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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5일 23시 58분 등록

“아빠 친구 딸은 이번에 임용고시 붙었다더라. 그러게 내가 너보고 공부 열심히 해서 교대가라고 하지 않았니?

선생하면 얼마나 편하고 좋냐.”

 

“......”

 

대학교 때 어쩌다 아빠와 함께 식탁에 앉게 되는 시간이면 아빠는 어김없이 이런 이야기를 던지곤 하셨다. ‘지금에 와서 어쩌라고, 수능을 다시 볼 수도 없고, 무엇보다 난 선생님은 싫다고...’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들이 마음속에서 무심히 울릴 뿐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엄친아, 엄친딸 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빠가 유별나게 비교를 많이 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다른 집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축어가 보통명사처럼 익숙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 이건 어느 몇몇 집의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왜 그토록 우리 주위에는 잘난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 많은 걸까? 그리고 엄친딸, 엄친아 운운하며 자녀들을 자극하면 자신의 아이들도 엄친아, 엄친딸이 되어 줄 거라 기대하는 것일까? 물론 그 말에 자극을 받아 현재상태보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아이들도 없진 않다고 본다. 하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그런 비교로 인해 점점 위축될 뿐이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엄친아, 엄친딸의 활약으로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녀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

 

최근 타계한 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하였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남의 인생을 사느라 삶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 낸 결과에 얽매어 갇혀 있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여러분 내부의 목소리를 잠식하도록 놔두지 마세요.”

 

물론 알고 있다. 자신의 자녀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 비교를 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 비교가 꼭 타인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이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은 다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엄친아, 엄친딸 그들은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에 만능이거나, 공부도 잘하는데 성격까지 좋다. 하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자랑을 하고 싶어 하고 거기에 어느 정도의 과장은 하게 마련이다. 잘난 자녀를 두고 있다는 것은 부모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하는 자랑스러운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무엇을, 누구에게 그렇게 자랑하고 싶은 것일까? 또 그 잘났다는 기준은 무엇인걸까? 어느 대학에 갔다더라, 무슨 대회에 가서 어떤 상을 받았다더라. 어느 대기업에 취업 했다더라. 자랑거리가 되는 것들은 이와 같이 다 표면적인 것뿐이다. 대학이, 대회 수상경력이, 취업한 회사가 그들의 평생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남 앞에 드러내기에 좋은 그저 허울 좋은 간판일 뿐이다. 학교나 상장, 회사 이름으로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비교하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에 불과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 이지 어떤 옷을 입고 있느냐가 아니다. 엄친아, 엄친딸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욕심을 가진 부모가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을 통해서라도 이루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자신의 삶이 아닌 부모의 아바타가 되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 또한 적지 않다.

이 모든 것의 발로가 다 부모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가 내세울 것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자식을 통해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결국 자녀를 통해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 하는 욕구 때문이다.

 

 

원하는 공부를 다 마치지 못하셨던 아빠는 자식을 통해 못 다한 꿈을 이루려고 하셨다. 하지만 나와 동생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요즘은 안 하시지만 내가 20대였던 때만해도 가끔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하셨다.

“아빠는 지금 이 위치에서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으니깐 너희들이라도 올라갔으면 하는 마음에 공부 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라고 한 거 아니니.”

우리가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면 아빠의 한이 어느 정도는 풀어지셨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완전히는 아니라 생각된다. 그것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방법은 하나, 아빠가 직접 대학에 들어가시는 것뿐이다.

 

 

자녀에게 거는 기대가 없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가 어디서 시작됐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과연 100% 아이를 위해서라고 할 수 있을까? 거기에 아이를 통해 보상받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이를 위한 다는 명목 하에 아이 스스로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말 누구의 욕구 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아이들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이 과연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자랑할 수 있는 거라곤 자식밖에 없어서가 아닌지 말이다. 내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공간을 내가 아닌 누군가로 인해 채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자녀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격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빈 공간이 무엇으로 하여금 생긴 것인지 살펴보고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움직여야만 채울 수 있는 것이지 자녀를 통해 그 공간을 채울 수는 없다. 버스가 오지 않는다면 버스가 서는 정류장을 찾아 직접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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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10:57:55 *.163.164.177

맞아, 부모님들의 기대는 우리를 힘들게 하지.

그리고 그 기대가 일반적인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그것으 집착이되어

자식의 사고와 행동을 가두어버리는 울타리가 되게 되지

가끔은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무의식적인 작용을 하기도 할꺼야.

맞아! 맞아!

 

그래서 어릴 적 우리는 무방비 상태에서 열등감을 가지게 되는지도 몰라.

나도 그런 부분이 있는 것같아.

 

거기까지는 현상이고 결과로서 이미 벌어진 일인데 이제는 어떻게 하면 좋니?

속 시원하게 쿨하게 그러러니 하고 인정하는 것이 최선일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부모님하고 툭 터놓고 쏘주라도 한잔 해야 하는것일까.

이니면 맘 속에서 "어쩔 수 없는 부모님..."하고 원망하고 있어야 하는가.

 

어쩌면 좋은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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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13:54:27 *.138.53.71

'부모 세대를 향한 자식의 항변'으로서 의미가 있다.

저항은 변화의 시작이니까.

하지만 너 스스로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부모님이 자식에 대한 보상심리를 버리는 것이

네가 바라는 자유와 독립을 향한 길일까?

너의 선 자리에서 다시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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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18:33:32 *.136.129.27

댓글 썼는데 지워져 버림... 아... 울고싶음.... ㅋㅋㅋ

부모의 기대는 그럴 수도 있을 듯 해요. 숨막히지. 마치 자신의 복제인간을 만들어 내려는 것 같은.

때론 자신이 못하는 것까지 해내게 만들려하는.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을 강요하는 것 같은

그렇다면 결론은 그만두세요.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걸까? 원래 그런 거야 라고 위안하는 수밖에 없나?

어쩌면 그 비교 안에 숨겨진 귀여운 고슴도치 사랑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 잘난 애랑 비교하면서 속으로는 "내 딸이 뭐가 모자라서. 이딴 놈 백명과도 안 바꿔." 이런거 있잖아.

정작 그 잘난 엄친아 데리고 와도 아깝기만 한 내 딸에 대한 사랑같은 거 있잖아.

언젠가 아는 동생의 아빠는 "야, 너도 사시봐라"이랬거든요.

옆집 아들이 패스했대. 그래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 웃었어. 아버님 너무 귀여우시다며.

비교하던 그 안에는 언니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있지 않을까?

뭐든 할 수 있다는 내 딸에 대한 자신감. 그걸 읽을 수 있다면 아빠의 비교도 귀엽지 않을까?

역시 정리 안돼... 두번이나 댓글 달지만 정리가 안돼... 언니가 잘 걸러써요.

쓸모 없음 버리고 말이얌... ㅋㅋㅋㅋ 오늘은 정리 안 되는 날이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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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19:47:45 *.143.156.74

미선이 글에 드디어 따옴표가 등장했구나.

아버지와 둘러 앉아 식사하는 자리의 풍경이 그려지는구나.

예전에 생각만 서술하던 글보다 훨씬 생동감이 있구나.

 

미선이 아버지는 울 아버지와 많이 비슷하신 분인것 같아.

우리 아버지도 내가 교대 안 갔다고 오랫동안 그런 말씀 하셨었거든.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내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기위해 더 열심히 살았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는 방식이었던거야.

이 글은 미선이가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조목조목 정리한 글인것 같은 느낌이 드는구나.

 

내가 보기에 미선이의 열등감에는 아버지와의 관계도 많은 부분 연관이 있는것 같아.

그걸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한번 고민해보렴.

그리고 그 이야기를 글로 쓰면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구나.

미선아, 수고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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