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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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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7일 04시 38분 등록

오디세우스의 귀환 중

칼립소의 이름은 ‘숨기는 여인’이란 뜻을 갖고 있다. 오디세우스를 칼립소는 7년 동안 숨겨 놓았다. 칼립소는 난파하여 자신의 섬으로 떠내려 온 오디세우스가 자신과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면 영생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잠자리와 먹을 것, 사랑을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디세우스는 고향을 그리워했다. 아테나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제우스가 칼립소에게 오디세우스를 돌려보내라고 명령하지 않았다면, 오디세우스는 영원히 그렇게 살아야 했을 것이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명을 받아 칼립소를 찾아가 제우스의 명을 전달했다. 그 말을 들은 칼립소는 신들의 뜻에 따라 오디세우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고 헤르메스는 떠난다.

칼립소는 원하면 떠나도 좋다고 말하며 자신이 도와주겠노라고 말한다. 연장과 나무를 마련하여 오디세우스에게 쪽배를 짓도록 한다. 그 여행 앞에 재난이 있을 것이라 하며 원한다면 이 곳에 계속 머물러도 좋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그 청을 거절한뒤 배를 만들어 칼립소를 떠난다. 약속대로 칼립소는 떠나는 순간까지 오디세우스를 도왔다.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풍랑을 만나게 되고 파이아케스의 공주 나우시카가 바닷가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에 구한다. 이때 기억을 잃은 오디세우스는 음유시인의 노래에 기억을 찾아 파이아케스인들이 준 많은 보화를 배에 싣고 귀향하게 된다.

이타카에 도착한 오디세우스에게 목자로 변신한 헤르메스가 나타나 오디세우스가 죽었다고 생각한 신하들이 오디세우스의 아내인 페넬로페에게 재혼을 요구하며 그의 재산을 축내고 있음을 알려준다. 오디세우스는 거지로 변장하고 예전에 자신의 충복이었던 에우마이오스와 아들 텔레마코스를 만난다. 이들은 함께 페넬로페에게 구혼하고 있는 자들을 처치할 계획을 세운다.

텔레마코스는 오디세우스의 활으로 도끼 열두개 사이로 쏠 수 있는 사람이 페넬로페와 혼인한다는 조건을 건다. 구혼자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구혼자들 중 혹시 자신이 시합에서 졌다고 폭력을 쓰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말로 그들을 속여 무기를 모두 빼앗은 다음 시합을 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만다.

이 때 잔치 구석에 거지 차림을 하고 앉아 있던 오디세우스가 자신이 해 보겠다고 나선다. 사람들은 모두 비웃지만, 페넬로페가 그에게 기회를 준다. 이 때 텔레마코스가 일부러 화를 내어, 페넬로페를 자기 방으로 돌아가게 한다. 페넬로페가 방으로 돌아가고 나자, 오디세우스는 자기 정체를 밝히고 활을 쏘아 구혼자들을 모두 죽인다.

적들을 모두 처치한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의 방으로 찾아가 재회를 한다.

좋아하는 이유

1. 7년이나 한 섬에서 세월을 보냈지만 자신이 속해 있던 세상을 그리워한다.

한 섬에서 7년의 세월을 보낸다. 그 섬의 주인은 자신을 향해 사랑을 표현하고 그에게 어떤 것이든 주겠노라고 말을 한다. 자신의 현실을 버릴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예전에 속해 있던 현실을 그리워한다. 모든 걸 약속할 수 있다는 칼립소를 뒤로 한 채 그는 자신의 현실을 찾아 떠나기로 한다. 7년이라면 그 또한 자신의 현실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고 그 안에서 적응하며 그녀가 베풀어 준 것을 누릴 수도 있는 세월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이 아님을 알았고 그곳을 떠날 결심을 한다.

2. 칼립소의 도움

칼립소는 그 자신을 그곳에 머물러 있도록 한 사람이다. 어찌보면 자신을 붙잡아 두었던 사람이니 아테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제우스의 명령이 없었다면 칼립소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를 놓아주는 과정에서 칼립소는 조력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을 놓아주지 않았던 존재가 조력자로 변신하여 그 자신을 돕는다. 결국 내가 가야할 길을 막는 자가 나의 길을 도와주게 된다는 부분이 좋다.

3. 도착이 끝이 아님

칼립소도 예언했듯이 돌아가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칼립소의 도움으로 배도 만들도 돛고 달고 바람도 가득했지만 여전히 그 과정은 어려운 항해이다. 다시금 포세이돈의 분노가 그를 시험에 들게하고 기억을 잃게도 하며 돌아간 그 곳에는 자신의 부하들이 자신의 부인을 차지하기 위한 음모가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게 된다. 떠남에서 끝나지 않은 여정은 영웅으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을 더욱 더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또한 마지막의 자신의 무기를 다시 잡은 오디세우스가 예전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은 극의 절정이다.

4.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자신의 일을 찾은 해피앤딩

영웅은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자신의 여신을 만나고 또한 자신의 일을 되찾는다. 진부한 해피앤딩이라 해도 좋다. 이런 마무리가 희망을 갖게 한다.

나의 신화

1982년 5월 23일 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음력 윤 사월 초하루 20년 만에 하루씩 돌아오는 그날 아이는 태어났다.

아이가 15세 되던 해의 일이다. 오만한 아이에게 닥친 신의 분노였을까 아니면 신의 시험이었을까. 아이에게 풍랑이 밀어닥쳤다. 아이는 마음의 방향을 잃고 표류했다. 이제까지 가던 길들이 희미해지고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확실한 것은 한 가지였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만들어 놓을 길을 따라서 그들과 똑같은 어른이 되는 것은 단순한 두려움은 아니었다. 그것은 경악할 만한 공포였다.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거지?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나에게 가르치는 말들과 자신들의 행동이 전혀 다르다구. 그러면서도 어른이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따르라고 하잖아. 자신들이 틀렸음을 알고 있을까? 모르고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 정말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구.”

아이는 방향을 잃고 표류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 섬이었다.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어른이 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아이는 혼란한 틈 속에 자신의 머물 수 있는 섬에 닿게 되었다. 그 곳에는 또 다른 아이가 있었다.

시간은 흘러 갔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흘러 아이는 현실에서 보이는 성인의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그곳에서 머물렀다. 때로 현실이 그립기도 했지만 헤엄쳐서 나가기에는 여기가 어디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또 다른 아이는 아이를 끔찍이 위해주기도 했다. 부족한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점점 더 현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날 신의 사자가 내려왔다. 세상에서 사장 부드럽고 환한 모습으로 내려와 아이의 신변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제까지 아이를 잡고 있었던 또 다른 아이는 이제 아이를 보내야 함을 알게 되었다. 물었다.

“정말 돌아갈꺼야? 여기서는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지금처럼 살아도 좋아. 그들도 네가 나가기를 강요하는 건 아닐꺼야. 넌 여기 이 땅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금처럼 네가 자유롭다고 느끼는 모든 것을 하면서 살 수도 있어. 하지만 가는 길은 험해. 위험은 있을거고 넌 그걸 예측할 수도 없어. 어떤 위험이 널 기다기도 있는지도 모른다구. 결국 미처 도착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지도 몰라. 여길 봐봐. 이렇게 평화롭다구. 이제까지 잘 살아 왔잖아. 때론 그리워하는 날도 많았지만 우린 잘 살아 왔다구.”

아이가 말한다.

“ 그래도 난 가야해. 이게 정말 마지막 기회인 듯 해. 여기서 더 이상 머무를 수는 없어. 그래. 네 말대로 이 안에서 내가 할 수 없는 건 없었지.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었고. 노력하지 않아도 살 수도 있었어. 내가 먹을 것을 내가 벌지 않아도 가능했지. 하지만 너도 신의 사자를 봤잖아. 그 부드럽고 환한 사람을 봤잖아. 그가 직접 내려와서 말하잖아. 가야한다고 신의 뜻이라고. 그리고 나 역시 현실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해. 나는 갈거야. 네게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가야할 때야.”

“그래. 더 이상 널 막지는 않을게. 가려면 가. 가는 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을 줄게. 그게 너에게 해 줄수 있는 마지막이 되겠지.”

아이는 그렇게 길을 떠났다. 예전에 그리 되고 싶지 않았던 어른이 되는 길이다.

아이는 스스로 연장과 재료를 가지고 자신이 타고 가야할 배를 만들었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책을 읽고 리뷰를 하고 칼럼을 썼다. 그 배를 만들면서도 아이는 처음 해보는 일이 과연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 확실할 수는 없었다. 그저 지금은 배를 만드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는 성공리에 자신이 타고 갈 배를 만들 수 잇었다.

아이는 배를 타고 떠났다. 다른 아이가 나와 배웅을 해주었다. 그렇게 떠남이 시작되었다.

방향이 어딘지는 잘 모른다. 파도가 얼마나 높아질지도 예상할 수 없다. 어떤 암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어느 정도의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예전의 살던 곳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 또한 존재한다. 그렇게 떠다니다 또 다른 섬으로 들어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의 사자가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신의 사자가 올바른 대륙으로 이끌어 줄 것임을 믿는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가야할 길은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간에 닥쳐오는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는 아이를 점점 어른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책을 읽는다. 리뷰를 쓴다. 칼럼을 쓴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사냥도 해야만 한다. 어린아이들과 전쟁을 하고 씨름을 한다. 먹을 것은 없고 배고프지만 키를 놓아서는 안된다. 간밤에 풍랑에 맞서 싸우느라고 기력이 쇠했지만 먹기 위해서는 낚시도 사냥도 해야 한다.

그렇게 아이는 일년을 바다에 떠서 혹은 어딘가에 머무르며 자신의 대륙을 찾아 떠났다. 일년 되는 해에 아이는 그녀가 되어 자신의 대륙에 당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안도할 수 없다. 그녀가 없는 사이에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다. 그녀가 비운 자리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침투해 들어가고 있었다. 가족들은 그런 사실을 체념하여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그대로 놔 둘 수는 없다. 저기는 그녀의 자리이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한 투쟁을 다시금 시작해야 한다.

무기를 찾아야 한다. 그녀가 사용하던 무기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예전의 능력을 회복하고 더 큰 힘으로 침략자를 무찌르고 금의환향 할 수 있다. 아직은 아니다. 조금 더 찾아보아야 한다. 조금 더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녀는 옛 친구를 만나 자신의 모습을 보이며 사정을 설명하고 기회를 엿보았다.

다시금 책을 읽는다. 더 치열하게 읽고 리뷰를 한다. 칼럼을 쓴다. 평소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던지는 한 마디가 나에게 큰 도움이 된다.

찾았다. 그녀의 무기를 찾았다. 이제 무기를 잡아야 한다. 무기를 잡고 휘두를 때이다. 지금이 기다려온 때이다. 잡고 주저없이 휘둘러 침략자를 무찌르고 가족의 품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신만의 책을 쓴다. 이제야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어떤 글을 써야 나의 무기가 되어 줄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무기를 손에 잡은 순간 그녀는 익숙한 느낌이 그녀를 휘감음을 느꼈다. 예전보다 더 큰 파워로 성공리에 모든 것을 진압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직 죽지 않았음을 아직 건재함을 알릴 수 있었다. 발걸음을 옮겨 그녀의 가족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캄캄하지만 익숙한 복도를 따라 그녀의 가족을 품에 안는다. 이제야 비로소 그녀의 자리로 완전히 돌아온 것이다.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마지막 전장에서 승리를 거둔 기분이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행복해 하다가 얼큰하게 취한 기분으로 귀가한다. 어둡지만 포근한 길이다. 집으로 들어서 책을 내려놓고 아이를 안는다. 신의 사자란 이런 느낌일까. 한없이 보드랍고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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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1.05.18 11:08:09 *.98.16.15
마치 데미안의 한 부분을 읽는 느낌인걸..
귀환하면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하다는 루미의 초기 북리뷰가 생각난다.
나 또한 1년뒤 루미의 무기가 무엇일지 기대를 갖고 지켜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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