손대지 못하던 몇 가지 일과 메일들을 처리했다. 사실 따로 할 일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몇 마디 통할만한 사내들은 모두 대처로 나갔다. 깜깜해야 돌아 올 것이다.
혼자 시간을 보냈다. 해가 떨어지자 급격히 추워진다. “정선생님 맹해에 놀러 갑시다.” 징홍에서 돌아온 따토우가 찾아왔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내가 심심할까봐 나가서 놀자고 한다. 따토우_큰 머리’라고 불리는 그는 라후족으로 차창의 살림을 맏은 사내다. 장씨 성을 가졌는데 서른일곱이나 된 지금까지도 어릴적 별명인 ‘큰 머리’로 불린다. 며칠 겪어보니 눈치가 빠르고 제바른 사내다.
밤새 추웠다. 속이 불편해서 두 번 일어나 쏟아냈고 옷을 껴 입으려고 두 번 더 일어났다. 애벌레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여덟시가 다 되어간다. 여러 가지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나는 이야기는 없다. 인기척이 있는 것을 보니 출근들 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추운 날은 일년에 며칠없다고 하는데 어제 오늘 날씨가 이렇다. 찬물에 눈꼽만 겨우 떼고 떡진머리에 물을 찍어발랐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딱 거지꼴이다.
추워 죽겠다고 했더니 며칠 전 돼지를 잡던 담장 옆 창고마당에 불을 피워 놓았다. 여전히 속이 불편해서 아침을 먹지 않았다.
그리고 좀 외롭다.
1월 오프 과제
1. 내 책의 핵심을 정리할 것
- 제목, 부제, 키워드, 핵심 메시지를 각 한 줄로 정리하고 차별화 포인트도 3줄로 정리할 것. 중언부언하지 말고 명료하게 정리할 것. 밤낮으로 생각하되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핵심만 남길 것.
제목: 일상 한 조각
부제: 가장 빛나는 삶의 기록
키워드: 가족애, 추억, 일상의 기록, 변하지 않는 것.
핵심 메시지:
1)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행복을 찾아 잡히지 않는 것들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가 보지만 그것은 달려가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늘 곁에 있는 그렇지만 놓치기 쉬운 일상 한조각 풍경에서 내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났다.
2)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많은 가치들이 그 변화와 함께 명멸을 거듭하지만 언제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많은 변하는 것들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들이야 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본연의 가치다.
3) 기록의 힘.
내 이야기는 내가 쓴다. 나는 기록의 역사를 존중한다. 기록되지 않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 나는 사라진 문명이 되고 싶지 않다. 내가 기록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의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그것을 묶었다. 평범한 한 사람, 그 어떤 사람의 일상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찬란했던 기억들을 추억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
- 그리고 내 책의 독자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그 독자에게 줄 수 있는 혜택 3가지를 약술할 것.
내 책의 독자: 4살, 2살의 아이를 둔 변화를 갈망하는 마흔 목적의 아빠. 김 과장.
김 과장에게 줄 수 있는 혜택
1) 성공지향적인 삶에서 자신과 가족의 영혼을 돌보는 삶으로 회귀.
2)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 지금이며,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아빠의 사명.
3) 나도 어떤 식으로든 한번 해 보자.
4) 내 어린 시절의 아름다움과 부모님을 추억하며 사그러진 가족애를 촉발한다.
- 그대 책과 관련하여 동료, 선배 그리고 친구 등에게 코멘트를 받아서 가장 인상적인 코멘트 3가지를 적을 것.
1) 감동적일 것이다. 보완을 한다면 카테고리를 만들어라. 그리고 제목을 잘 지어야 할 것 같다.
2) 글을 넣자. 사진을 설명하는 것이어도 좋겠고, 에세이 형식의 글을 새로 써 넣어도 좋겠고, 그 동안 써 놓은 글을 정리하고 보완해도 좋겠다. 너무 무겁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3) 원고는 있으니 이것을 어떻게 정리하는냐가 관건이겠다.
2. 내 책의 참고도서를 정리할 것
내가 쓸 책과 관련된 20권의 책 리스트를 적고 그 책의 특징과 차별적인 요소를 간단히 정리할 것. 1월 중순부터 읽고 정리할 책을 우선순위에 따라 정하고 마감날짜를 정할 것.
1) 윤미네 집
2) 다카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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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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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 책의 목차를 구성할 것 (1페이지 이상)
1번과 2번이 잘 정리가 되어야 목차를 구성할 때 용이할 것이다. 목차는 내 책 콘셉의 구심력을 가지고 전개하는 것이다. 눈뭉치를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어 가는 것과 흡사하다. 자기계발서라면 내 책의 주제와 콘셉을 염두에 두고 독자 입장에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들을 목차로 구성하는 방식, 에세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메시지나 이야깃거리를 나열하고 카테고리화하는 방식 등이 있을 것이다. 참고할 책의 목차를 유심히 보고 작성할 것.
프롤로그
사랑, 이게 무슨일이지?
태어남, 너는 도대체 어디서 왔니?
배움, 이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나봐.
가족, 지독히도 간절한 그 이름.
변하지 않는 것, 되돌이표에서 만나다.
에필로그
4. 내 책의 서문을 다듬을 것 (3페이지 이상)
지난 번 쓴 서문을 확장하여 3페이지 이상 기술하되, 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토피카, Topica)을 포함시켜서 전개할 것.
그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밖에 없던 세상에 나의 이야기가 생겨났다.
그리하여 나의 역사, 나의 문명이 존재하게 되었다
나의 세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_ 구본형
2014. 06. 01 Rev 0.
2014. 12. 09 Rev 1.
2015. 01. 08 Rev 2.
#1. 내 역사는 내가 쓴다.
나는 기록의 역사를 존중한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는 없다. 소소한 개인의 역사라 하여 위대한 인물들의 역사와 차별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사라진 문명이 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개인사를 기록해야 할 절실한 이유다.
죽음보다 더한 치욕을 견디며 사기를 완성해 낸 사마천은 그의 친구 임안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 천한 노복이나 하녀조차도 능히 자결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저와 같은 사람이 어째서 자결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고통을 감내하고 구차하게 더러운 치욕 속에 있으면서도 마다지 않는 까닭은 제 마음 속에 다 드러내지 못한 바가 있어, 비루하게 세상에서 사라져버릴 경우에 후세에 문채(文彩)가 드러나지 않을 것을 한스러이 여겨서입니다.” 후세에 이름한자 남기지 못하고 비루하게 사라져버릴 자신의 운명에 대한 두려움이 죽음보다 더한 치욕을 견디게 했다.
긴 유배 생활동안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살얼음 같은 날들의 공포를 집요한 성실함으로 승화시겼던 다산은 아들들에게 공부와 독서를 권면하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책이 후세에 전해지지 않는다면 후세 사람들은 단지 사헌부의 계문과 옥안만 믿고서 나를 평가할 것이 아니냐.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취급받겠느냐?” 저술에 집중하느라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을 정도라고 하니 그의 성실함은 지독하리만큼 모질다. 그는 어째서 이렇듯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였던 것일까!
사마천과 다산이 역사의 중심에서 중심의 역사를 기록했다면 시처럼 살고 싶었던 변화경영 사상가 구본형은 변경에서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했다. 그는 스스로 써낸 자신의 이야기에서 이렇게 남겼다. “나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한 기록이다. 즉 내 인생의 다음 장면을 그려보기 위한 시도이다. 자신에 대해 쓰다 보면, 해보지 못한 안타까운 일들이 밝혀지고 절실해진다. 이때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은 그 일들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기회로 전환된다. 삶을 바꾸는 실천으로서의 자기 경영은 바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신의 방식으로 사는 것이다.”
역사의 변경에 있는 평범한 개인들의 이야기는 누가 대신 기록해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역사가 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 변경에서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나는 내가 쓴 역사가 ‘먹고 싸다가 죽었다.’ 라는 한 줄의 역사이길 바라지 않는다. 수단과 방편을 위해 사는 삶이 아니라 의미와 가치를 쫓아 매일의 삶 그 자체로 실험하고 실증하며 그렇게 삶을 담아낼 것이다.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에 주목하여 성찰하고 이것을 삶 속으로 끌어와 소박하지만 빛나는 하루를 빚어낼 것이다. 그리고 이 삶을 기록하여 실천적 증거로 삼겠다. 나는 여기에 ‘나의 이야기’를 쓴다.
#2. 가장 빛나는 삶의 기록
오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아내고 싶었다.
나는 내가 만나는 세상과 내가 만드는 역사를 사진으로 쓴다. 내 방식으로 만나는 세상을 필름에 남기는 것이다. 글을 잘 썼더라면 펜을 들었지 카메라를 잡지 않았을 것이다. 사각의 프레임 안에 세상을 가두는 것이 내겐 언제나 경이로운 작업이었다. 파인더 너머의 세상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주변의 소소함들을 묶어두고자 시작한 것이니 예술 할 생각은 애시 당초 없었다. 내게 사진은 놀이였고 기록이었다.
나는 가장 빛나는 삶의 순간을 사진으로 썼다. 찍은 것이 아니라 쓴 것이니 읽어야 한다. 잘 쓴 사진은 읽기에 좋다.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현란한 구성과 자극적인 피사체, 빼어난 구도, 손이 베일 것 같은 선명한 사진을 뛰어 넘는다. 더불어 사진 찍기는 내게 더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놀이다. 사진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속수무책일 테지만 말이다. 나는 카메라를 통해서 절정을 경험하곤 한다. 대상 … 삶이 될 수도 있겠는데 … 이 프레임 안으로 녹아들어 투영되는 순간 셔터를 끊는다. 길어야 30분의 1초! 이 짧은 순간은 그대로 필름에 녹아 맺힌다. 이로써 그, 그들 또는 그것들의 역사는 24×36 mm의 조그만 플라스틱 조각에 박제되었다. 역사를 소유한다는 것에 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다른 어떤 것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한 즐거움이자 경이로움이다. 시간을 잡겠다는 욕망은 이렇게나마 실현되었다.
나는 기록하는 인간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왜이토록 모질게 기록에 집착 하는 것일까! 기록은 유전과도 같은 것이다. 인간은 불멸의 영속을 위해 자신을 복제한 유전자를 다음세대에 전달한다. 이렇게 해서 나는 다음 세대에 복기된다. 기록의 속성을 이토록 명징하게 증명하는 것이 또 있을까? 결국 인간은 기록의 도구로써 유전자로 만족하지 못하고 문화적 양식을 발전시켰다. 그림을 그리고 문자를 만들었으며 종이를 만들고 드디어 카메라를 만들었다.
#3. 일상 한 조각
이 땅의 수많은 아빠사진가들 가운데 비교적 열심인 한명쯤 일 테지만 일상를 기록하는 이 작업은 내게 너무나 중요하고 일방적인 것이어서 마치 몸의 일부인 냥 곁에서 떠난 적이 없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는 늘 카메라를 끼고 살았다. 먹고 싸고 자고 뒹굴 때, 그 어느 순간에도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사람들이 산으로 들로 카메라를 메고 다닐 때 나는 일상안에서 아이들을 담았다. 부비고 깔깔대며 함께 뒹구는 이곳이 내겐 더 없이 좋은 우리들의 성소(聖所)였다. 옹알이를 하고, 뒤집고, 기어 다니고, 작은 이가 뽀얗게 상아처럼 올라오는 모든 일들이 축제였다. 아이의 작은 움직임에도 촉각을 세우다 보면 하룻저녁에 서너 통의 필름을 소모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주먹만 하던 녀석들이 그 사이 자라서 유치원엘 가고 학교엘 가더니 어느새 제법 가슴과 엉덩이가 생겼다. 맨 몸으로 함께 부비고 뒹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다.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줄 알면서도 딸기아빠는 초조하고 바쁘다.
생긴 것이나 마음 씀씀이가 엄마, 아빠의 장점을 고루 받은 큰 아이는 덤벙거리지만 전체를 관조하는 눈을 가졌고 친구를 좋아한다. 활동적이고 관계 지향적이다. 이 녀석은 제법 든든하다. 삼가고 배려하는 힘을 조금 더 키웠으면 좋겠다 싶긴 하지만 부질없는 욕심인 것을 안다. 속살이 아빠를 많이 닮은 작은 아이는 섬세하고 꼼꼼하고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깊다. 이 아이 속에는 도대체 뭐가 얼마나 많은 게 들어있는지 다채롭고 호기심 가득 찬 세상이 넘친다. 몸과 마음의 힘을 조금 더 키웠으면 좋겠다 싶긴 하지만 역시나 애비의 부질없는 욕심이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힘으로 저마다의 삶을 열어낼 것이다. 녀석들을 물고 부비고 뒹굴며 키웠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기저귀 한번 갈아 채워주지 못했지만 아내는 불평한번 없었다. 빠듯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스스로 몸을 녹여 아이들을 반듯하게 키워 냈으며 살림을 일궜다. 어른 머슴애들이 하는 이런 저런 호작질 따위에도 언제나 응원해 주었다. 특히 사진재료만큼은 부족함이 없도록 배려해 주었고 조그만한 집에 암실을 마련하는 것 까지도 기꺼이 허락해 주었다. 난 아내에게서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배웠다.
내가 쓴 이 기록들은 전몽각 선생의 사진집 <윤미네 집>의 오마주다. 큰 아이가 태어났을 무렵(2002년) 즈음으로 기억되는데 한참 사진에 심취할 무렵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선생의 홈페이지에서 선생의 사진을 만났다. 한 장 한 장 사진에 담겨 있는 아버지의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가족들의 눈동자는 깊은 감동이었다. 가족사의 기록은 카메라를 든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이 기록을 책으로 보고 싶었다. 1990년 1000부 밖에 발행되지 않은 사진집이 아직 서점에 남아있을 리 없었다. 전국의 헌책방을 수소문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해를 넘겨 지났을 즈음 한 헌책방에서 이 책을 찾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궁하면 통하는 모양이다. “김정옥 동문에게, 몽각이가” 라는 친필 사인이 오롯이 남아 있는 이 낡은 사진집엔 1964년 큰 딸 윤미가 태어나면서부터 1989년 시집가는 날까지 26년간 평범한 가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이 책은 2010년 복간되어 이제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사진은 이야기다. 사진을 보는 순간 까마득하게 물러나 있던 기억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오래된 기억도 찰나간의 이야기도 사진은 그것을 또렷하게 재생한다. 나는 이 기록을 10년마다 새롭게 펴낼 것이다. 새롭게 펴낼 때는 이전의 기록을 다시 추리고 새로운 10년을 추가하는 형식이면 좋겠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의 이야기를 내가 아니면 누가 써 주겠는가. 내 역사는 내가 쓸 것이다. 그 사이 아이들이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장소가 갤러리였으면 좋겠다. 양쪽 벽에 이 기록들을 걸어두고 그 가운데로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가는 상상을 하면 기분이 좋다. 삶의 조각들을 이어주는 일상의 기록들이 필름과 함께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찬란한 기록이 될 것이다.
여기에 기록된 사진은 2002년 다원이가 태어나면서부터 2015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13년의 기록이며 모두 흑백필름으로 담겨진 것이다. 보다 편하고 빠르게 사진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흑백필름을 고집했다. 아이들에게 흑백필름으로 기록되는 특별함을 선물하고 싶었다. 현상과 인화는 모두 개인작업실에서 직접 했으며 나는 이 과정을 몹시 즐겼다. 사진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즐거움이다. 흑백작업을 고집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사용된 필름은 대부분 Tri-X 이고, D-76 표준데이터로 현상하였다. RF 카메라에 35mm 렌즈를 주로 사용하였으며 삼각대는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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