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己亥年)이 밝았다. 오십 대 중반을 맞이한 우리 부부는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그런데 평생을 공직생활에만 몰두하며 살아온 남편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은퇴 후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에 대한 질문에 막막해 한다. 그래서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라는 책을 구입하여 같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산맥 타기, DNA 코드 발견, 욕망 요리법, 몰입 경험 분석, 피드백 분석, 내면 탐험 여섯 가지 내면의 강점 발견법을 소개하고 있다. 자기만의 강점은 있지만 그것을 발견하고 계발하는 데 방법을 몰라 헤매는 사람이라면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각자 여섯 명의 저자들이 어떻게 강점을 발견하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생생한 경험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데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마다 강점이 다르듯이 강점을 발견하는 방법 역시 다를 수 있어 독자들이 끌리거나 관심이 가는 방법부터 먼저 읽고 수행해 보도록 권하고 있다. 또한 강점을 활용하고 내재화하기 위해 그 강점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서 강점이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정리하도록 ‘강점 목록표’를 부록에 실어서 도움을 주고 있다. 각 장마다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워크북 형식의 자료와 요약도 특징적이다. 여섯 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첫 번째 산맥 타기는 생애 분석을 통한 강점 발견법이다. 산맥 타기는 단순히 말하면 인생을 길게 펼쳐 보는 것이다. 삶을 길게 펼쳐 놓고 어떤 시기에 내 삶이 빛났고 왜 빛났으며, 어떤 시기에 삶이 어두워졌고 왜 어두워졌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두 번째 DNA 코드 발견은 가족이라는 거울에 비춰 나를 들여다보는 방법이다. 부모님의 모습에서 우리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기질적 특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세 번째 욕망 요리법은 ‘욕망’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나를 다른 사람과 구분해 주는 중요한 특징이자 내가 꿈꾸는 삶에 대한 힌트가 숨겨진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네 번째 몰입 경험 분석은 나도 모르게 빠져 드는 일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몰입 경험을 찾고 바람직한 몰입 경험을 골라내고 목록을 작성하여 기질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피드백 분석은 탁월한 성과에 숨어 있는 보물을 찾는 방법이다.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어 성과를 낸 경험을 분석하고 자신의 강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여섯 번째 내면 탐험 여행은 객관적인 나와 주관적인 나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전문검사도구, 타인이 보는 나, 내가 보는 나 세 가지 시선으로 내면을 바라보고 탐험하는 것이다.

나와 가장 잘 맞는 방법을 간단한 검사를 통해 알아보니 ‘욕망 요리법’이었다. 그냥 ‘워밍업’수준의 검사였지만 제법 그럴 듯해서 가장 먼저 이 장을 읽었다. 그리고는 당장 ‘욕망노트’를 작성하고 내가 꿈꾸는 삶의 힌트를 얻는 데 도움을 받았다. 작은 경험이지만 긍정 에너지가 퐁퐁 솟아나는 것 같았다.

가장 가슴 속에 와 닿았던 부분은 ‘피드백 분석’ 장에서 저자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는 장면이었다. 나도 예전에 극한의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앓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온통 삶이 지옥이었던 과거를 떠올리면서 펑펑 울고 말았다. 작가는 인생의 문이 닫힐 때 새로운 문을 발견하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내 앞에서 인생의 문이 닫힐 때 너무 오래 머무르지 마라. 두드리지 마라. 뒤돌아가서 다시 가다 보면 새로운 인생이 열릴 것이다.’ -176쪽-

이 책이 나온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진정한 나’를 찾고 삶을 꽃피우고 있는 오병곤 작가의 모습을 책과 다른 채널을 통해 만나고 있어서인지 나도 어쩌면 이 분을 따라가다 보면  소망을 이룰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영감과 도움을 주었다. 그 중에서 세 가지만 요약하면

첫째,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 남편이 자신의 강점을 찾고 새로운 삶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둘째,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인디언식 이름을 스스로 지어 본 것이다. 나를 가장 본질적으로 잘 이해하고 나타낼 수 있는 이름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다가 ‘주변을 밝게 빛나게 하는 영적인 여자’로 지어보았다.

셋째,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내가 공부해 오고 있는 ‘존재론적 탐구방법’과 ‘표현예술치료를 활용’하여 나만의 강점 발견법을 개발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은 세상 속으로 외출한다. 신비롭게도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여행을 하다가 이 책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때에 가 닿는다. 우주적인 힘이 그러한 조류를 인도한다. - 미국작가 에리카 종, 210쪽-

미국 작가 에리카 종의 말처럼 책과의 만남도 어찌 보면 이 우주가 내게 보내는 신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신호를 알아채고 내 삶의 이정표로 삼는 지혜는 바로 우리 독자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선물로 느껴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