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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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께
불타는 여름 밤은 제 몸을 그대로 두지 않습니다. 몇 시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벌떡 일어납니다. 침대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어 봅니다. 지금이 몇시지? 휴대폰을 전원을 눌러봅니다. 언제부턴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지 않고 휴대폰을 봅니다. 내가 잠든 사이에 혹시 나를 찾았던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지요. 예전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드는 저는 올빼미들의 연락을 못 받기도 하니까요. 한시입니다. 어제
한시에 일어나서 멍 때리고 있다가 샤워를 하러 갔습니다. 머리를 베이비샴푸로 감고(이제 머리카락이 빠져서 순한 샴푸를 쓰는 것이 좋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있는 중임) 샤워를 했습니다.
더위는 가셨는데 컴퓨터를 켤려고 하니 너무 이른 시간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때부터 출근시간까지는 너무 기니까요. 다시 잠자리에 듭니다. 물기가 가시지 않은 머리카락을 위해 베개에 수건을 한 장 깔고 누웠습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알람시간을 넘기고 늦잠을 자버렸습니다. 몸이 천근입니다. 요 며칠 사이 제 상태가 이렇습니다. ‘오늘 살롱에 수업이 있는 날인데 제낄까?’ 생각합니다. 이번 달 음악수업은 저에게는 그리 재미나지 않습니다. 음악하고는 거리가 아주 먼 제 기질 탓이지요. 훌륭한 선생님의 수업을 잘 못 알아 듣는 학생의 변명이라고나 할까요. ‘하루 휴가를 내고 잠을 잘까…’ 몸이 편치 않으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일어납니다. 폭탄 맞은 형상의 머리카락을 위하여 다시 머리를 감습니다. 드라이를 하고 화장을 하고 야채쥬스 한잔을 마시고 입을 옷을 찾습니다.
이때 생각이 납니다. 점심약속이 있었다는 것을. 너무 편한 복장을 하고 가면 안되겠다 싶어서 원피스를 꺼내 입었습니다. 전철을 타고 이동을 합니다. 어제 잘 자라고 하던 친구에게 문자가 들어옵니다. 잘 잤는지를 묻는 안부입니다. 예전 같으면 잘 잤다라고 답을 했을 겁니다. 이제는 그러지 않습니다. 굳이 잘 보이려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나를 포장하는 일을 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물론 고객하고는 그러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로 만나는 사람이나 먼 거리에서 한 두 번 만나는 사람에게는 친절할려고 지금도 노력합니다.
출근을 하니 동료가 생일이라고 합니다. 생일파티를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어제도 많이 빠지던 주식시장이 시작부터 하염없이 빠집니다. 내 몸이 힘든 것도 어쩌면 시장 탓도 있지 싶습니다. 고객의 계좌도 녹아나고 내 월급도 녹아나고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이 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불변의 진리지요. 커피를 한잔 마셔볼까 생각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대신 비타민C 1000mg을 한 알 먹었습니다. 카페인으로 몸을 추스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거지요. 아직 정신이 멀쩡하다는 증거입니다.
메일을 열었습니다. 시장이 힘이 들수록 중요한 맥을 짚고 있어야 하기도 하고 마냥 쳐져 있을 수도 없기에 SERICEO 강의를 듣기 위해 네이버를 열었습니다. 많은 메일 속에 눈에 띄는 메일이 한 통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제 실명으로 들어온 메일이라서 열어보았습니다. 자신을 소개하고
현역 연구원일 때는 과제 때문에 올렸던 글이었고 현역을 마치고 올리던 글을 그만둔 상태인 저에게 님의 메일은 아침의 천근만근의 몸을 날아갈듯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제 글을 읽어준다는 것. 읽고 있었다는 것에 대하여 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원 합격자 발표를 하시면서 스승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이 공간은 연구원만이 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여러분 선배들의 땀과 열정이 묻어 있는 곳이니, 부디 여러분으로 인해 더욱 빛나기 바랍니다. 그러니 시시한 글은 이 공간에 올라 갈 수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세요. 여러분은 이미 작가입니다.”
네!! 사부님.
오늘 알았습니다. 제가 작가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스승이 말씀하신 이미 작가라는 의미를 알게 해주신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 점심은 열무비빔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맛있는 밥먹고 오후 일 잘하고 살롱에도 공부하러 가야겠습니다.
말씀하신 리뷰와 컬럼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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