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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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는 이렇게 열어보지 못했던 책들을 한 권씩 읽어보자.는 다짐이 절로 나온다. 책에서 마음을 달래고자 하는 나이기에 아마 이전에 구매했던 책들은 나의 상황들을 돌아보고 미래를 향하는 아이디어를 얻기에 좋은 원천이 되어줄 것이다.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려 지금이라도 읽으니 다행이지’ 라며 마음을 위안하며 책장을 연다. 책장을 펴기가 무서울 정도로 깨끗한 상태의 책을 보니 살짝이 부끄러워진다. 마치 정신 분석서를 보는 듯 목차가 나열되어 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욱 가라앉는 나의 마음을 탐구하기에는 딱 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야기로 시작한 책은 결국 저자가 마음 공부를 하며 느꼈던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저자는 포착된 일상의 단면을 통한 나의 상처 치유, 그리고 조금 더 여유롭고 독립적인 나로 우뚝서는 과정을 담담히 그려냈다. 나는 저자가 제시한 경로에 따라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저자는 그동안 자신을 알고 싶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았다. 홀로 유럽과 오세아니아, 남태평양을 아우르는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심리상담을 받았다고도 했다.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 명리학을 공부하기까지 했단다. 나를 알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따로 많은 노력을 하지는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머릿 속을 스쳤다. 하지만 괜찮다. 그래서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던가. 저자가 오랜 시간 깨달은 내용들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너무 날로 먹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저자는 내가 잊고 있던 시간들을 일깨워주었고, 나는 때로는 ‘아 나도 그랬었지’라고 저자의 마음에 공감을 하는가 하면 잊고 있던 지난 시절들을 기억해내기도 했다.
유치는 유아기에 제대로 된 애착관계를 맺지 못한 사람의 전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았다. 나를 갈망하면서도 내게 접근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내게 서운함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내게 투정하고 매달리는 대신 거리를 두었으며, 어느 순간 나를 향해 품었던 애착을 분노로 바꾸어버렸다. – p36-
저자처럼 나 또한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접근하는 것을 어려워 했었다. 내가 미리 눈치를 봐서 상대방이 필요할 것 같은 것을 미리 해주는 것을 배려라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내가 바라는 것을 알아서 해주는 상대방을 남몰래 미워했다. 그렇게 혼자서 화가 나는 감정들을 쌓아나갔고, 상대방은 결국 차갑게 돌아선 나를 보며 황당해하며 관계가 끝나버리는 그런 연애가 계속되었었다. 저자가 해석하는 것처럼 사랑에 서툴렀던 나의 태도가 엄마와 제대로 된 애착관계를 못 맺어서 그런 것인지 나는 확신할 수는 없다. 1살에서 3살까지의 그 시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게 떠오르는 장면이나 크게 상처받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아마 심리학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분명 그 시절 분명 어떤 일이 있었기에 나는 애정결핍과 자존감 결핍에 시달리며 남들의 시선에 예민하여 그들이 바라는 모습이 되려 하고, 당당히 내가 바라는 것들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성격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나는 그 때 보다는 조금 더 나를 사랑하고 또 굳이 사랑을 구걸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울고 불며 다년간의 찌질한 연애의 경험들을 통해 나는 지난 나의 태도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조금씩 단단해졌다.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섣불리 상대방의 마음을 오해하지도, 나의 마음을 솔직히 전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나는 오래도록 이타주의가
생의 소중한 덕목이며 미덕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이타주의란 내면의 고통스러운 감정과 생의 어려움을 마주 보지 못해 그것을 외부로 옮겨놓고 타인을 보살피고 돌보는 방어기제일 뿐이라고
믿는다. 이타주의 방어기제는 특히 병리적 의존성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환상의 콤비 플레이를 펼친다. 많은 정신 치료자들도 자신들의 직업이 일종의 병리적 증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다룸으로써 자신의 어려움을 피하는 방어적 태도라는 고백이다. – p172 -
저자처럼 나 또한 다른 이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 일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것처럼 살기도 했다. 내 방 청소는 안 해도 동아리 방 청소는 집보다 더 깔끔하게 했다. 징징거리는 소리를 하기가 싫어 내가 실연을 당했을 때에는 친구들에게 힘들다는 내색한 번 안 하면서도 그녀들이 울며 전화했을 때에는 그것이 비록 시험 전 날이라 하더라도 달려가 힘이 되어주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가 애써 베푸는 친절과 배려들이 받는 사람에게는 크게 고마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작 내가 필요해서 사람들을 부르는 용기를 내었을 때 자신의 불가피한 이유로 인해 못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가장 먼저 앞세우며 사는 친구들이 더욱 행복한 것도 같았다. 또한 내 스스로 내가 베푸는 친절이 보답을 바라면서 베푼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가 아무런 대가 없이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배려하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나의 어려움을 마주하지 못해 이를 다른 이들에게 베푸는 쪽으로 푸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아마 그럴 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는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돕는 데 능하고 나의 문제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이 가는대로 가끔씩은 친절을 베푸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때때로 내 문제를 뒤로 하고 남의 문제만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 인지되면 그 때는 마음을 챙겨 내 안으로 잠시 시선을 돌리면 되지 않을까. 요즘 내가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는 '남의 일에 관심 끊기' 라는 부분이 잘 안되어도 작심 일일이 다시 작심 삼일이 되고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가 마음을 잘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났던 것 처럼, 그리고 상담사 등 주변에 도움을 청했던 것처럼,
나는 그녀의 기록을 통해 다시 한 번 그동안 잊고 지내던, 혹은 고민하고 있던 문제들을 직면할 수 있었다.
남의 인정을 지나치게 바라는 나의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알 수 있었고, 현실 속의 내 모습을 부정하고 있었던 나를 볼 수도 있었다. 말 그대로 힐링을 받은 기분, 이 평온한 마음을 안고, 나는 일상 속에서 또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여행을 떠나야 겠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내 마음이 지치는 날, 이 책을 펼쳐 들고 밑줄 그인 부분들을 읽으며 다시금 오늘의 다짐들을 되새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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