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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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은?
지난 주말의 기사들을 보다가 ‘역시’하며 무릎을 탁 쳤다. 2015년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대한 안도였다. 그것은 내가 2014년에 품고 있던 생각들을 지속해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내 삶이 2015년에도 달라질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사의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 전국 곳곳 박근혜 대통령 비난 전단 발견..처벌은? ,채널A, 2015.01.19
- 전국 곳곳에 '대통령 비난 전단'..처벌은? YTN, 2015.01.18
- 광주서도 대통령 비방 전단 발견..경찰 처벌 근거 고심, 연합뉴스, 2015.01.15
누군가 대통령을 '비난‘한 전단을 배포했다면 ’처벌은?‘이 아니라 ’이유는?‘이 되어야 바람직하지 않을까. 처벌이 늘어진 기사 제목을 보면서 한숨만 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생각했다. 처벌이 당연하다. ’비난‘이니 ’처벌‘이 나오는 것이겠다. 제목에서 벌써 대통령을 비난하는 전단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이미 ’비난‘이라 판단된 그 수순은 처벌로 가게 되는 것이다. 과연 비난이었을까. 경향신문은 같은 사건에 대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비판’전단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한 글자의 차이가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를 단번에 알려주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은 어김없이 ‘강력계’로 배당되었다. 대통령이 하는 일에 관해 어떻게 해야 비난이 되지 않을까를 또 생각하게끔 만든다. 내가 생각을 고만하고 대통령이 생각 좀 하면 안되나를 전할 방법이 없다. 그것 참 좋은데, 참 좋은데.
우리 사회에서 정치란 말은 좀 이상하게 쓰인다. 그것은 감히 ‘우리’가 관심가질 만한 것이 못되는 것으로 치부된다. 나아가 이야기만 하면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 특히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내세우게 되면 그 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흐른다. 그 파도는 어디로 얼마만큼 덮쳐 갈지 모른다. 과장되어 말하지만 폼페이 화산 폭발만큼의 위력을 가지는 듯하다. 이만큼의 위력을 가졌음에도 우리의 정치의식은 여전히 ‘하위’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질 뿐이다. ‘정치’가 무엇을 위한 방향의 이야기가 아니라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구별짓기의 다른 이름인 까닭이다.
또한 정치라는 것이 그 모든 사회적 활동의 산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을 가리키는 말로 치부된다. 물론, 정치를 좁은 의미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 한다. 그래서라고 보기엔 애매하지만 그 ‘다스리는’ 주체를 전적으로 ‘한 사람만의 역할’로 치부하는 것은 그의 강한 힘을 믿어서일까. 그 강한 힘에 눌려서일까. 어쨌든 그렇게 더더욱 정치를 말하는 것은 그 ‘한 사람’에 대한 ‘불충’하는 것으로 치부된다. 처음부터 이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니, 처음부터 그랬다. 성숙하지 못한 정치와 정치의식이 한국적인 토대에 스멀스멀 자리잡는 방식이 그러했고 그것을 이어가는 방식이 그러했다. 우리의 정치는 ‘우리’가 말할 것이 아닌 너무도 멀리 있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뚜렷하게 정치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이 아니라 말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들이 양각처럼 도드라진다.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음에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려는 건지 안타까울 뿐이다. 이 나이에 새삼 초등학교 교과서를 뒤적인다. 그래, 나의 정치에 대한 사고는 초등학생에 머물러 있다. 이렇듯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사회에서, 어른이 되어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은, 결국 ‘그래야 한다’는 걸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정치는 정치가가 하는 일이고, 나랑은 관계없다는 생각은 옳지 않아. 정치에 대해 알고 나면 정치가 좋은 세상을 만들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1).”
뭐래도 좋다. 나는 정치에 관해서는 초등학생 교과서처럼 사고하련다. 내친김에 교과서의 말을 더 들어보겠다.
“나라의 주인은 우리 국민들이야!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 참여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지. 만약 주인인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이 제멋대로 정치를 하여 나라가 엉망이 될지도 모르잖아.2)“
그러니까 국가는 국민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호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분명 정치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결국 다양한 가치에 둘러싸이게 된다. 사람들의 욕구는 다양하니까. 그래서 정치란 이러한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일이라고 누누이 들어왔다.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한다. ‘권력적’으로가 아니라. 이러한 사람들 간의 의견차와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이러한 모든 과정들이 정치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과정을 통해서 ‘정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치에 관여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는 ‘한 개인’의 것도 국회의원이라 불리는 그와 동류의 ‘정치인’들의 것이 아니라는 아주 기초적이고 선거 때만 되면 반복적으로 듣는 말은 잠시 접어두겠다. 정치가 ‘정책’을 만들어낸다는 사실만을 잊지 않으면 된다. 정책이란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이 정책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피폐화된 삶들을 무수히 만날 수 있다. 또한, 그 폐해를 지금도 겪고 있는 우리이다. 좀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소외됨이 없이 행복한 삶을 꿈꾸는 우리이지만 정치를 통해 정책이 탄생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어 버렸다고 생각한다.
선거 때면, 실업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실업자이든, 보육정책이 보다 확고하게 되기를 바라는 부모이든, 교육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화되기를 바라는 학부모든, 취업과 육아가 효율적으로 양립하기를 바라는 여성이든, 구조조정을 당하지 않고 정규직으로 계속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직장인이든, 노인연금보험이 좀더 안정되기를 바라는 노인이든, 사회보장이 좀더 사회적 약자가 자립할 수 있는 정도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이든……. 자신이 바라는 정책을 지지하기보다 결국엔 ‘부자 만들어 줄게’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너도 나도 부자가 되는 길이 있다면 그것이 다같이 꿈꾸는 행복한 세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누군가는 부자가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너만’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면 한다. 정치가 정책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인도하듯 초등학생의 정치에 대한 개념을 잊지 않고, ‘정치’에 대해 ‘정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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