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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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홀텔 로비에 앉아있던 숀과 요나는 베루스에게 자리를 잠시 비운다는 신호를 보냈다. 작은 시계바늘은 3을 지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짐을 챙겨 나왔는지 프론트에는 여행용 트렁크 여러 개가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요나는 그중 제일 큰 놈을 걷어차며 호텔 밖으로 나갔다. 이방인을 보기 힘든 호텔 여직원이 곁눈질로 그를 보고 있다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 증말 미치겠네. 이게 지금 몇 시간째야.” 숀은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헤이! 알리야곱. 숀이예요. 무슨 일 있어요.” 전화기를 짜증내며 꺼낼 때와는 다르게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어~ 숀. 미안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지금 클램프를 나르고 있는 중 이야. 아. 죽겠어.”
“그래요. 수고 많아요. 알리. 그럼 우리가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죠.”
숀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얼굴은 붉어지고 있었다.
“1시간 내로 갈게.”
“좋아요. 그때 까지는 꼭 와야 해요. 지금 우리 부장님도 옆에 계시 단 말예요.”
“알았어. 숀. 미안해.”
숀은 알리야곱이 늦은 것이 자기 책임인양 미안해하며 요나에게 다가왔다.
“부장님 아직 클램프 옮기는 작업이 다 끝나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 고생하네.” 요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심드렁했다.
“그래도. 3시간은 좀 심하다. 근데 1시간 안에 오긴 오는 거야?”
“담배나 한 대 피시죠. 부장님. 여기 애들 약속시간은 와야 오는 거거든요.” 숀은 두 손으로 공손히 요나에게 담배를 권했다.
“어. 괜찮아. 나 담배 끊었어. 그런데 자네는 좀 피우는게 좋겠어.”
요나는 숀의 담배를 거부하며 계단 옆에 걸터앉았다. 숀은 무안해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처음 같이 일해 보는 상사의 눈치를 살피며 그는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부장님. 전에 있던 회사에서 무슨 일 하셨어요?”
“숀과장은 뉴질랜드에서 무슨 일 했나. 거기 꽤 오래 살았다는 소릴 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아까 보니까 영어로 전화 통화 하는게 보통이 아니던데 말야. 발음도 죽여주고.” 요나는 자신의 이야기는 건너뛰며 숀에게 관심을 보였다.
“아. 저 말입니까? 전 그냥 별거 안했습니다. 애들 수영 좀 가르치다가 한국에 다시 와야 할 것 같아서 다 때려 치고 그냥 건너왔습니다.” 숀은 무안해하며 말을 이었다.
“와우. 수영코치라. 엔지니어링을 전공한게 아니란 말이지. 그럼 체육 전공이네. 야 이거 쇼킹한데. 코흘리게하고 같이 놀던 물놀이 강사 출신의 옵쇼 프로젝트 매니저란 말이지. 죽여준다. 죽여줘.....” 요나는 꼬았던 다리를 바꾸며 신기해했다.
요나는 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숀은 뉴질랜드에서 수영선수를 가르친 경력의 소유자였지만 그것을 요나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숀은 꾹 참았다.
“그래서 걱정이 많습니다. 부장님. 회사에서는 저를 믿고 이 일을 맞겼는데 제가 그럴 능력이 될지 저도 의문입니다. 작은 공사도 아니고. 잘못되면 큰일이잖습니까?” 숀은 긴장하는 척 하며 이야기를 받았다.
“자네 말이 맞아. 프로젝트가 잘못되면 회사가 큰 타격을 받을 꺼야. 지금 우리 회사 규모에 이정도 프로젝트를 쳐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 더구나 자네는 얘들 모시고 놀던 물놀이 선생 출신이고, 나는 뭐 알 것 없고.... 문제는 자네나 나나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전문 지식은 없다는 거야. 기막힌 공통점이다. 이거 돌아버릴 일 아닌가?” 요나는 어느새 일어나 있었다.
“저는 미치겠는데. 부장님은 걱정도 안되십니까? 어떻게 그런 말씀을 그렇게 태연하게 하시죠.” 숀은 얼굴이 굳어졌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자네는 내가 아무 걱정도 없어 보이나.” 요나는 얇은 미소를 지으며 숀을 바라봤다.
“네”
“자네. 담배 있지.” 요나의 말에 숀은 대답하지 않았다.
“한대 꽂아봐.”
“아. 예. 그 근데 부장님 담배 끊으셨다면서요. 그리고 '꽂아봐' 이거 참 오랜만에 듣습니다.”
“아 이 새끼 참 말 많네.” 요나는 숀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숀은 순간적으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야. 펴.” 요나는 입속 깊이 물었던 담배를 숀에게 건네고는 담배 한 개피를 더 꺼내 물었다. 숀이 들고 있던 라이터에 불꽃이 피었다.
“숀과장 너 몇 살이냐?”
숀의 눈에는 갑자기 두 얼굴을 하고 있는 요나를 보며 당황했다.
“예. 서른넷입니다.”
“어. 나이 좋고. 그래 내가 마흔 하나니까 딱 럭키 세븐이네. 맞담배 폈으니까 이제부터 너하고 나는 한 담배를 탄 거다.”
1년만에 올라온 선배님 글이 반갑기도 했고,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해서요..^^
잘 지내셨죠..? 아니다. 서문을 읽고 이런 인사드리면 안되는건가요..?
그래도요. 그래도 그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오고 사부님께 인사드리는 선배님이 자랑스럽습니다..^^
선배님. 호킨스가 그러잖아요. 인간의 행위에는 "의도"가 중요하다고.
선배님이 수주를 딴 일은 결코 선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는거, 선배를 아는 사람은 다 알거에요^^
조금 마니 힘든 시련의 시간이었지만, 선배님은 더 단단해지고 더 큰 분이 되셨을거라 믿어요.
그 모든거 담아낼 선배님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선배님, 화이팅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