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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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20
최활동가로부터 사회복지센터 아이들과 숲 프로그램 진행 제의를 받았다. 베스킨라빈스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최활동가는 **복지시설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실정을 피력했다.
2011년 모 기업의 지원으로 **복지시설에 숲 조성 지원이 시작되었다. 화단을 조성하고 마당 한 켠에 덩그러니 있던 컨테이너 박스에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렸다. 그 해 여름 4일간 숲학교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그때 선생님과 아이들이 정이 많이 들었다. 그 일 이후 복지사 이모들과 얘기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생겼으며 숲을 이용해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금은 생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힘을 받아 2012년 상반기는 5명의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투입되고 20명의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숲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세 분의 자원봉사선생님이 메인 강사로 활동하고 나는 사진기록과 활동후기를 작성했다. 강사 선생님들은 절기별 농사짓는 법, 텃밭 만들고 고르기, 채소와 곡식을 심고 기르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으며 우리 집 옥상 텃밭에도 직접 심어 같이 키웠다.
그 해 상반기에 나는 관찰자였다. 세 분의 봉사자를 보조하고 사진 찍고 기록하는 일이었다. 초등학생 20명의 아이들은 거칠고 참지 못하고 자신이 먼저여야 직성이 풀려 보였다. 그런 모습에서도 관심을, 사랑을 바라는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진행봉사선생님들은 정해진 시간에 준비한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천박지축인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했다. 텃밭은 잘 조성되었지만 2주에 한번이라는 방문은 텃밭도 아이들도 잘 돌보기에 모자라는 시간이었다. 약속된 시간 조차도 시설의 사정으로 변경되어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테 상반기가 끝났다.
이 곳의 문제를 짚어본다면
1. 산만한 수업 시간
너무 까불고 설치는 아이, 말 못하고 한 켠으로 물러나 있는 아이, 조금만 부딪히거나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아이들, 남이 다른 것을 가지면 못 참고 싸우고 다투었다. 요즘 아이들은 거의 그렇다. 그렇지만 이곳 아이들은 더 그러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남이 가지는 것을 참지 못하고 남은 하는데 나는 하지 못하는 것을 억울해하고 덤비기 일쑤이다. 더불어 진행하는 선생님의 말씀은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이 순전히 아이들의 문제만 인지 강사의 역량 문제인지 가름이 되지 않는다.
활동가의 말에 의하면 시설의 아이들은 여러 단체에서 각 분야에서 많은 봉사선생님을 만나다 보니 찾아오는 선생님들을 편하게 아니면 너무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관리하는 사회복지사가 수업에 참여하면 자세가 달라지는 경향도 있다.
2. 텃밭, 활동할 장소가 좁다.
함께 할 장소는 조그마한 화단을 텃밭으로 일군 곳뿐인데 20명의 아이들이 함께 하다 보니 통제가 되지 않았다. 호미 가진 친구가 있으면 나도 호미를 가져야 하고 누가 물을 주면 나도 물을 주고 싶어 하는 아이들 때문에 진행이 어려웠다. 규칙을 정하고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줘도 소용없었다.
3. 실질적으로 숲, 자연체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텃밭을 가꿈으로써 자신들이 머무는 공간에 대해 더 애착을 가지기를 바랬다. 아직 텃밭 가꾸기가 그런 효과를 가지지 못하듯 하다. 아직은. 아이들 마음에 위안을 줬는지는 모르겠다. 이것도 아직은. 텃밭에 각종 채소를 가꾸고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각별한 마음이 조금은 들었으리라 믿는다. 자기가 가꾼 것이니까. 이 모든 것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단체와 최활동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첫째 자연을 통한 정서적 안정이며 둘째 나누는 것,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시 이것을 정리해보면 자연에서 위안을 받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키워주고 싶다는 것이다. 이것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이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지 않는가.
나는 자신감 있게 승낙했다. 아이들과 자연에서 놀고 자연 한 부분이 자신의 친구가 되고 내가 심은 텃밭의 채소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자라는 모습에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서로에게 배려와 존중, 공동체 생활에서 이것만큼 중요한 게 있으랴. 나 자신의 이익만,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은 요즘 아이들에게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것 또한 자연에서 배울 수 있으며 그것을 내 주변과 연결시켜 봄으로써 마음으로 느껴 행동이 변하게 하고 싶다. 이것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마음에 깃든 정신을 바꾸는 작업은 몇 배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인내심을 갖고 이들 곁에 있을 자신이 있다.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으리라. 사연과 경우는 다르지만 마음에 아픔이 있었던 아이들이다. 아무리 까칠하고 막돼먹은 아이일지라도 포기하지 않으리라. 그런 아이들이 더 누군가를 붙잡고 싶어하니까.
나는 뽕나무에서 나온 공주가 아니던가. 나는 뽕나무의 오디가 쭈쭈 라고 생각한다. 독신주의며 사냥의 여신이던 처녀 신이 다산의 여신으로 변한 디아나가 나의 수호신이다. 나는 쭈쭈가 아주 많이 달린 다산의 여신이다. 연구원 시절, 직감으로 써 내려간 나의 신화는 디아나 여신과 어우러져 있었다. 그리고 지혜롭고 용감한 아테나가 나의 길에 나타나 길을 인도하리라 믿는다.
나는 아이들에게 쭈쭈가 아주 많이 달린 유모이고 싶다.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젖을 물려 키우는 유모. 나는 모든 아이들을 낳지 않았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젖을 물리는 심정으로 지긋하게 바라볼 것이며 엄마의 마음으로 대하리라.
오! 재미있어요.
어디에 위치해있는 지는 모르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진짜 '숲'에 가서 놀 수 있다면 최고일 것 같습니다.
북한산이면 더 좋구요.
생태놀이 하는 분들 중에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분들이 있어요.
20명을 성인 5명이 보는 게 어떨까? 외부로 나가는 프로그램을 안전문제 걱정으로 허락할까? 이런 걱정이 되지만
아이들에겐 진짜 숲을 보여주고, 진짜 '숲 놀이'를 하도록 하는 게 최고 인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씩만 가서 사계를 보여주고 자기 아지트에서 논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학교에서 생태놀이를 시도해봤는데 '학교'는 숲이 아니라는 게 제일 큰 약점이자 한계였어요.
올해는 옆반 샘이랑 텃밭놀이부를 하고 있어요.
여러 쭈쭈를 가진 아르테미스 여신상을 모시는 뽕공^^ 은 분명 멋진 양모가 되실 것 같아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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