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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거 아니잖아
2월 수업 후기
2015년 2월 17일
마지막이라니.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 따위, 흥. 어느 순간부터인가, 죽음이 아닌 이상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별 의미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그보다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이 성인기의 경구로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삶은 이어지고, 공부는 계속되고, 방황도 계속되겠지. 그러니까, 정말 끝날 때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인연은 알 수 없다. 인연은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이어지기도 하고, 아무리 애써도 어느 순간 떠나야 한다. 그렇다고 노력하지 않는 인연이 유지되리라 믿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겠지.
1년간 어떤 일들이 있었던가. 내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던가. 어떤 것들이 계속 나를 괴롭혔는가, 또는 나를 붙들었는가. 수업을 들으며 나는 늘 무념무상이다. 지나야 한다. 순간을 잡지 못하고, 늘 반추하며 소화하는 나는 그 시간을 이해하는데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우리는 이제 서로의 스타일에 익숙하다.
앨리스가 수업을 열었다. 나는 그녀의 책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그녀의 발표도 기다렸다. 앨리스는 단단하게, 몸으로 밟아 다진 내용을 쓸 터이니까 나는 그녀의 책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 걸어보리라 생각 중이다.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주제에 내가 너무 꽂혀서. 그녀가 너무 너무 먼 파주에 사는 게 안타깝구나.
에움은 그녀답게 다른 이들보다 한 톤 높고 한 박자 빠른 목소리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분노’라는 그녀의 주제에 어울리는 톤이다. 준비해온 원고를 흘낏 본다. 휘몰아치는 글이 좋다. 분노를 촉발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달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문득. 나 창선배 된 거? 분노, 대박칠 것 같다는 창선배의 말에 나도 동의한다.
참치는 책도, 상담심리학을 준비하는 행로도 그녀답게 다부지다. 어울려. 좋은 상담가가 될 것 같아. 동호회든 상담그룹이든 노련하게 즐겁게 이끌어가는 참치의 모습이 그려져 흐뭇하다. 그녀와 나는 재혼과 의붓자녀라는 코드에 대해 언제든 어떤 얘기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한번도 이해하려 들지 않았던 부분을, 그녀를 통해 만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찰나의 워킹맘을 2년이 넘게 함께 했다. 그녀의 고민과 체험에 나는 동승하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어떤 지점에서 해답을 찾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와서 나는 왜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거대한 핑계라는 생각이 드는가. 나는 한 번도 나의 안위를 가장 우선으로 치는 이기적인 동물의 유전자에서 벗어나 행동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가. 찰나는 이 지점을 어떻게 통과해왔을까.
구달님, 책보다 삶이 더 흥미로운 분. 변사처럼 풀어나가는 그의 언어들은 뭔가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리듬이 있다. 음악과 글쓰기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리듬, 막힘없이 저절로 따라가게 만드는 리듬이 그에게 있다. 그건 그냥, 글재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야. 몸에서 저절로 흘러나와야지. 부럽다.
피울. 비주얼은 언제나 글보다 강력하고 글보다 직접적이어서, 그냥 뇌에 꽂히고 심장에 와 박힌다. 그걸 지대로 활용할 수 있는 피울이 부럽다. 나도 나도 피울에게 사진을 가르쳐달라 매달려 볼까? 그걸 핑계로 아담한 키울네 집에 들락날락해볼까. 어느 순간, 소중하지 않는 시간이 없음을 피울의 사진을 통해 확인한다. 아이들은 자라고, 햇살처럼 웃어주는 시간도 휘리릭… 간다.
녕이의 책은 허걱, 너무도 직접적이어서 놀라고 말았다. 우와, 이건 정면승부다. 하지만 그게 녕이지. 나도 그 책 보고 싶다. 경쟁, 그 놈의 경쟁. 우리는 경쟁사회에 산다, 어쩌구 저쩌구 디립다 떠들면서도 경쟁에 대한 묘한 터부가 존재한다. 그걸 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풀어낸다면… 이거 재미있을 것 같다.
해언. 에공… 목차가 어찌나 절절한지, 옛 생각이 난다. “길 위에서 나는 풍요로워졌으니…” 이 책을 해언이 준비한다면, 이 말을 무엇보다 실감하게 되겠지. 여튼 해언과 나는 아버지 딸내미들이다. 언제든 해언과 한 잔 꺽어야 하겠지. 부산에 올 핑계가 많아진 해언과의 만남을 기대해보리라.
희동. ㅋㅎ… 희동이 숙제 안 해와서, 숙제 반만 하고 온 내가 좀 덜 미안… 하루 레시피에서 B2B엔지니어의 폭넓은 간극은 욕심쟁이 희동답다. 이것도 잘 해야 하고, 저것도 채워야 하는 희동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것도, 좀 덜 해도 될 텐데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나다.
나는 뭘 했냐하면, 당분간 밥그릇에 집중해보려 한다고 글 없이 마구마구 떠들었다. 근데 문 선배가 워킹맘의 불안을 이야기하자 마자 허억! 꽂혔고, 단편과 에세이와 자기개발서의 각기 다른 스타일을 실험하라는 이야기에도 꽂혔고, 이것도 저것도, 다 재미있을 것 같으단 말이다~~~ 또 팔랑귀가 되어 마구 날아다녔다.
이제 이 짓을 어디 가서 또 하지? 이런 얘기를 대체 어디 가서 하지? 어디 가서 듣지? 우짜노. 이 인간들을 나 어쩌지? 어데 가서 이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지? 큰일났다. 이게 마지막이 아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마지막이란 말은 끝날 때, 진짜 끝날 때 하는 거 라구.
우리, 안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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