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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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지?”
처음 직장을 구했을 때는 희망에 부풉니다. 시간이 지나며, 나보다 더 오랜 시간 이 직장에 몸담아 온 사람들을 보면 암담해 집니다. 몇 년 후의 나의 모습은 지금 상사의 모습이 아닐까요?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가는 걸까요?
드라마, 영화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멋진 인생을 사는 모습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나와 다른 그들이 자신 있게 웃고 있는 책 표지는 오늘도 한숨을 불러일으킵니다. 멋진 나의 모습을 그려볼 수는 있지만 단지 상상일 뿐입니다. 현실의 나는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직장은 언제나 부족했습니다. 나의 능력을 키울 장소가 되어 주지 못했습니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을 보내는 직장은 이런 모습이 아니어야 하지 않나요? 매일의 3분의 1을 투자하는 시간에서 충만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디서 충만감과 보람을 찾아야 하는 건가요? 나는 멋진 직장을 만나기를 바랐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투자하여 하루하루 충만감을 느낄 수 있고, 성장하는 나를 만날 수 있는 직장이기를 바랐습니다. 내가 만난 직장은 그런 모습들은 아니었지요. 반복되는 일상은 지루했고, 앞으로도 변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싫증을 잘 내는 나는 쉽게 직장에 질렸고, 다른 뭔가가 없나 끊임없이 두리번 거렸습니다. 직장이란 돈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쓰라린 장소였을 뿐이었지요. 그럴때마다 맛봐야 했습니다. 돈을 떠나 살 수 없는 사람의 비애랄까요?
우연한 기회에 글을 쓰다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글의 존재가 나의 생활에 확고히 자리를 잡아갈 무렵 나는 직장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직장에 너무 많은 걸 바랐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은 나에게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나의 조력자였지요. 직장은 나에게 일할 장소와 매달의 월급을 제공해주는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살 수도 있고, 영화나 공연 등의 문화생활을 즐길 수도 있으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자리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일을 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들을 사귀는 것이나 글을 쓰는 것은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을 하며 돈을 벌기에 조금 더 풍요로운 환경에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요.
대부분의 직장은 일주일에 40~50시간의 투자를 요합니다. 일주일은 168시간입니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100시간이 넘게 있었지요. 일을 하는 40~50시간을 일주일의 전부라고 보고 있었습니다. 일은 생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생활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 외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든지 있었지요. 시간도 충분했습니다. 나는 그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일이 만족과 충만을 주지 않는다며 투덜대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작가 겸 연출가이고 창조성을 일깨우는 강사라고 소개하는 줄리아 카메론은 자신의 책 <아티스트 웨이>에서 창조성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창조성이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며, 그것을 막는 것은 꽃이 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만큼이나 억지임을 알았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내면에는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창조성이 흐르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표출될 길이 막힌 창조성은 자신을 발견해 주기를 바라며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깨어난 창조성은 많은 부분을 변화시킵니다.
퇴근 후 나는 직장의 직함을 벗어납니다. 다른 모습의 내가 되어 읽고 정리하고 씁니다. 직장에서 보고 느낀 바는 글에 영향을 주고 글을 쓰기 위해 읽고 정리했던 책과 생각들은 직장 안에서의 나에게 도움이 됩니다. 나만의 속도로 일하는 법을 알았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작가로서의 나의 모습이 일상에 미친 영향이지요.
직장에 불평이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가 직장에 기대하는 바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는 어찌보면 슬픈 이야기입니다. 직장의 나의 위치와 모습을 일상에게도 적용하고 있는 지도 모르니까요. 우리가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더라고 우리는 그 일보다, 직함보다 더 큰 존재입니다. 내가 하는 일과 나의 존재를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창조성이 기지개를 켤 때 일에 국한되지 않는 나의 존재가 고개를 듭니다.
퇴근 후 만나게 되는 작가로서의 나의 모습은 완전히 자리잡은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실수고 많고 균형점을 찾아낸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글쓰기가 나의 삶을 충만감에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직장에 대한 기대를 덜어 직장을 만족하도록 만들었고, 직장 내에서 많은 실험을 가능하도록 만들었으며, 직장에 대해 감사하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직장이 주는 매달의 월급이 나의 다른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직장은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히 열정을 쏟을 수 잇습니다.
직장이 주는 보수를 감사히 받아들고 벌이와 상관없는 일을 해 보세요. 경제적인 논리에 의하면 시간낭비이고, 끊임없이 성공을 향해 매진하라는 가르침에는 반하는 일이지만 창조성의 눈빛은 빛납니다. 그렇게 깨어난 창조성이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업무에도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이제 평생직장은 사라졌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창조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당신의 창조성은 무얼하고 있나요? 혹시 반복되는 일에 찌그러져 있는 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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