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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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불교와 심리학에서 말하는 참된 자신(Self)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궁금한 마음이 들어 민호에게 물어봤습니다.
"넌 누구냐?"
"난 포켓몬이야, 포켓몬이 좋으니까."
헉. 예상치 못한 답이었습니다.
한참동안 이 대답을 곱씹어봐야 했습니다.
그래 포켓몬을 좋아하는 것은 알겠는데, 왜 네가 포켓몬이냐?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생각하는 저의 습관이 발동합니다.
사물과 하나되는 높은 경지를 보여주는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심오한 대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백지다. 눈부시게 하얀 백지다' 라고 쓴 어느 시인의 글 귀가 떠올랐습니다.
전 우리들이 모든 것을 알고 태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태어납니다.
아이라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른들, 부모, 주변 환경입니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자신을 투영합니다.
남자 아인인 민호는 뽀로로를 시작으로 파워레인져 싸움놀이, 메탈블레이드 팽이놀이,
레고 블록놀이, 포켓몬 카드게임에 열광해 왔습니다.
지나치며 본 카드 한 장을 계속 떠올리며 "그 카드 사줘"라는 요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게 포켓몬입니다. 어른인 저조차 놀이 방법이 복잡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아이의 호기심은 더 높아만 갑니다.
어쩌면 아이들을 진짜 잘 아는 전문가는 부모나 아동상담사가 아니라 장난감 회사 직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놀이를 해야하는지 정해주고, 노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곳이 장난감 회사니까요.
포켓몬 카드 설명서에는 놀이방법이 궁금하면 바로 전화할 수 있는 번호가 적혀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고 아이들이 혼자 놀면 좋아합니다.
집중력이 높다는 둥 자율적 능력이 높아진다는 착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끊임없는 관심을 요구하는 아이로부터 해방된 기분이 들 수도 있구요.
하지만 결국 장난감 회사에 아이들을 맡기는 셈입니다.
장난감 회사에게 아이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들만큼은 해야지요.
아이와 포켓몬 사이를 비집고 끼어들어야 합니다.
진정한 친밀감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만 일어납니다.
아이와 장난감 사이에서는 아무리 '쌍방향'이라고 주장해봐야 친밀감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복잡한 포켓몬 카드 게임 설명서를 붙들고 앉아서 우리끼리의 규칙을 만듭니다.
서로 모자라는 것은 빌려주기도 하고, 과장된 반응으로 흥겨움을 더합니다.
그렇게 자유롭게 끊임없이 진화하는 우리 만의 놀이로 만들어 갑니다.
부모는 장난감 회사와 아이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끼어들지 않으면 아빠들은 아이들의 관심을 장난감에게 뺏기게 됩니다.
바쁜 아빠들이 하루종일 장난감만을 생각하는 전문가를 따라잡기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살을 맞대고 웃고 우는 사람들은 부모입니다. 승산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아닌 사람을 보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자신이 포켓몬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가 아닌 것들을 알게 되면서, 아이는 진짜 자신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겁니다..
"난 누구지?"
<태어나서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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