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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9일 12시 16분 등록

  

제목 : 따뜻한 IT

 

#1

 

나무들이 다가온다. 새벽에 출근을 위해서 집을 나설 때 나의 눈에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나무들이다. 봄의 나무들은 그 변화가 눈부시다. 얼마 전에는 개나리, 목련, 벗꽃이 변화를 주도했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꽃을 피우고, 떨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잎을 내면서 단기간에 눈부신 변화와 성장을 이뤄낸다. 그들이 보여주는 꽃의 향연은 봄이 왔음을 선포하는 의례이다. 우리는 다양한 꽃축제를 통해 그 만발함을 마음껏 즐기며 계절의 변화를 인식한다.

 

은근하지만 이번 주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느티나무다. 지난 주 초만 해도 앙상한 가지만 눈에 보이던 느티나무들이 그 가지들 사이로 자그만 점들을 피어내더니 지난 몇 일 사이 작은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면서 연녹색 잎들이 나뭇가지의 선을 덮어버릴 정도로 자라버렸다. 매일 아침 같은 길을 걸어가면서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상큼한 연두색의 작은 잎파리들을 관찰하는 즐거움은 최고였다.

 

#2

 

지난 1월부터 아이폰을 썼다. 4개월 쓰다 보니 이제 대충 그 효용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의 주요 장점은 (1) 휴대폰 무선망을 이용해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특히, 이를 활용하여 무선으로 이메일, 웹브라우저, 기타 다양한 어플들(교통 정보 검색, 지도 검색, 네비게이터 등)을 통해 정보 검색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점, (2) MP3 + 휴대폰 + 카메라 + PDA 기능이 통합이 되어있어 기기 집적도가 높아 기계 한 대로 이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장점들은 특히 이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높은 자유도를 제공한다. 특히 나처럼 기술 영업 + 엔지니어 역할을 하면서 고객사를 많이 돌아다녀서 이동이 많으며 그러면서도 이동 중에 다양한 형태의 정보 검색 요건(이메일, 업무 문서, 관련 정보 검색 등)이 많은 사람에게는 스마트폰은 그 효용성이 거의 구세주에 가깝다. 왜냐하면 장소와 상관없이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 검색을 하고 업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은 이동할 때 그 가치가 높기 때문에 디지털 노마드의 핵심 도구라고 할 수 있겠다.

 

#3

 

비오는 선릉을 걷는다.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아이폰으로 명상 음악을 듣는다. 중간에 만난 나무들이 이뻐서 아이폰으로 몇 장 사진을 찍는다. Facebook에 올릴까 하다가 그냥 놔 두고 아이폰 배경 화면만 새로 바꾼다. 화면 상의 은은한 숲길 사진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갑자기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 문자로 사진을 전송한다. ‘사진 좋은데’, 즉시 답이 온다. 갑자기 업무 생각이 나서 잠시 선릉 내 휴게실에 앉아 메일 체크를 한다. 몇몇 메일을 읽고 업무 지시를 위해 팀원에게 전화를 한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서 윗분에게 간단히 보고 메일을 보낸다. 그리고는 휴게실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시 상념에 잠긴다.

 

자연과 IT와 나는 그렇게 어우러진다. IT는 도구다. 내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온도가 달라질 것이다. 내게 아이폰이 가장 고맙게 느껴질 때는 자연 속에 있을 때이다. 어제처럼 선릉을 거닐면서도 회사 일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조합하기 힘들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폰 덕분에 나무 숲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느끼면서도 메일을 체크하며 답장을 보내며 필요한 문서를 검색하며 일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정말로 유용한 도구다. 나로 하여금 일과 자연을 조합하고 균형을 갖출 수 있는 자유로움을 준다. 내 의지로 그 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자연 속을 거닐며 혹은 그 속에서 생활하면서 꼭 필요할 때 IT 도구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때 IT와 삶의 가장 적절한 균형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때가 IT가 가장 따뜻해지는 순간이 아닐까?

 
IMG_0338.jpg

IP *.45.12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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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9 12:26:14 *.160.33.180
그래,  생활 속의 아이티가  무리없이 스며들어 있구나.    에세이다.
여기에 어떤 요소를 더하면 차별성이 뛰어난 내용을 이루게 될까   ?   
성우만이 가지고 있는 것.  다른 사람에게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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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산
2010.04.30 05:56:04 *.45.129.181
네, 선생님, 이 주제로 계속 써 보겠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차별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조금 더 심도 있게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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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엽
2010.04.29 13:34:16 *.216.38.10
이 글을 읽으니 한 10년전 읽은 책이 생각이 납니다.
Machine Beauty 라는 책인데, 우리나라에도 번역서가 나와있습니다.

데이비드 겔런터, 1999, 기계의 아름다움, 현준만 역, 해냄.
David Gelernter, 1998, Machine Beauty, Basic Books.


이 책은 기계가 지닌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아름다움의 본질까지는 파고들지 않았다는 아쉬움으로 기억됩니다. 문득 이 책이 생각이 나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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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산
2010.04.30 05:59:58 *.45.129.181
오홋, 좋은 책 정보 감사 드립니다. 기계 자체와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비교할 때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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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10.04.29 14:02:02 *.93.112.125
언제부턴가 자신이 기계에 종속되어간다는 서글픈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기계를 벗어나서는 못살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도 생겼지요.
수단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에서 삶의 질과 깊이를 더하는 도구로서 IT를 접근하는 관점이 참 좋아 보입니다.
'따뜻한 IT' 제목도 다가오네요.
따뜻한 글 계속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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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산
2010.04.30 06:01:12 *.45.129.181
네, 기계에 종속되지 않고 도리어 이것들은 더욱 잘 활용하여 삶의 아름다움을 이루어가는 방법에 주제를 맞추어 볼까 합니다. 격려 감사드립니다^^. 선배님도 연재 컬럼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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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4.29 18:46:02 *.163.127.53
공감이 가... 무척 많이...
나도  지금 여기서 그 문명의 혜택을 보고 있으니까...

요즘 검은  초합금강으로 잘 부러지지도 않고  부러져도 치명상을 줄일수 있도록
뚝뚝 부러지지,  거기에다  방탄 섬유 케블라로 만든 도복... 
그래도 죽을 놈은 죽고  뚫어질 때는 뚤어지지... ^^

아이러니하게도 검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검은 검이지 
검의 치명적인 약점은  생명이 없다는 거지.
다루는 자에 의해 마검이 되기도 하고 신검이 되기도 한다는 거지.

그리고 검을 다루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캐릭터가 나타나지,,,  
따뜻함은 아이티가 아니라 그 아이티를 다루는사람이 따듯한거 아닌가?

동양은 검에 생명을 불어넣지  제례의식을 통해서... 
따뜻한 아이티가 되는 제례의식은 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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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산
2010.04.30 06:03:09 *.45.129.181
그쵸, 본질적으로는 IT를 잘 활용해서 삶을 따스하게 만들어 보자는 거죠^^. 형의 커멘트를 듣고 있으면 진짜로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너무 핵심을 무찌르고 들어와서^^.

제례 의식에 대해서도 함 고민해 볼께요. 좋은 아이디어 같애^^.

형아야, 빨리 와라. 진짜 보고 잡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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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4.30 13:04:21 *.30.254.28
따뜻한 에세이 잘 읽었습니다.
따뜻한 IT 라면,  무게중심이 따뜻함과 IT 에 둘다 있는 것인가 보군요.

햇살처럼 따스한 느낌, 때로는 겨울밤 따땃하고, 뜨뜻한 구들장의 느낌
때로는  앗 뜨거워! 하고 깜짝 놀라는 듯한 뜨거운 삶....
IT 는 작은 양념으로 하시고, 메인을 따스한, 혹은 뜨뜻한, 때로는 뜨거운 삶으로 해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한번의 술자리로 그냥 가지게 된 느낌입니다..
그럼, 전 발등의 불이 뜨거워서 끄러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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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5.04 15:04:11 *.30.254.28
ㅎㅎ..아 좋지요..그런데, 조금만 더 2~3주,
이 생활에 적응(?)된 후에 하는 것이 어떨가 싶습니다. ㅎㅎ
무쟈게 힘드네요...
야간대학원도 그렇듯이, 직장인은 특별대우를 받고 싶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데 힘든만큼,  꼭 그만큼 행복합니다.. 그래서 무쟈게 행복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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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산
2010.05.04 12:48:54 *.45.129.181
ㅋㅋ 발등의 불 잘 끄셨습니까?ㅎㅎ

따스함과 뜨거움도 역시 잘 조화를 시켜야겠지요. 하지만 전반적인 모드는 따스함, 가끔 엄청 뜨거움 이 정도로 불 수위 조절을 할까 합니다. 그게 더 좋겠지요?^^

우성님도 나름 힘드실텐데 잘 유지하시는 모습 좋습니다. 언제 또 한 잔 더 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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