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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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별 샤먼에서 옆별 샤먼으로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단군의 후예 3기 킥오프에서 였다. 그때 그녀는 조용하지만 심지가 굳건해 보이는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녀의 말에는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다음에 그녀를 만난 것은 그녀의 글이었다. 변경연 홈피의 살다보면에 올라오는 그녀의 영화 리뷰. <토탈 이클립스>에 관한 글이었다. 따뜻한 시선으로 영화를 품고 있었다. 단지 영화의 줄거리만을 나열해 놓은 리뷰가 아니었다. 그녀는 무언가 확실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영화를 보지만 영화 안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는 그것을 느낄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것은 그녀의 블로그를 찾아 영화 리뷰를 보면서 더욱 확실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나 또한 리뷰를 써보고 싶었던 적이 있다.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많이 보게 되면서 이렇게 영화를 흘러가게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리해 놓아야 겠다. 순간의 느낌을 잡아 보겠다. 그런 의미에서 리뷰를 써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온라인상의 개인 공간에 그것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의 생각을 드러내 보이는 듯 해서 무언가 불편하고 껄끄러웠으며, 그런 느낌들에 글은 어울리지 않은 장식품들을 달아 치렁치렁하게 되어 버리곤 했다. 그래서 그냥 그만 두었다. 내가 해부되는 느낌이 싫었다. 내 것이 아닌 글도 싫었다. 하지만 그녀의 글을 보게 되는 순간 생각했다. ‘아, 나도 이런 리뷰를 써보고 싶다.’
그녀는 프리랜서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현재 그녀는 단군의 후예의 운영진이며, 호랑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찰스 핸디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고도 한다. 수행을 떠난다는 말도 있고, 헤세의 책을 읽고, 융을 바라보기도 하고, 이부영님의 책을 읽기도 한다. 어떤 것이 그녀의 모습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손을 내밀어 보았다. 아마 그 이면에는 그녀가 쓴 영화 리뷰들이 한 몫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경주가는 여행버스 안 죽전 정류장에서 그녀가 차에 올라탄다. 단군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항상 조용해 보이던 그녀였는데, 오늘은 봄소풍에 마음이 들뜬 학생처럼 보인다. 한결 밝은 모습이다. 그녀가 가진 다른 모습이다. 그렇게 가는 버스 안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가 끝난 후 짧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ㆍ우연히 <토탈 이클립스> 리뷰를 보고 블로그에도 들려 보았어요. 북미 쪽 영화보다는 여러 나라의 영화를 잘 찾아보시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영화들은 대개 눈에 잘 띄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그런 영화들을 찾아보시는거예요?
우연히 달려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영화를 알게 되면 다른 영화가 연결되기도 하고, 그 감독이 좋아지면 그 감독의 다른 영화를 보게 되기도 하고, 책에서 찾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책을 보는 것과 같아요. 한 책이 좋다고 느껴지
면 책에 소개된 다른 책도 보게되고 그 작가의 다른 책을 보게 되는 것과 같아요.
ㆍ영화 보는 것을 많이 좋아하시는 듯 해요
네, 좋아해요. 영화 안에서 많은 다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들이 좋기도 하구요. 시간이 있어서 이것저것 볼 수 있는 것도 있죠. 어떤 리뷰가 가장 마음에 들던가요?
ㆍ저는 그랑브루올려 놓으신 거요. 제가 중학교 때에 그 영화를 봤는데 지금 기억하는 건 조금 어두운 파랑을 띤 바다색에 대한 기억뿐인 듯해요. 그 영화에 그런 내용이 숨겨져 있는 건지 리뷰를 보고 알았죠.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봤으면 의미를 잘 몰랐을 수도 있겠다.
ㆍ영화 리뷰를 잘 올리시기에 이런 문화에 관해서 글을 쓰려 하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해세의 책을 보신다고도 하고 작가가 되신다고도 하고, 번역도 하시고, 그런가 하면 이런 저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시기도 하고. 또 웹진도 발행하셨잖아요. 어떤 것을 하려 하시는지 궁금했어요.
그랬군요. 뭐하는 사람인가 했겠다. 예전에는 기획하는 일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 일이 안 맞는 것 같아서 그만 두었죠. 저는 제가 그 기획일을 정말 싫어하는 줄로 알았어요. 하지만 생활을 하는 동안 알게 되었죠. 저는 조직은 싫어했지만 그 일은 싫어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기획하는 일을 하는 거예요.
ㆍ 아~ 단군 프로젝트도 처음 수희향님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고 들었어요.
네. 단군도 연구원들이 이런 모임을 만들면 좋겠다. 우리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까를 연구하다가 나온 프로젝트예요. 단군 프로젝트도 그렇고 웹진도 그렇죠. 이것저것 기획하며 뜻이 맞는 동지들과 뜻을 모아 일을 하는 거죠. 다행히 나는 시간도 있고 책임져야 할 것들도 없는 편이니 그런 것들을 추진하기에 더할 나위 없죠.
ㆍ내가 마련해 볼 테니 너희들은 와서 뜻을 펼쳐 보아라 그런건가요?
아니아니, 그런 것 까지는 아니예요. 그냥 여러 가지를 기획해 보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추진해 보는 거죠. 기획만 할 수 있으면 여기 좋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이 있잖아요. 베이스 캠프가 되는 거죠.
ㆍ베이스 캠프. 참, 먼별 샤먼이라는 애칭을 쓰시잖아요. 어떤 의미로 쓰시는 거예요?
그건 사부님께서 지어주신 거예요. 왜 5월이 되면 신화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자기의 신화를 만들어 보잖아요. 그때, 오프수업 발표를 들으시고 지어주신 거예요.
ㆍ샤먼.. 제사장?
예술가의 의미요.
ㆍ그럼 먼별은.....?
조금 현실과 동떨어진 듯 하다고 그렇게 말씀하신 듯 해요. 제가 좀 상상속에 사는 경향이 있어서요.
아, 그래. 그녀에게 느껴지던 느낌은 그런 거였다. 어린왕자가 소녀였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아니다. 어린 왕자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먼별 샤먼. 이 단어가 그녀에게는 가장 적절한 단어이다. 아마 그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별 나라의 예술가였을 수 있다. 어느 날 지구에 떨어져 지구인이 되려 하는. 그래서 그녀에게는 그녀만의 오로라가 느껴진다. 그녀는 그녀만의 색으로 빛난다.
다른 별에서 살던 그녀가 지구에 와서 지구인들과도 잘 호흡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마 그녀의 공감능력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뛰어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상처에 눈물을 흘려 줄 수 있는 능력이다. 그녀는 내 상처를 보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나를 안아주었다.
한번도 울 수가 없었다. 내 자신의 상처로는 울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의 동정 따위는 정말 받고 싶지 않았다. 모두에게 내가 굳건함을 보여줘야 했다. 그런데 그녀의 눈물과 나를 안아 주는 팔에서 나는 너무 따스함을 느꼈다. 알 수 없었다. 내 일로 인해서 누군가 위로의 말을 하게 될까봐 그것이 두려워 웃어야만 했는데. 그녀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치유가 되어갔다. 잠시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따뜻하고 좋았다. 이런 사람이 나의 멘토구나. 이런 사람이 나의 멘토가 되어 주겠다고 하는구나. 정말 따라가고 싶다. 정말 닮고 싶다. 먼별 샤먼이 점점 나의 곁에 있는 옆별 샤먼으로 느껴진다. 내가 먼별을 끌어내린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녀의 별로 다가간 것일까.
그녀의 조용하고 따스한 지지를 느끼며.
그녀의 모습을 알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하며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수희향 언니께 감사해요^^
경주에 갔더랬습니다. 가기 전부터 혜진님께 전화를 드리고 담날 차 한잔 마실 수 있을까 나름 고심했었습니다. 경주가 나름 생각보다 조금 멀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연락드릴 틈이 별로 없이 시간이 흘렀지만, 경주 밤거리를 걸어 호텔로 돌아오며 혜진님을 생각했습니다. 캄캄한 밤바다같은 하늘에 떠있는 벚꽃들이 혜진님을 닮았습니다. 조용하지만 은은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고운 빛깔을 자아내는 그 자태말입니다.. 저희들의 시간은 아마 조금 천천히 서로에게 맞닿을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 또한 좋은 것 같으니 계속 글로 뵙겠습니다.
이 봄 늘 행복하시고요..^^
루미야..
사부님의 선배 한 사람을 지목하라는 글을 읽고 내려가다가 맨끝에 네가 나를 지목하는 글을 읽는데
갑자기 마음 속에 "인연"이란 단어가 느껴졌다..
느낌은 알겠으나 실체는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마음 속에서 일렁이었던 것 같아.
버스 안에서의 짧은 대화, 경주에서의 시간 그리고 이 글..
나에 대한 이야기 속에 너의 모습이 조용히 담겨있는 이 글을 읽으며
우리가 한 방향을 보고 있구나..하는 걸 느낄 수 있어..
마치 여러갈래의 물줄기가 저마다 조용히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 처럼
너와 나의 세계가 처음으로 서로에게 스며드는 느낌..
네 말이 맞어. 나는 평상시엔 조용한데, 아무래도 사부님과 연구원들과 있으면 가장 밝은 것 같아.
제일 마니 웃게되고.. 아마도, 여기가 그런 곳인 것 같아..
낮에는 너희들 세상으로 마음껏 날아오르라 누구보다 응원해주시지만
해가져 어둑해져 세상을 내려다보면 거기 그 곳에는 스승님께서 만들어놓으신 따듯한 터전이 있지.
자유의 하늘에서 바라보아도 너무도 따듯한 불꽃이 언제나 타오르는 곳..
루미야. 그런 자유와 그런 따스함을 너와 함께 공유하며
서로 사랑하며 한걸음, 한걸음 우리들의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
그래서 네가 이곳에 오게 되었다 믿는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