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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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실험
요즘 내 인생을 정의하라면 '실험으로 점철된 인생'이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나씩, 거침없이 실행하고 있다. '재미가 있으면 계속하고, 아님 말고'라는 마음으로.
늘 거르던 아침식사도 하나의 실험이 되었다. 시작은 달걀후라이 하나였다가, 토마토쥬스를 곁들이기도 한다. 아침 시간을 그럭저럭 보내고 나면, 금방 점심시간이 된다. 양파만 넣고 만들던 카레에 감자도 넣은 카레로 진일보하기도 하고, 카레가 지겨워 아무것도 넣지 않은 모밀장국에 삶은 메밀면을 담가 김치와 함께 먹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면 종류는 입에 맞지 않아, 두 번의 시도까지 연결되진 않는다. 다시 밥으로 돌아가 카레 재료였던 감자와 양파를 기름에 볶아 달달한 양파 볶음밥도 해 먹는다. 그러다 저녁이 되면 점심 때 남겨둔 감자와 양파를 좀더 잘게 썰어 김치까지 가미된 김치 볶음밥도 만들어 먹었다. 자취할 때도 안 하던 요리. 이렇게 매일 하나씩, 조금씩 해 보면 재미 있어질까? 일단 사먹을 돈이 없고 배는 고프니 질릴 때까지는 요리를 해 볼 생각이다. 나의 나름 요리도 '창작'이고, 상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믿으며.
얼마 전 나의 우울한 기운을 읽은 친구가 내게 추천한 명상을 해 보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는 지난 번 할머니 49제 때 받은 성철스님의 법어를 읽었다. 책상 구석에 쳐 박아 둔 책을 꺼내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정신건강에 좋을지도 모르니까. 짧은 글들인데도 치아교정 덕분에 발음은 형편 없이 사방팔방으로 새어 나간다. 그러면 좀 어때? 어차피 읽는 게 중요하지 머. 중간쯤 읽었을까. 별 생각 없이 읽어 내려가는 단어들 중 무엇이 눈물샘을, 가슴 한 구석에 응어리 져 있던 나도 모르는 감정을 건드려, 별안간 눈물이 쏟아진다. 알 수 없는 눈물, 그로부터 오는 묘한 쾌감을 느끼는 그 순간. 내 머리를 스치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다. 무슨 주제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해 차일피일 미루던 팟캐스트를 시작해야겠다고 말이다. 우선 팟캐스트를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찾은 후 책상 서랍에 모셔둔 마이크를 꺼내 들었다. 유연성도, 화려한 언변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나는 다시 노트북 화면에 대고 녹음할 방송의 대본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다행히 컨텐츠를 발견한 덕분에 술술 막힘없이 써 내려간 대본을 보며 혼자 뿌듯해한다. 드디어 녹음 시작! 내가 원하던대로 짧고 굵은 방송이 될 것이다. 분량이 정해져 있어 지속적인 방송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방송의 목적은 뚜렷하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이길 바라는 그대에게…'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며 발버둥 치고 있는 이들 중 단 한명에게라도 내 방송이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꽤나 만족스러울 것이다. 녹음을 마치고, 편집할 프로그램을 찾고, 프로그램의 사용 방법을 익히는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점심을 먹고, 저녁도 먹었는데 아직 끝이 안 보인다. 나름 오프닝 음악과 클로징 음악을 찾아 방송을 흉내내고, 편집을 마치니, 조금은 방송스러워졌다. 드디어 <성철스님 불탄법어>라는 방송이 만들어졌고, 실험하는 아이디어컴퍼니의 두 번째 '실험 프로젝트'인 <정신겅강 회복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내 방송을 들어줄까?
'소개팅 해 줘.'
'어떤 사람?'
'예쁜 사람!'
지겹다. 이런 대화…. '님아, 니 짝은 니가 찾으세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외모, 나이, 직업, 사회적 지위 와 명예, 종교 등 이런 조건들을 빼고 그냥 '그 사람만'을 보고 누군가를 만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런 생각에서 급하게 만들어진 '뼛속까지 외로운 영혼들을 위한 러브매칭 프로젝트'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다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아이디어를 대략 정리하고, 3년 만에 만나는 언니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이 아이디어를 얘기했다. 그랬더니 재미있겠다며, 본인도 참여하겠다고 한다. 얼씨구나, 냉큼 인터뷰를 진행했다. 러브 매칭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은 간단하다. 주최측인 나-신치,미나-와 오프라인에서 3회이상 만난 사람이어야 하며, 프로젝트의 목적과 취지에 공감하고, 참여하고자 원하는 사람이면 가능하다. 여자 5명과 남자 5명의 리스트가 만들어지면, 각자에게 5명의 이성을 대상으로 내가 직접 인터뷰한 그들의 프로필을 메일로 보낸다. 프로필을 보고 만나 보고 싶은 이성을 내게 알려주면 상대방의 의사를 묻고 동의하면 전화번호를 서로에게 넘겨 준다.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 이 후 애프터 서비스 따위는 없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7년간 알아온 사람이라서 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부분들이 의외로 많았음을 발견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고객들을 만나 수다 떨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10명을 목표로 했는데, 중간에 우연찮게 새로운 한 명이 나타나 총 11명의 참가자들과 첫 프로젝트의 실행을 앞두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내 머리 속에서도 사랑의 작대기가 연결되고 있는데 과연 나의 시뮬레이션은 얼마나 맞을까? 두둥!! 마지막 한 사람의 인터뷰를 끝내고, 메일을 보낼 예정이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무척 기대된다.
아웃사이더가 산업을 혁신시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웃사이더는 그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다른 환경으로부터 온 사람들이다. <꿀벌과 게릴라-게리 해멀>
하늘 아래 새로운 아이디어란 없고, 창조는 모방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내가 하고 있는 온갖 실험들도 결국 새로운 것들은 아니다. 어쩌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의 마음 속, 혹은 무의식 속에 꿈틀대던 수 많은 욕망들과 사회적 불만 속에서 누군가 한 번쯤은 상상해 보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단지 나는 그 상상들을 끄집어 내어 현실에서 실행하고, '현실구현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내가 실험하고 있는 것들이 혁신이 될지, 한 번의 불장난이 될 지도 미지수다. 그저 실험을 통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 어떤 이들에게 힘겹기만 할 수 있는 이 곳이 어쩌면 '재미 있는 지옥-구라현정 인용'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또 같이 만들어 보고 싶다.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무모한 아웃사이더들이 실험에 기꺼이 동참해 줄 것이다.
고마워... 지난 번 우리의 대화로 미루어 루미언니가 아웃사이더이길 기대하는 건 무리일듯..
원하는대로 어엿한 CEO에 준하는 프로듀서가 되어 '아웃사이더'스러운 비서로 이루미님을 채용하겠습니다. ㅋㅋㅋㅋ
점심비와 맥주값은 지원하겠습니다.
우리 하니는 오늘 태풍이 온다는데 수영장엘 가나??? 하니에게도 전해줘. 이모의 메시지... (아침에 이거보고 완전 빵 터졌다.)
ㅎ029386ㅅ-0ㅑㅔㅑㅏㅜㅡㅓㅏㅑㅐㅑㅕㅎㅅㄱㄷㅎㄱ로ㅜㅠㅓㅑㅐ98ㅕㅛ쇼ㅕㄳㄷ휴ㅜㅎ퍼ㅗㅑㅐ98765ㄷㄱㅇㅎ류ㅜ프
훔... 하니의 비해 너무 재미없는 말이군.. 어쨌든.. 잘 전달해주길 바래.
ㅋㅋㅋㅋㅋㅋ.. 재경언니.. '어줍잖은 조언은 그만 두려 한다.' 너무 비장한 각오가 느껴진다... ㅎㅎㅎ..
훔.. 그러게.. 사부님, 사샤언니, 점쟁이 그리고 우리 재경언니에게까지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에겐 다 물어보고.
결국 내 멋대로 하지.. ㅎㅎㅎ.
나도. 지금, 그리고 앞으로 하게 될 많은 실험 중에서 뭔가 하나 빵 터져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 물론 과한 욕심을 부리는 것도, 그렇다고 작은 성공을 위한 행동들을 게으르게 하지는 않으니 염려 놓으세염... ㅋ..
그런 때가 오면 나도 언니처럼 깜짝 선물을 해 보고 싶다. 언니의 선물에 저는 하늘을 두둥실 날아다녔답니다~
ㅎㅎ.. 언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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