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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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에서 정립된 이분법적 사고는 데카르트의 '이성'의 발견 이후 확고하게 서구의 사고 체계를 완성한다. 다만 그것은 대립자 한 쌍의 문제가 아니라 한쪽이 다른 한쪽을 종속시키는 예속적 관계라는 점이 폭력적이다. 현실은 이데아에, 감정은 이성에, 자연은 인간에. 결과 서구 열강은 문명이 야만을 해체하고 교화해야한다는, 제국주의의 훌륭한 사상적 근거를 마련한다, 근대이후 신은 이성으로 대치되고, 모든 이론의 제1근거는 합리주의로 자리 잡는다. 적어도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가 학문적 지지를 받기 전까지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과학은 현대 인류의 새로운 성서로 여겨진다.
과학을 통한 물적 기반의 확대는 자연의 파괴만큼 인간의 비이성적 요소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아이러니를 본다. 20세기 전세계를 휩쓴 대중산업은 판타지이다. 헤리 포터,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뉴문 등은 물론 판타지의 세계관이 차용된 다양한 시대물도 지천이다. 과학의 신화가 들려주지 못한, 왜 그리고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한 일리있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그대로 받아 들이기 힘든 이야기지만 적어도 과학이 대답하지 못하는 삶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비유와 상징을 보여 준다.
서양의 문화적 기반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크리스트교이지만 판타지는 북유럽의 신화를 세계관으로 하고, 많은 부분 인도의 신화가 포함된다. 아바타 역시 인도어다. 이런 판타지를 논란에 올리는 것은 이 판타지야말로 신화, 세계관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나의 판타지는 인도이다.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는 석가모니나 예수만큼 익숙하다.
사회적 의미로보면 나는 우성인자가 아니다. 중산층에 들만큼 재산도, 성취도 없다. 늘 주변인으로 머문 것은 그들의 이야기(신화)가 아담 스미스의 이야기를 너무나 흐려 버렸기 때문이다. 개인적 나태도 중요한 원인이나, 10대 20대의 신화에 대한 깊은 모색의 사회적 흉터로 믿고 싶다. 구루를 만날만큼 성숙하지 못하였고 판타지와 현실을 연결시킬만큼 재능과 노력도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판타지란 깊은 잠속에 정말이지 잠든 채로 만나는 궁극이었다.
아무런 방편없이 自我와 眞我의 구별만을 머리에 둔 채 20년을 흘렸다. 그들의 이야기(신화)를 나의 이야기로 삼기로하고 20년을 봉인한 것이다. 어쩌면 시간이 봉인된 기억을 숙성시켜 주리라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지만 더욱 중요한 사실은 세례, 견진, 혼인 성사를 차례로 받았다는 점이다. 불교는 철학이지 종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가톨릭은 종교적 의미였다. 그러나, 미사시간에 만나는 경건의 위압감은 나의 판타지를 기억의 저편으로 봉인 시켜버린다.
토마스 머튼에게서 가톨릭과 나의 판타지를 화해시킬 방법을 읽었으나 용기가 부족했다. 그러는 사이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어떤 불만이 쌓이고, 결국 미사와 멀어지게 된다. 무언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어떤 형태로든 길을 이끄는 힘이 있으리라는 소망하나로. 그 소망은 예기치 않은 경로를 통해 조지프 캠벨의 '신화와 인생'에 접하게 된다.
나에게 있어 신화는 판타지이고, 마야이며, 자아의 깊은 곳에 위치하여 진아를 잊지 않게 해준 삶의 방향성이다. 그리고, 신자이든 냉담자이든 끊임없이 감사의 화살기도를 할 수 있게 해준, 아직 命名하지 못한 혼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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