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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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오는 동안
-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부쳐 -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서성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사랑은 멈출 수 없는 떨림이다. 때로는 사무치는 그리움에 떨리고 때로는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마음이 떨려온다. 바람직한 변화는 두려움을 넘어선 설레임이 함께 느껴질 때이다. 설레임이 없고 두렵기만한 꿈은 소망이 아니라 악몽일 뿐이다. 삶이 설레임으로 물들 때, 변화는 시작한다. ‘미래의 나’를 떠올릴 때 나의 마음은 설레여야 한다. 그럴 때만이 관심은 더 이상 낭비되지 않고, 지각은 더 이상 현혹되지 않으며, 에너지는 한 곳에 꽂힌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은 생생한 환영이다. 환영을 통해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현실은 드디어 출렁거리고 재창조된다. 사랑은 내면의 리얼리티를 장악함으로써 외면의 리얼리티를 재창조해낸다. 그 환영들은 애타는 그리움을 다둑거려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닿을 수 없어 사무치는 아픔이 되기도 한다. 그(녀)가 온 것 같은 착각에 기뻐하다가 이내 실망하는 것처럼 변화의 도상에 나선 우리도 ‘미래의 나’에 대한 환영을 떠올리며 오늘의 고통을 위무 받지만 때로는 그 실체를 만질 수 없어 그만 지쳐 쓰러지고 만다. ‘쿵!’하고 마음의 문이 닫혀버릴 때도 있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사랑은 결심하고 바치는 것이다. 그에게 나의 숨결과 눈물, 청춘과 에너지, 떨림과 흥분을 바치는 것이다. 희망과 미래를 거는 것이다. 가서 너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기다림과 머뭇거림으로 새하얀 숯이 되어 꺼져가는 것이 아니라 새빨갛게 타오르는 심장을 꺼내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 변화란 ‘기다림’에서 ‘다가섬’으로 결심하고 나아갈 때 시작된다. 환영만을 향해 헛손질 하는 것이 아니라 손을 걷어 붙이고 반죽을 하여 환영에 진흙을 붙이고 형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변화란 ‘너(미래)에게 나(현재)를 보내는 것’이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서성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원하는 미래는 그렇게 온다. 내가 그에게 다가섰을 때 그 역시 나에게 응답한다. 가슴 떨리는 변화를 꿈꿀 때 현실과 미래에는 가교가 놓인다. 그것만이 미래의 나를 만나는 유일한 지름길이다. 그 허공위에 떠 있는 가교를 향해 과감히 눈을 뜨고 내딛을 때 가교는 정말 받침이 있는 다리로 바뀐다. 당신이 첫 발을 내딛을 때 ‘미래도 나’도 그만큼 나에게 걸어 나온다. 내가 가는 만큼 그도 나에게 온다. 마침내 그 다리 한가운데서 서로를 껴안을 것이다.
“자신을 던지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순간! 신도 같이 움직인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749~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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