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홍스
  • 조회 수 2477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11년 6월 8일 19시 05분 등록

3월 20일 일요일

새벽 1시 30분이 넘었다. 잠을 청했지만 오지 않았다. 이것저것 생각이 끊이질 안은 탓인지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자고 일어난 것처럼 점점 더 맑아졌다.

가만히 누워 뜬눈으로 새벽을 맞을 것 같아 다시 책상에 앉았다. 그동안 느낀 것 중 하나는 RGD와 DENSIT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의논할 때 서론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같은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끼리도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이건 그리 이상할 일도 아니긴 하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있어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서로를 이해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모테자는 이란 사람이다. 브라이언은 스코틀랜드 사람이고 우린 한국 사람이다. 영어가 서툰 모테자에게 장황한 설명을 하는 것은 안 하니만 못하다. 그가 알만한 쉽고 정확한 단어와 부가적인 몸짓으로 김과장이 잘 설명해주곤 있지만 좀 더 쉬운 방법을 찾고 싶었다.

밤새 CHECK SHEET를 만들었다. 수행해야 할 맴버를 도면으로 표시했다. 그리고 각각의 맴버에 해야 할 테스크를 적었다.  Velve Holes, Vent Hole, Valve Install, Grouting이 FY Flatform에서 각각의 맴버에 대해 해야 할 작업들이다.
2 페이지에 FY의 모든 정보가 담기도록 단순화 시켰고, 오전 작업 전 모테자와 브라이언에게 나눠줬다.

시트를 나눠준 후 이것은 대화의 보기가 되었다. 어느 지점에 무엇을 할 것인지, 현재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무엇이 끝났는지 등등. 많은 대화들이 이 시트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나도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 김과장이 설명하고 지시한다. 그러나 이 시트를 브라이언과 함께 보면서 이야기하면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고, 모테자와 어떤 부분에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는지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오전 10시경 Valve에 그라우팅 호스를 연결하기 위해 다이버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나도 호스 움직이는 것을 좀 도왔다. 호스를 바다 속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20미터쯤 들어갔을까? 호스를 다시 거두라는 신호가 보였다.

바다 속 물살이 빠르게 움직여 호스가 심하게 밀린다고 모테자가 이야기했다. 브라이언, 모테자가 함께 의견을 나눈 후, 호스 떨어뜨리는 지점과 물살의 영향을 감안한 지점으로 호스를 다시 내려 보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둘은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모테자는 물속 상황에 대해 잘 알고, 브라이언은 SMR Work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서로의 경험이 고집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모테자는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Poto_27.JPG

오늘부터 3-4일간의 작업은 -47M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물속에 직접 들어가 작업해야하는 다이버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다. 수심 10M는 1bar의 압력을 받는다. -47M 지점의 수압은 4.7bar가 되는데 이러한 압력을 다이버가 견뎌가며 작업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이 견딜 수 있는지 인체는 참 경이롭다.

 그렇더라도 -47미터 정도에서 다이버가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도 되지 않는다. 이 시간이 넘어가면 다이버가 위험해질 수 있다.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는 체내 바란스를 무너뜨린다. 30분정도 작업 후에도 바로 물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되면 체내에 쌓인 질소가 몸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데, 잠수병은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다. 작업 후 중간 지점에서 질소를 빼내면서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물 위로 올라오는 시간이 작업시간보다 더 길다.

오후 1시쯤 메디가 작업을 마치고 물속에서 올라왔다. 그는 저체온증에 걸린 사람처럼 떨고 있었고, 걷는 것 조차 힘들어보였다. 얼굴빛이 하얀 서리를 흠벅 뒤집어 쓴 늦가을 들판처럼 창백했다. 동료가 도와줘야 잠수복을 벗을 수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 힘겨워 보였다. 메디가 오늘 또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
Poto_28.JPG

오전에 FZ와 F16 플랫폼 Main Leg에 그라우팅이 되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김과장과 함께 플랫폼에 올랐다. 브라이언이 확인했던 것처럼 그라우팅을 했을 것 같은 흔적을 우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점심은 FY 플랫폼 IOOC 식당에서 먹었다. 오랜만에 신선한 야채 셀러드를 즐길 수 있었다. Seadiamond과 Basim 모두 음식이 잘 맞지 않는다.

두 배 모두 승선 인원이 20명 정도 되는 작업선이다. 작업 인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배를 관리하는 인원은 최소화 할 수 밖에 없어 보였다. Seadiamond의 경우만 보더라도 선장을 포함한 선원은 모두 9명이다. 여기에 RGD인원 10명 Densit 인원 5명 김과장과 나를 포함하면 26명이다. 정원 초과다. Densit 인원 5명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전에는 31명이 함께 있었다. 주방장 한명이 담당하기엔 벅찬 인원이다. 더군다나 지금 주방장은 휴가 중이다.

오전 10시경 Valve에 그라우팅 호스를 연결하기 위해 다이버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나도 호스 움직이는 것을 좀 도왔다. 작업인원이 부족하다.

FY ROW1-3 맴버의 그라우팅은 오후 2시 쯤 끝났다. 확실히 -30미터 이하의 깊은 물속에서의 작업은 예기치 못한 여러 가지 변수가 더 있었다.
 1. 조류가 생기면 원하는 지점으로 그라우팅 호스를 유도하기 어렵다.
  - 호스가 빨려나가듯이 떠내려간다.
 2. 그라우팅 호스가 길어지면 그라우트가 채워진 상태에서 핸들링이 어렵다.
  - 그라우팀 호스 50미터에 채워지는 그라우트 무게는 약 200kg정도다.
  - 수중 40 미터 지점에서 다이버가 이 호스를 움직여야 한다.
  - 조류가 겹치면 힘의 역방향으로 호스를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해 진다.
 3. 모든 작업을 사람의 힘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깊은 수심에서는 작업인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
  - 호스를 수중으로 투입하는데 7명이 동원된다.
  - 다이버에 공급되는 라인을 핸들링하는데  최소 2명이 필요하다.
  - 깊은 수심에서 호스 핸들링은 1명의 다이버가 하기 어렵다.
  - 더 많은 다이버가 필요하게 된다.
 4. 경사진 맴버에 설치된 밸브에 호스를 연결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그라우팅 호스의 곡율 반경을 생각해야한다.
  - 가능한 호스의 투입방향과 밸브 주입구가 동일한 방향이면 좋다.
  - 다른 맴버와 충분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변수는 실제 그라우팅에 소요되는 시간보다 준비시간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된다. 최악의 상황은 모든 준비가 다 된 상태에서 호스를 밸브에 연결하지 못해 믹서기에서 돌고 있는 그라우트 전량을 바다로 흘려보낼 수 밖에 없을 때다. (Clean Down)

첫 번째 맴버의 그라우팅을 마치고 두 번째 맴버의 그라우팅을 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서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FY ROW 1-4-2번 맴버에 대한 그라우팅 호스 연결이 좌절됐다. 결국 만반의 준비를 마친 그라우트 3톤이 파이프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버려졌다.
Poto_6.JPG

그라우트로 꽉 채워진 호스를 움직이기 위해 3명의 다이버가 동원됐지만 역부족이었다. 방법을 달리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상황은 재현될 것이다. 큰 일이다. FY는 -47미터 지점 4면에 각각 3개씩 총 12개의 맴버가 있다. 문제는 이놈들을 다 그라우트로 때려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FY 플랫폼 작업을 이번 주에 끝내려고 작정한 어제의 좋은 분위기는 금방 사라졌다.

IP *.181.51.2

프로필 이미지
햇빛처럼
2011.06.09 06:06:36 *.10.140.89
오랫만에 얼굴을 보니 좋다...
프로필 이미지
홍스
2011.06.09 08:21:57 *.181.51.2
호식이 형..^)^
프로필 이미지
병곤
2011.06.09 16:28:39 *.93.198.155
홍스~ 오랜만.
사진을 보니 잘 지내는듯하다.
잘 어울리는 게 같기도 하고...
부산에 있다고 들었는데 내려가면 한번 연락하마.
푸루잔?
프로필 이미지
홍스
2011.06.09 18:39:02 *.181.51.2
병곤형...
도야지껍데기는 맛나게 드셨는지..
제가 있는 곳은 해운대에서 가까운 달맞이 고개에 있슴다.
내려소실 일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이번 주말에 다시 푸루잔으로 들어가려다가 그냥 본사에 남기로 했슴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