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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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하나씩
가족과 함께 휴양림에 왔다. 해발 700미터에 있는 산 속 깊은 곳이다. “아빠, 이리와 봐, 계곡물이 너무 시원해”, 아이들이 신이 났다. 오랜만에 가족 나들이어서 아내의 표정도 밝다. 주말 동안 가족과 함께 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훌훌 털어낸 시간이었다.
작년만해도 주말은 온전히 가족과 함께 했었다. 놀이공원 연간회원 7년차,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었다. 우리 가족만의 맞춤 코스, 아이들과 사진이야기 만들기, 친척들 오면 가이드 해주기 등 가족 앨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다. 그리고, 출장 다니면서 눈 여겨본 곳이 있으면, 주말마다 산으로 계곡으로 바다로 떠났다. 계획도 없이 아이들만 태우고 차에 올랐다. 남자들이 떠나는 날이면 아내는 휴가였다. 아무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이어서 먹는 것과 자는 것을 차에서 해결하곤 했다.
올해부터 달라진 나의 모습에 가족들의 실망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의 신뢰가 쌓여서일까? 아내는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을 배려해주었고 아이들은 나와 함께 책을 읽었다. 이번 여행의 필수품도 책이었다. 떠나기 전에 서점에 들러서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계곡에서 놀고 나서는 새 책을 꺼내 함께 읽었다.
물론 책 읽는 시간은 그리 길지가 않다. 그저 아이들 기억에 산 속에서 아빠와 함께 책을 읽었다는 추억 하나 담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내도 그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옆에 앉아서 빙긋이 웃는다. 온전히 가족에게 몰입하는 순간이었고, 나는 행복했다.
다음날 새벽, 책 읽기 좋은 장소를 찾았다. 그리고, 나는 <문명이야기>를 펼쳤다.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아침 햇살이 책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옆 계곡물 흐르는 소리, 지저귀는 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복잡하게 들리더니 이내 하나씩 구분할 수 있었다.
개미가 책 위로 올라왔다. 이리 저리 활자 사이를 지나다닌다.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까? 지금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부지런히 무언가를 찾고 있다. 익숙해 있던 나만의 세계를 떠나, 새로운 삶의 모습을 열심히 읽어내고 있다. 가끔씩 책 귀퉁이에 거장들의 삶의 비밀을 발견하곤 한다. 혹시 개미가 나의 문장을 찾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나의 일과 가족에게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터득해 간다. 그것은 한 번에 하나씩 나의 열정을 쏟아 부는 것이다.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나의 열정은 변경연과 나의 가족에게 쏟아진다. 그리하여 굽이치는 저 강물 속으로 힘차게 빠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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