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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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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일 21시 41분 등록


***


다르게 사는 방법을 찾다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최선을 다해서 창의적이 되고 싶었다. 지리산에 오르면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떠나지 못했다. 그 이유도 몰랐다. 답답했다.

물론 이유는 있다. 혼자 떠날 자신이 없었던 거다.


밥, 술, 영화, 쇼핑, 운동, 혼자 해본 게 또 뭐가 있나?

뭐든 혼자서도 잘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떠난 여행은 없었다.

지금까지 뭐하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왜 하필 지리산이었을까?

아무 데나 가도 될 텐데 말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뭔가에 도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면 될 것을 못하고 미루고 미뤘다. 떠나지 못할 이유는 오만가지였다.


작년 여름, 지인의 페이스북에 여자들의 여행모임이 공유되었다.

이게 뭐지? 하고 들어갔더니 지리산이 보였다. 지리산만 보였다. 신청했다.

첫 여행지는 지리산이었고, 서울 성곽야경, 제주도, 네팔, 그랬다.

네팔은 그러니까, 보이지 않던, 이 세상에 없던 곳이었다.


이 모임은 여행지에서 모여서 거기서 헤어진다. 모여서 떠나는 게 아니었다.

지리산에 가야 했다. 혼자서 말이다. 이걸 할 줄 몰라서 못 갔던 거였는데.

생전 첨 보는 이들과 함께하러 지리산행 고속버스를 예약했다. 첨 해보는 일이었다.

일정이 끝나고 혼자서 하루를 더 묵고 왔다. 덕분에 지리산 혼.자.있.기. 성공했다.


제주행 비행기 표는 예약해봤나? 첨이었다. 혼자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것도 첨이었다.

제주도엔 미리 갔다.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혼밥을 먹고 남자들의 대시도 받았다.

아직 살아있군, 하고는 됐다고 버렸다. 똥오줌은 가렸으니까. 그럴 때가 아니었다.

일정 마지막 날, 밤새도록 마셨다. 만취 상태로 새벽에 리무진 첫차를 탔다. 후회했다.


비행기에서 술 냄새 날까 봐 숨도 몰래 쉬었다. 목말라도 꾹 참고 눈을 감았다.

적응한 거였다. 술 좋아하지만, 아무데서나, 아무하고나 마시지는 않는다. 울 뻔했다.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별것도 아닌 이걸 결국엔 해낸 자신이 대견했다.

집에 오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깊은 잠에 빠졌다. 제주에서의 시간이 꿈결 같았다.


히말라야는 그때 결정됐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그곳이 마구 달려온 거다.

뭔지 모를 이유로 지리산을 선택했더니 히말라야가 답을 했다.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다.

산악인도 아니고 운동도 자주 안 하고 그렇다고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올해 1월, 13명의 여자와 13명의 여성포터가 네팔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을 했다.


카트만두 공항까지는 마중을 나오기로 했다. 목적지는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였다.

비행기 표를 검색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가진 게 시간이니 선택의 폭은 넓었다.

직항의 3분의 1 가격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을 2번 경유하는 거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히말라야고 나발이고 카트만두까지만 가도 성공이었다. 무모하게 굳센 내 목표는 그랬다.


우여곡절 끝에 예약했다. 짐을 수하물 처리할 자신은 없고, 공항에서 노숙해야 했다.

한겨울 13일 치 짐을 기내용 배낭 하나로 쌌다. 날마다 창의적이지 않을 길이 없었다.

영어, 중국어는 고사하고 한국어도 버벅거렸다. 창의적으로 식은땀 흘리기 기록을 경신했다.

네팔 카트만두 공항에서 인솔자를 만나는 순간, 내 여행은 끝났다. 나머지는 보너스였다.


**


정오 : 당근 1개, 구운 감자 1개, 된장국 (다시마, 두부, 양파, 마늘, 감자, 집된장)


뚝배기가 등장했다. 다시마를 넣고 끓인 물에 감자, 양파, 두부, 마늘을 썰어서 끓이다가 집된장을 조금 풀었다. 심하게 든든했다. 바로 이 맛이다.


간식 : 두유, 견과류


두유는 남겼다. 먹어도 먹어도 먹는 게 일이다. 몸에 좋은 거랑 친해져야겠다. 남은 거 다시 빨아먹었다. 오도독오도독 호두와 아몬드는 씹을수록 달고 고소하다. 침이 한 바가지다.


7:00 오이 1개, 현미밥, 구이 김, 두부 ¼모


오후에 발표가 있었다. 떨어졌다. 맨날 떨어진다. 부족하고 모자란 탓이다. 어쩌겠나. 다시 도전해야지. 말로는 그렇지만 맘은 무너졌고 속상했다. 이 좋은 핑계로 술도 못 마시게 됐으니 망했다. 누워서 음악을 들었지만, 들리지도 않았다. 그냥 꺼버렸다. 뒤척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허송세월하다가 시계를 보니 7시였다. 벌떡 일어나서 밥 먹었다.


평일 아침 알바를 하는 큰딸은 새벽에 방울토마토, 현미밥, 구이 김을 챙겨 먹고 나갔다.

아메리카노도 안 마시고 빵도 안 먹고(빵집 알바 한다) 물 마신다며 나름 각오를 다졌다.

집에 오더니 갑자기 내일 쉬게 됐다며 입이 찢어져서는 친구랑 놀러 나갔다.

내일 새벽엔 술 한 병이 누워있게 생겼다. 얘는 언제쯤 시작할 수 있을까?


지금쯤 1차는 끝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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