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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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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7일 21시 27분 등록

그리스보다 조금 일찍 어둠이 진다. 간사스럽게도 그 조그만 차이가 주는 멀미를 몸이 먼저 안다. 나무 라디오에 나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루 2시간, 나를 위한 시간. 처음 시작할 때는 일탈로 믿었지만, 그런 일탈도 이젠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내겐 더 없이 소중한 하루의 일과가 되어간다.

 

하루 휴가를 더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 경험에서이기도 했지만, 그리스 여행내내 몸살을 앓았던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마무리가 되었을거라 생각했던 집공사도 이런저런 이유들로 결국 어제야 도배를 마무리했다하니.. 오늘 하루종일 책정리하고, 옷정리하고, 빨래돌리고, 하영이랑 약속한 독서대 만들어주는 일까지...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중간중간 여기저기서 찾는 전화들이 왔다. 반갑고 고맙기도 했다. 늘 나라는 존재를 잊어버리지 않고 무엇인가 도움을 청받는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누구는 일상이 지루해서 일탈을 꿈꾸었고, 그래서 그리스행 비행기를 집어 탔지만,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일상이었다. 그리스 남자들은 생각만큼 친절하지는 않았다. 항구 가까이 기념품가게는 하루에도 두어차례 배가 들어오는 시간이 되면, 밀물들듯 여행객들이 몰려들고, 그러다 잠시 시간이 지나면 또 설물지듯 빠져나간다. 그들은 그것이 하품섞인 일상이었다. 별로 친절해야할 이유조차도 없고, 딱히 아쉬울 것도 없어 보였다.

 

차라리 여기저기 비슷한 시간대에 근처의 뒷골목을 해메고 다니는 이들의 모습이 오히려 더 정감이 간다. 그들도 나처럼 어떤 이유에서건 떠나온 사람이고, 어쩌면 찾는 것이 같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텅빈 거리, 텅빈 카페에 주인과 나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면, 더 배신감드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에게 그리스의 푸른바다와 하늘은 새로운 자유로 보였고, 일상으로부터의 탈출로 느껴졌지만. 호텔에서 만나는 직원들에겐 그 낯선 이들조차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다. 새로운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얼마나 불행한 일일까. 하지만, 불필요한 오지랖이다. 그들에게 더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그들도 일상이 지루해지면, 혹시모르지.. 내가 떠나왔던 그곳으로 그들의 일탈이 찾아올지도. 일상이나 일탈이나... 따지고 보면, 마음 한 자락차이겠지만. 그래도 떠나오길 잘했다. 나는 아직 성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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