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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3일 15시 20분 등록

응애 12 - 나는 너를 세상의 중심에 두었다.

   참 이상도 하지. 두 주일을 칼럼을 쉬고 놀기만 했더니 오늘은 게시판에 나와 소통을 하고 싶어서 몸이 마음을 끌어내고 있다. 놀자, 놀자, 나와서 놀자.

오월은 슬픔과 기쁨이 쌍둥이처럼 나란히 마주보고 있었다. 아니, 양날의 칼처럼 번득였다. 알수 없는 출렁거림으로 들판을 떠돌았다. 바닷가를 거닐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원점에 섰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하루가 저무는 저녁무렵에도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새롭게 나아가련다.

생일선물로 아들에게 함께 걷자고 하였다. 두 달전부터 겨우 마련해둔 아들의 사흘 휴가는 회사 등반대회로 하루가 잘리고, 엄마의 저녁약속으로 또 절반이 잘려나가서 결국 하루 반 동안 빛이 났다. 가장 좋은 길을 아들과 함께 걸으려고 짱구놀이를 했다. 결국 외돌개에서 시작하는 올레 7코스와 송악산을 도는 10코스, 그리고 김영갑 갤러리를 함께 돌아보았다. 지난해에 틈이 날 때마다 익혀두었던 나만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자의 길이었다.

우리는 해가 지는 저녁에 하멜이 표류했던 용머리 해안을 돌아보았고 잠시 함께 조랑말을 탔으며 보름달이 뜨는 저녁엔 송악산에 올라 한라산과 서귀포의 바다 전경을 앞에 두고 태평양을 바라다 보았다. 정말 천하가 태평한 시간이었다. 아들은 송악산의 화산 분화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런 평화가 얼마만인지.....아들이 학교를 다니고부터는 결코 가져보지 못했던 시간인 듯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준비했던 말은 끝내 하지 못했다.

어미독수리가 되어 새끼를 절벽으로 밀어내지도 못했고, 어미곰이 되어 딸기밭에 버려두고 오지도 못했다. 할 수 없다. 머리가 이해한 것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인위적으로 끌고 갈 일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만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했던 이 눈부신 하루 반이 그렇게 행복했음을 새삼 깨달았을 뿐이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 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아, 내 아들아, 나는 이제 다시 너를 세상의 중심에 세운다. 그동안 진심을 감추고 “이 세상은 이토록 험한 곳이니 너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입하기 위해서 온갖 요동치는 세월을 다 보냈었다. 오직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이다. 그러나 겪어보니 그 말은 진리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진심이 아닌데 그 마음이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가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눈으로 길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래서 그 길을 함께 걸어보았다. 마음이 가는대로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길을 따라 살기로 했다. 나는 아들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사랑스럽다. 그러니 사춘기부터 겪어온 힘겨루기를 이제는 그만 놓아버리고 싶다. 나는 아무래도 네게 대한 내 사랑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러니 이제부터 나의 방식이 아니고 너의 방식으로 이 사랑을 키워나가고 싶다. 내가 먼저 길을 떠나 너에게 온전한 자유를 주고 싶다. 그동안 세상의 사랑을 받으라고 강요했던 모든 요구들을 이제 스스로 모두 거두어들인다. 너는 너만의 눈부신 하루를 살아갈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 이미 너의 것이었던 빛나는 인생에 너무 오래 개입했다.

일상이 황홀한 세상으로 성큼 성큼 나아가거라. 그리고 세상의 중심에 사람을 세우고 너를 세우고 사랑하며 살아가거라.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살다가 힘이들면 고향 땅을 찾아들듯이 되돌아오너라. 힘들땐 서로 돕는 것이 당연한 인간의 도리이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사람이 사람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것이 마땅하고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마음 가득 사랑을 담아 너의 평화를 빈다. 지극한 사랑으로 너의 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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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10.06.04 12:28:47 *.70.61.217
멋지네요.
가슴을 쓸아내리며 따뜻한 숨 한 번 내리쉽니다.
"이미 너의 것이었던 빛나는 인생에 너무 오래 개입했다"
축하드려요.
가장 큰 사랑을 이제 아들에게 주실 준비를 끝내신 것을.
어머니란 이름으로, 어쩌면 스스로 짊어진 질고까지 
우리 이제 다 내려놓아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으면 세상을 가장 바로 사는 것이 아닐런지요. 
샘,
지금 옆에 있으면 그냥 꼭 안아드리고 싶네요.
글이 점점 쟁반에 구르는 옥구슬같아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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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6.05 00:18:32 *.67.223.154
로이스가 품고있는 자식사랑을 나는  반도 따라가지 못해요.....
이제야 겨우 아이가 기뻐하는 것에 대한 깨우침이 시작된걸요.

누구보다도 먼저 공감해주고...또 칭찬해주니
정말 사람사는 세상에  내가 살고 있군요.
감사하다는 말은 내가 소은에게 두고두고 해야할 말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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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4 17:16:11 *.246.146.138
부산의 모닝페이저이자 꿈벗이며 단군 프로젝트 부족인 강경란 선생님이 어미곰 상담센터를 하시더군요.
좌샘도 만났다구요?

이어령 선생님의 어미곰 사랑을 읽으며 생각이 많았습니다.
아이의 딸기밭을 나는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인가...

어쩌다 보니 '곰'과 연결되는 일이 많은 이즈음입니다. ㅋㅋ
행복하세요 좌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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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범
2010.06.05 00:31:36 *.67.223.154
 형산은시리우스아부지곰?모두다붙여놓으니재밌네요

지난번에 어머니 기일이어서 부산 갔을때
지금샘을 빨마에서 만났어요. 어미곰 이야기도 그때 들었고........
형산 집에서 센터가 가까운 것 같던데...사실 그때 형산을 강추했었지요...
서로 만나야한다고...송암도  만나보면 의기투합하여 멋진 변경연 부족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던데요.... 

얼쑤 부산, 절쑤 곰....얼쑤절쑤 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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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6.05 01:54:32 *.131.127.50
 나는 선생님을 존경해요,
세월 앞에서,  그 많은 마음 앓이을 넘어서 
그렇게 의연하시고  보이지 않게 배려하시는 선생님이 좋아요,

수료여행 떠났을 때,
마지막 날  혼자 아침을 준비하는 걸 보고 놀랬었어요...
어미니같고, 큰누나 같고, 맘 깊은 친구같은
왕누님을 사랑합니다.

내 자식이 선생님을 알게돼서 기쁨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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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범
2010.06.06 08:06:34 *.67.223.107
어제 때맞춰 안부전화를 해온 재홍이랑  데이트를 했어요.
주민등록증 나왔다고 자랑하드만...
학교가 요새 난리도 아니래...

그아이가 스스로를  "공부 못하는 걸 빼고는  참 괜찮은 사람" 이래....
그럼그럼,  본래 학교에는 공부 잘하는 사람이 없는 법이거든....
그리고 진짜공부야 맘만 먹으면 언제나 잘할 수 있는것 아닌가?  ㅋㅋ

잘생기고 말잘하는 청년과 데이트하는 기분 짱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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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6.05 15:05:28 *.154.234.32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요 위의 백산 형의 말에 백배 공감합니다.

어제 TV에서 휴먼 다큐멘타리 '사랑'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좌샘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앞두고 있는 어머니의 남편과 자식에 대한 사랑,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와 안타까움에 찡했습니다.
삶의 한 순간 순간이 절정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역시 죽음이 삶을 인도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살아있을 때 잘해"
그런 각오를 다시 해봅니다.
죽음을 통해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여길 수 있는 좋은 책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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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범
2010.06.06 08:26:42 *.67.223.107
 
ㅋㅋ 이하동문으로
왕누님을 사랑해줘서 기뻐요.

사람의 한살이를 되돌아보다보니까.....
장면장면에서 감정처리가 참 미숙했었다는...그런 일들이 많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감정공부> 라는 두툼한 책을 사와서 공부하고 있는 중이예요.
내마음이 그안에 많이 들어있는 것이 재미있군요.

EQ가 그 시작이었다고 .... 그리고 이 책은 "어둠의 감정의 연금술"이라고 서문에 쓰고 있네요.

감정의 재탄생, '감성 플러스'도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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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연주
2010.06.07 18:50:02 *.171.205.225
날려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운다는 도종환 님의 스승의 기도가 생각납니다.
부모나 선생이나...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온전한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은듯해요.
하지만..좌샘!!! 멋지세요~ 아드님이 참...부럽습니다.
그리고...좌샘의 응원 항상 고맙습니다.
문득문득 힘이 들때 좌샘 생각이 났다면...믿으실라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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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6.09 01:44:45 *.67.223.107
가족1명이 술마시느라 미처 귀가를 몬하고있네,
어찌 차마 잊고 잠잘 수 있으랴?.... ㅋㅋ
사실은 오후에 마신 커피덕에 말똥말똥.... 

고함을 질러 연주를 응원하고 싶지만...이젠 기운이 없어서리
소근소근 속삭이듯 응원할께요.
성큼성큼 뒤돌아보지말고 앞으로 나아가요.  낭만 연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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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1 10:18:29 *.40.227.17
좌샘~ ^^

재홍이랑 데또.. 잘 하셨네여..
먼길 가셔서.. 지치실까 쪼께 걱정됐는데.. 안심이에여..

마음 써주셔서.. 감사드려여..
좌샘은.. 참 따듯한 분이세여..^^

석촌호수는.. 밤에.. 호수에 비친 가로등 불빛보며.. 바람 느끼며 걸어야.. 제맛?인데여..
언제 기회가 되면.. 야심한 밤?에.. 빨리?ㅋ 걸어여.. 아, 야식도 빼먹으면 안되겠져.. ^^

늘 에너제틱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아름답게 가꾸시는 모습.. 
넘 좋아여.. 그거이를 보는 불확이도 힘이 불끈불끈.. 헤헤 ^^

선생님~, 언제나 화이팅!이에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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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mhae
2010.06.13 03:46:32 *.67.223.107
혜향불확신애쨩,

조용하고 부드럽게 비가 내리고 있네.
미친듯이 더웠던 이틀이 지나고 찾아온 비여서 더 반가웠던 것 같으다.
그리스를  이겨서 좋긴 하지만  여러가지로 지쳐있을 그들을 돌아보면
우리만 좋아 죽는 것이 좀 미안하기도 하단다.

애들이 한참 응원하고 기분 풀고 밤늦게 들어오는바람에
나는 다시 리듬을 깨고 일어나 조르바를 읽고 있단다.

이번주 수요일 Mrs. Dallaway 보러갈래?
오후 2시 신세계 본관.
미리 예약해야 하니까 이 글 읽으면 바로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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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7 12:48:20 *.67.223.107
혜향아,

나는 네가 나를 버스 정류장까지 델꼬가서 방향을 다시 확인한 담에
잘가고 있는지 물어보고...또 그럴만한 시간이 지난 후에....
과연 지하철은 제 방향으로 잘 타고 가고 있는지, 또 물어보고..... "구"래서

그 많은  과거사들이 확 떠오르"구"
내 인생에서 "구"런 배려를 언제 "구"렇게 받은 적이 있었든지......
"구"랬어.

참 독특한 느낌이었단다. 사랑스런 불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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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6 07:50:24 *.40.227.17
좌샘~ ^^

영화 좋아한다는 거이.. 잊지 않으시구..
챙겨주셔서.. 감동했어여..

우리가.. 이겨서 그랬나여.. 
선생님 목소리에.. 활기가..화~악.. 느껴지던데여.. 헤헤^^
 
마음 써주셔서.. 감사드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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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10.06.13 20:09:40 *.131.0.11

아 이 누군가를 향한 이 짙은 사랑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는 사랑

사흘휴가
생일선물 걷기
저도 그 선물 신청 하고 싶어요

연락주셨는데 메아리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드님을 향한 절절한 마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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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6.14 23:22:03 *.142.204.124
지금샘
지금시인샘
지금시를쓰고 지금글을쓰고 지금곰이되려고....
 
서울있다시길래  번개날렸는데... ㅋㅋ
지금샘은 역시 숙제를 선택하더군요.
나중메아리 말고 지금메아리 올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우히힛~

아드님은 첫 휴가를 다녀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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