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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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게네스 라에르티우스에 따르면 그는 처음으로 <세계에 코스모스란 이름을 부여한> 인물이다. 그는 별들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보고 그런 이름을 붙였다. <코스모스>란 질서란 뜻이고, 이것이 피타고라스의 핵심적인 단어이다. -역사속의 영웅들 중-
수목마다 싱그러움이 가득하고 그 싱싱함 속에 수분을 하나 가득 머금고 있는 이 빛나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웬 코스모스타령이랴 싶겠지만 나는 사계절 중에 가을이 제일 좋다.
계절을 좋아함도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감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듯 하다. 예전에는 싫고 좋음이 분명하였으나 지금은 봄은 찰라의 아름다움이 있어 좋고, 여름은 뜨거운 열정이 있어 좋고, 가을은 한 없이 우수에 젖어들 수 있으니 좋고, 겨울은 눈꽃이 날리는 날 어린아이 처럼 마냥 좋아할 수 있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그 중에서 굳이 제일 좋아하는 계절을 꼽으라 한다면, 가을이 가장 좋다.
그 좋음에 있어 단연 코스모스의 비중이 크다.
초여름에도 간혹 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코스모스는 가을 코스모스가 제격이다.
무더운 여름날의 코스모스는 웬지 낯선 이방인 같을 뿐, 그닥 예뻐 보이지 않는다.
눈이 시리도록 짙푸른 하늘아래 간지럽다는 듯 한들거리는 그 어여쁨을 따라 갈 수는 없다.
코스모스는 참 특이하다. 꽃이라 하기엔 싱거울 만치 훌쩍 큰 키에 향기도 없다. 장미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백합이나 목련처럼 귀품있어 보이지도 않으며 벚꽃처럼 황홀하지도 않다.
대부분 다른 꽃들은 축하의 의미로, 격려의 의미로, 사랑의 또다른 언어로 기쁨과 선물을 선사하고, 곱게 피어오르는 연꽃은 더럽고 오염된 곳에서 피어오름으로 그 고귀함을 인정받고, 국화꽃은 사람의 생이 다하는 날 바쳐진다.
그러나 이 코스모스는 아래 저래 꽃대접이 시원찮다. 하지만 이 코스모스가 바로 내가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 인 것은 참 특이한 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개 무리지어 핀다. 껑충한 키들을 하고 떼지어 피어 있는 그들은 국도변에 묵묵히 서 온몸을 흔들며 환호하다가 잠잠해지고 또 열렬히 환호하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서 열정을 본다. 거세게 흔들리는 그들의 몸짓에서 삶에 대한 저항과 순응을 본다. 국도변을 따라 가는 여행 길에서 열렬히 환호하는 그들의 뜨거운 함성과 몸짓을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뜻밖에도 쓸쓸함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의 그 뜨거운 몸짓 뒤에 쓸쓸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쓸쓸함이란 달리 말하면 외로움 일텐데 무리지어 피어나는 그들에게서 묻어나는 이 외로움은 과연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별들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보고 코스모스라 하였듯이 코스모스는 질서와 조화가 있는 우주를 뜻한다.
나는 이 우주가 그렇듯이, 우리 인간의 완성된 듯한 삶도 기쁨으로만 충만한 삶도 사실은 미완의 삶에 불과하며 어떠한 삶도 결국은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삶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열렬한 흔들림은 반복하고, 수없이 많은 무리 속에서 깔깔 대다가 문득 상념에 젖게 되는 우리의 삶이 코스모스와 닮았다는 생각 때문에 좋아하는가 보다.
코스모스의 그 열렬한 몸짓이 함께 뒤섞여 혼돈의 상태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그 안에서 질서와 조화를 이루 내듯이 내 삶이 치기어린 열정을 넘어 질서와 조화를 가꾸어 낼 줄 아는 성숙한 삶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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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마다 싱그러움이 가득하고 그 싱싱함 속에 수분을 하나 가득 머금고 있는 이 빛나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웬 코스모스타령이랴 싶겠지만 나는 사계절 중에 가을이 제일 좋다.
계절을 좋아함도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감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듯 하다. 예전에는 싫고 좋음이 분명하였으나 지금은 봄은 찰라의 아름다움이 있어 좋고, 여름은 뜨거운 열정이 있어 좋고, 가을은 한 없이 우수에 젖어들 수 있으니 좋고, 겨울은 눈꽃이 날리는 날 어린아이 처럼 마냥 좋아할 수 있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그 중에서 굳이 제일 좋아하는 계절을 꼽으라 한다면, 가을이 가장 좋다.
그 좋음에 있어 단연 코스모스의 비중이 크다.
초여름에도 간혹 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코스모스는 가을 코스모스가 제격이다.
무더운 여름날의 코스모스는 웬지 낯선 이방인 같을 뿐, 그닥 예뻐 보이지 않는다.
눈이 시리도록 짙푸른 하늘아래 간지럽다는 듯 한들거리는 그 어여쁨을 따라 갈 수는 없다.
코스모스는 참 특이하다. 꽃이라 하기엔 싱거울 만치 훌쩍 큰 키에 향기도 없다. 장미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백합이나 목련처럼 귀품있어 보이지도 않으며 벚꽃처럼 황홀하지도 않다.
대부분 다른 꽃들은 축하의 의미로, 격려의 의미로, 사랑의 또다른 언어로 기쁨과 선물을 선사하고, 곱게 피어오르는 연꽃은 더럽고 오염된 곳에서 피어오름으로 그 고귀함을 인정받고, 국화꽃은 사람의 생이 다하는 날 바쳐진다.
그러나 이 코스모스는 아래 저래 꽃대접이 시원찮다. 하지만 이 코스모스가 바로 내가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 인 것은 참 특이한 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개 무리지어 핀다. 껑충한 키들을 하고 떼지어 피어 있는 그들은 국도변에 묵묵히 서 온몸을 흔들며 환호하다가 잠잠해지고 또 열렬히 환호하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서 열정을 본다. 거세게 흔들리는 그들의 몸짓에서 삶에 대한 저항과 순응을 본다. 국도변을 따라 가는 여행 길에서 열렬히 환호하는 그들의 뜨거운 함성과 몸짓을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뜻밖에도 쓸쓸함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의 그 뜨거운 몸짓 뒤에 쓸쓸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쓸쓸함이란 달리 말하면 외로움 일텐데 무리지어 피어나는 그들에게서 묻어나는 이 외로움은 과연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별들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보고 코스모스라 하였듯이 코스모스는 질서와 조화가 있는 우주를 뜻한다.
나는 이 우주가 그렇듯이, 우리 인간의 완성된 듯한 삶도 기쁨으로만 충만한 삶도 사실은 미완의 삶에 불과하며 어떠한 삶도 결국은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삶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열렬한 흔들림은 반복하고, 수없이 많은 무리 속에서 깔깔 대다가 문득 상념에 젖게 되는 우리의 삶이 코스모스와 닮았다는 생각 때문에 좋아하는가 보다.
코스모스의 그 열렬한 몸짓이 함께 뒤섞여 혼돈의 상태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그 안에서 질서와 조화를 이루 내듯이 내 삶이 치기어린 열정을 넘어 질서와 조화를 가꾸어 낼 줄 아는 성숙한 삶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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