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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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퇴직을 하면서 칼국수 전문점으로 생애 첫 장사를 하려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상담중에 각자의 역할을 물었습니다.
‘부인은 가게에서 어떤 부분을 맡을 계획인가요?’ ‘홀을 맡을 계획이에요, 써빙도 하고요’ 부인은 차분하게 대답을 합니다.
남편에게도 물었습니다. ‘남편의 역할은 어떤 건가요?’ ‘저는 주방에 들어가서 보조를 하려고요’ 남편은 성격이 밝습니다. 말도 잘합니다. 당시에는 감이었지만 남편은 눈썰미도 있어 보였습니다. 창업 후에 알았지만 실제로도 눈썰미가 대단했습니다.
상담을 통해 하나씩 상황들을 파악해 나갔습니다. 부인은 알바 경험도 홀 써빙 경험도 없었고, 사람 상대하는 일도 해 본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젊을 때 직장 경력도 길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결혼을 하고 그 후로 살림만 해왔던 전형적인 전업주부였습니다. 남편이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에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은 마음에 부인에게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부인의 대답은 창업을 하는 것도 걱정이고 자신이 가게에 나가 홀 써빙을 할 것도 걱정이 된다고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남편이 느끼던 퇴직에 대한 부담과, 남편의 창업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창업을 결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좋은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그 보다 더 큰 걱정은 자신의 역할 부분이었습니다. 조용한 성격의 부인이 홀에서 접객을 해야 하는 상황은 그녀의 자신감을 더 낮추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가장 의욕적이고 재능이 발휘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강점에 맞추어 커리어를 계발해야 한다.”
‘천천히 그러나 탁월하게’의 저자 ‘다카하시 슌스케’는 ‘슬로우 커리어’를 주장합니다. 이것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을 할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커리어입니다. ‘경쟁과 속도에 편승하지 않으면 도태한다’는 오늘날 자기계발 분야의 일반적인 믿음과 배치되는 주장이지요. 고쳐 생각해 보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을 할 때가 가장 창의적이기는 합니다. 무엇인가를 억지로 할 때만큼 비능률적인 것도 없고요.
성향과 기질을 이해하는 것은 소점포 경영에도 필요합니다. 한번 창업을 하면 오래동안 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업주가 자신의 성향을 알면 영업장 안에서도 자신의 포지션을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업주이지만 주방으로 들어갈지, 계산대에 앉을지, 직접 서비스를 할지, 직원을 둘지 말지 등이 그렇습니다. 이런 선택의 기저에는 개인적인 성향과 기질이 작동합니다. 차분한 성격의 사람이 오픈형 매장의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창업하거나, 활발한 성격의 사람이 음식점을 창업하여 주방으로 들어가려 한다면 경영의 지속성 여부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여러 날 계속되는 어색한 에너지 소모에 자기의 기질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영업자는 스스로를 고용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가장 자기다운 것을 찾아 그것을 자기 자원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물 흐르듯 녹아 들 수 있는 역할을 할 때가 가장 자기다울 것입니다. 잘 할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하세요. 없는 것을 계발하느라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과 강점을 강점화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자영업에서도 통하는 진리와 같습니다.
(부부의 창업 이야기가 궁금하시죠? 창업 초기에는 자신들의 계획대로 역할을 맡아 시작을 했습니다. 그 후 2개월도 못 가서 부부는 포지션을 교체했습니다. 갑자기 바꾼 포지션으로 서로는 물론이고 심지어 직원들까지도 힘들어 하고 어수선한 시간이 있었고요. 결론만 말하자면 지금은 부인은 다시 집에서 살림만 합니다. 여기도 저기도 적응이 안되어 내린 결정입니다. 칼국수 대표님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특유의 끈기와 적응력으로 지금은 그럭저럭 운영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