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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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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9일 07시 2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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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12일 토요일 숀 일행은 파사가드 호텔을 나와 푸르잔으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부셔항은 작은 배들로 꽉 찬 작은 포구 같았지만 고기잡이 배는 볼수 없었다. 그들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모터 보트에 짐과 함께 올랐다. 10분이 지났을까 Sea Diamond호가 그들의 눈 앞에 다가왔다.  알디사의 사장 알리야곱과 선장 닉이 그들을 반겼다.

밤 11시 Sea Diamond호의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물속에 박혀있던 앙카를 윈치가 끌어 올렸다. 그 소리는 무척이나 힘겹게 들렸다. 배는 서서히 움직였다. 밤새 배의 요동이 심상치 않았다. 파도가 무척 높았다.

“부장님. 이럴 때는 주무시는게 최곱니다. 속이 울렁거리시죠. 1층에 있는 덴트사 애들은 배멀미가 심하네요. 베루스는 토하고 난리도 아닙니다.” 배를 많이 타본 숀이 요나를 걱정했다.
“아니. 배멀미같은거 해본 적 없어. 난 괜찮은니까 자네나 먼저 들어가.” 요나는 태연한 척했지만 그의 뱃속은 이미 뒤섞이고 있었다. 요나는 숀이 침실로 들어가고 5분을 버티지 못했다. 그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파도에 뱃머리가 바서져라 부딪쳤다. 밤새 쩡쩡거리는 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요나는 잠을 설쳤지만 2층 침대에서는 숀의 코고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고요해졌다. 부셔를 떠나고 5시간이 지났을까 배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힘겹게 올라왔던 앙카가 바다속으로 곤두박칠 쳤다. 난생 처음 듣는 앙카 떨어지는 소리에 잠시 붙었던 요나의 눈과 귀가 찢어졌다.

한 달 전부터 먼저 작업을 시작한 Basim호가 Sea Diamond로 다가와 배를 붙였다. Basim은 쇠 파이프로 만들어진 Fixed Platform의 다리에 그라우팅을 하기 위한 선행 작업을 위해 본 선단보다 먼저 투입되었다. 이 배에는 모테자가 이끄는 알디사의 다이버 8명과 텐트사의 그라우팅 슈퍼바이저인 브라이언과 페트로스가 한 달 열흘째 작업을 하고 있었다. 

브라이언이 베루스와 페트로스를 이끌고 숀과 요나가 기거하는 2층을 찾았다. 사무실 겸용으로 쓰이는 회의실은 5명이 앉기에 비좁았지만 서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서로 통성명을 하고 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텐트사의 총괄 메니저인 브라이언의 노트에는 그동안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니들은 모를 것이라는 듯 문제점을 적은 글씨로 빼곡했다. 이미 브라이언은 F-Project의 선행 작업을 수행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프로젝트 관계자에게 전체 이메일 폭탄을 터트렸었는데 그건 선전포고였다는 듯 그의 얼굴은 상기되 있었다.

“숀. 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내 말은....” 브라이언이 말문을 열었다.
“괜찮아요. 브라이언. 선행 작업에 우리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해요. 고생 많았죠.” 숀이 브라이언을 진정시키려는 듯 웃으며 그를 달랬다.
“음~~ 알디사 사람들하고 말이 통하질 않아요. 여기 애들은 무조건 ‘노 프라블럼’이야. 그러니까 말야. 내가 미치겠다는 거지. 문제없다고 하면서 내가 하라고 하는 건 작정 한 것처럼 비켜가고 있어. 이 상태대로 라면 나는 그들이 한 작업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음~~ 내가 슈퍼바이져로 온 건지 슈퍼멘인지 헛갈립니다. 어떻게 할 꺼죠?” 브라이언은 분풀이라도 해야겠다는 것처럼 쏴대기 시작했다.
“동균아.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봐라.” 요나가 숀의 한국 이름을 불렀다. 숀의 이름은 김동균이다.
“네. 부장님.” 숀은 요나를 잠시 보고는 브라이언에게 시선을 돌렸다.
“알았어요. 브라이언. 좀 더 자세히 상황을 설명해주면 좋겠어요.”
“음~~ 그러니까. 내 말은 알디사 사람들은 영어로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래가지고는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거죠.” 브라이언이 페트로스에게 시선을 옮겼다. 페트로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브라이언이 말을 계속 이었다.
“숀. 나는 물속에서 하고 있는 작업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왜 그러냐면, 다이버들이 CCTV가 장착된 헬멧을 쓰고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나는 그거 보지도 못했거든. 내가 작업 상황을 확인해야 하니까 그거 쓰고 들어가야 된다고 했더니 얘들이 뭐라는 줄 알아. ‘노 프라블럼’이래. 뭐가 문제없다는 거야. 그게 문젠데. 그래서 그거 있기는 있는 거냐고 물었더니 또 ‘노 프라블럼’야.” 브라이언은 두 손의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며 어깨를 들썩였다.
“알디사 사람들이 영어가 서툴러서 그런 거니까. 당신이 좀 이해해줘요.” 숀이 쓴 웃음을 지으며 브라이언을 달랬다.
“숀. 음~~ 그러니까. 내 이야기 아직 안 끝났어.” 브라이언은 볼펜으로 하나씩 체크해 가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음~~ 그래서. 내가 클램프 설치는 지금 상태로 절대 안 된다고 했거든. 그라우팅이야 밸브 연결해서 쏘면 되는데, 클램프는 그게 그렇지 않거든. 클램프 끝 쪽에 있는 고무 가스켓의 내경이 파이프의 외경보다 10mm는 더 작아야 한단 말야. 근데 그걸 똑같이 해서 물속으로 같고 들어갔어. 그거 가스켓이 파이프를 제대로 감싸주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숀도 알잖아.” 브라이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의 말이 길어질수록 어이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부장님. 가스켓이 파이프를 제대로 감싸주지 못 한다는게 무슨 뜻이죠?” 숀이 기술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요나에게 물었다.
“이상하다. 가스켓 내경이 분명 파이프 외경보다 10mm 작게 설계되서 제작도까지 작년에 보내졌는데. 뭐... 어쨌든. 그런 상태로 그라우팅을 하면 시멘트가 클램프 안에 채워지질 않지. 가스켓이 헐거워져 그리로 다 빠져나간다는 거야. 저 양반 말이 맞아. 미칠만 하네.” 요나가 브라이언을 거들었다.

30분이 넘도록 브라이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는 두 페이지 가득 써온 그동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집었다. 선상 생활의 어려움부터 작업에 대한 문제까지 다 이야기하고는 오랜 변비에 시달리다 쾌변의 통쾌함을 맞본 사람처럼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 드리운 걱정은 쉬 가시질 않았다.

숀은 커뮤니케이션을 자신이 직접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앞으로 문제없을 꺼고, 다이빙 컨트롤 장비는 바로 확인해서 향후 작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변비로 꽉 막힌 클램프 설치는 숀이 FX에 도착하는 즉시 직접 물속으로 내려가 동영상을 찍어 확인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쳤다. 그리고 그는 브라이언과 페트로스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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