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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일 22시 15분 등록

 

우리 친해질 것 같지 않았는데... .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었다.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살아가는 현실이 다르며 미래를 향한 꿈도 달라보였다. 서로는 서로를 괜찮아 여기면서도 처음부터 살가운 관계가 될 거라고 알아차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서로가 서로에게 정중했고 성의껏 배려하려는 마음이 있었을 뿐이었다. 도울 것은 도왔고 따질 것은 따지며 스마트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서로에게는 알 수 없는 기가 흐르고 있었는지 모른다. 달리 생각하는 것들이 대화와 함께 하는 모임 등 시간을 통해 자연스레 밀접한 관계로 친밀감을 형성하여 나가고 그 가운데서 서로 다른 장단점들을 발견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때로는 같은 상황이나 처지가 싫어서 밀어젖히기도 하고 세상을 얼마간 이해한 듯한 알 수 없는 세월의 무게를 벗 삼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나누기도 하면서. 그것이 해를 거듭해 가면서 서로에게 더 깊고 넓게 어느덧 의미를 부여하며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존재의 자리가 되어 서로를 향해 스멀스멀 파고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내가 처음 변.경.연 메일을 받아보게 된 것은 중년의 나이에 뒤늦게 한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우연찮게 같은 과목을 수강하게 되면서 은연중 내 생각과 성향 그리고 상황을 조금씩 이해하고 느끼게 된 한 선배가 소개를 하면서였다. 그녀는 자신이 받아보는 메일을 같이 받아보면 좋을 거라며 어느 날 내게 추천을 해왔다. 무심코 몇 개월을 받아 읽다가 꿈 찾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왈칵 뛰어들게 된 것이  본겨적인 인연의 시작이다. 그게 무슨 일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잘한 일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고 느끼곤 한다. 모순된 감정의 중심에는 단연 흔들리는 내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타고난 오기와 반항적 기질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나는 내가 선택해 나가는 일들에 대해 별로 후회하지 않기도 하는 데 그래서 그런지 싫어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일단 내가 선택한 이상 어떻게 해서라도 내게 유익하고 유일한 성장과 반성의 장이 되기를 내 생의 그 어느 때 보다도 간절히 바란다.



나는 지금 시작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는 길을 향해 길을 나선다. 그러다 문득 내 인생의 길목에 한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선배에게 "당신을 만나게 되어 고마워요" 라고 한마디 전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가끔은 아주 솔직한 심정으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방식에 대해 투정하거나 불만족스러움을 토해내고는 한다. 그럴 때면 그녀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조곤조곤 분명한 목소리를 내며 이야기 해주거나 가만히 듣곤 하며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밝힌다. 이런 태도는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의 일상이기도 하고 그녀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식이다. 그녀는 그녀 깜냥 것 사람들에게 삶의 소소한 일상에 대해 진지하고 허심탄회하며 바람직하고 너그러운 지원과 훈훈한 도움을 주는 멘토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산다. 그녀는 나보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고 그 밑천을 발판삼아 잘 다듬어 가꾸며 그녀만의 향기를 잃지 않고 자신을 향해 뚜벅뚜벅 더 나은 내일을 노력하며 살아가는 여인이다. 언젠가 그녀가 내게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삶을 살아가길 원해 하던 그녀의 생활 지침들이 오늘 문득 기억과 맞물리며 내 방문에 찾아와 노크를 한다. 언제나처럼 "요즘 어때? 잘 지내?" 하며... . 그녀를 떠올리자 언젠가 그녀가 내게 말한 바로 그 모습대로 무시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겠고 그 느낌을 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선배, 당신이 그리는 모습대로 그런 일상을 향해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이 느껴져요. 지긋이 벗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생각들을 늘어놓을 수 있게 해 주어 고마워요." 하고 한마디 남기고 싶어진다. 그녀가 묵묵히 자신의 길을 향해 그려가고 바람 하는 삶의 길목에서 보고 느낀 대로 증인이 되어서 말이다. 서로 다른 환경과 저마다 제각각의 뜻을 품고 바삐 살아가게 되는 온갖 일상 속에서 속내를 털어놓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위안과 평화로운 축복이다. 한동안 넋두리를 한참 쏟아내었으니 이제 기운 내어 새날을 향해 애써 가볼 일이다. 고맙다는 한 장의 편지를 슬며시 남기며 끝없이 펼쳐질 숱한 내 삶의 이야기 속으로.

 

 

IP *.197.6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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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9.02.03 05:34:34 *.72.153.57
차를 한잔 사이에 두고 시간을 보내고 싶군요.
선배라는 그분 잔잔한 분이신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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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09.02.03 11:51:07 *.246.146.19
좋네요.

마음에 둘 만한 사람을 갖고 계시니...

비 오십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날입니다. 건강하세요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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썽이리
2009.02.03 12:13:18 *.48.246.10
나도 누구에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비워 마음을 채우는 ... 이심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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