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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4일 11시 28분 등록
낮에 연구원 동료들과 만났다. 직장관계로 다년간 가족들과 떨어져 새로운 부처에서 몇 년 동안 근무경력을 쌓으며 일하다가 원래의 부서로 돌아가게 되어 마감 정리하는 사람과 시간을 맞추어 송별회 겸 점심식사를 함께 나누었다. 그는 지방에 살고 있었는데 진난 5년 동안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경제자문위원회소속으로 발령 받아 일해 왔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정부가 시작됨에 원래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그동안 그의 성실한 생활로 인해 원하는 좋은 자리로 발령을 받아 가게 되었단다. 이 봄 약동하는 그의 각오가 새롭다. 그의 다짐에 반짝 푸른 신호등이 켜지고 그런 그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보낸다.

그는 공무원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을 위한 제대로 헌신하는 공무원의 혁신과 개혁바람이 일고 있고, 그로인해 갑자기 공무원 인원을 축소시키는 부처도 생겨나고 하여 한동안 그는 당황했다. 아무리 정권의 권위와 변화 의지가 높다고 하지만 하루아침에 부처가 없어지거나 통폐합된다는 보도가 나오니 가족이 있는 중년 가장으로서 어찌 당혹해하지 않을 수 있었겠나. 그는 연구원 생활 1년차 막바지에 이르러 이러한 경황들을 이겨내느라 노심초사 하여왔다. 과묵한 성격에 쉽사리 누구에게 말은 털어놓지 않았지만 내심 불안정한 사태로 인하여 몇 차례 심하게 몸살을 앓기도 했다. 주말부부로서 집에 내려가면 가족들을 안심시키느라 가끔씩 외식을 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 먹은 음식들이 체하는가 하면 까닭 없이 일상이 피로해 지는 현상들을 느꼈다. 며칠씩 감기몸살 같은 증세를 반복하여 격기도 하였다.

연구원 1년 동안 충실한 과제를 해냄으로써 성실한 사람임을 입증 받은 사람이었고 무던하고 우직한 처신으로 인해 3기 연구원 동기들이나 1,2기 선배들 못지않은 귀감이 되어왔다. 그러한 그였지만 그 자신의 철통같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처해지는 사태에 대하여 대략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너무나 하기 좋은 쉬운 말로 남들은 철밥통 어쩌고 운운하지만 실상 공무원 자신은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부처에 내맡겨져 이리저리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다. 특히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느 일면 내동댕이쳐지는 듯한 느낌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 심정이기도 한 것이리라.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 늦도록 누구보다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며 부지런하게 열심히 생활해 왔지만 모두가 한 두루미 비릿한 생선 쪼가리로나 엮기 듯 회오리바람과도 같은 태풍이 불어 닥칠 때면 순간 아득해 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이미지에 충실하기라도 하듯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연구원생활에 임해왔다. 일시적인 어수선한 심적 갈등이야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무엇도 현명한 의지를 지닌 그의 전체를 흐트러지게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아니 연구원이기에 그는 더욱 악착같이 자신의 모습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묵묵히 맡은바 임무와 현상들에 대해 초연히 대처해나갈 수 있었다. 최근 몇 달 동안의 사태를 겪으면서 그는 그동안의 서울 생활과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조용히 가지며 마음을 새롭게 다잡아 보기도 하였다. 연구원 생활을 하며 읽은 역사서와 세계적 인물들의 인생에는 어려움을 격지 않은 사람들이라고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그들이 위대해진 것은 문제에 처했을 때 상황을 주시하여 올바르게 파악하고 몸을 던져 헤쳐 나가는 불굴의 정신력이었으며, 어떠한 고난이 닥쳐도 묵묵히 견뎌내고야 말겠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과정들의 진한 결과였다. 그러한 예들을 기억하며 마침내 그는 다시 주변 상황들을 담담히 수용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뜻밖에 좋은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성실한 면면들을 타인들이 먼저 알고 인정해 주는 행운을 얻게 된 것이다. 그는 다시 힘을 얻었고 더 열심히 일하고 싶은 의욕에 가득찬 새봄을 맞는다.

그가 사부님과 만나게 된 것은 2005년도 1월 꿈 벗 7기 꿈두레 모임에서였다고 한다. 평소에 사부님의 책을 읽고 감명 받은 그는 서울로 부임하여 오게 되자 객지생활을 알차게 꾸려가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즈음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대학원 등을 마친 그는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모색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 서울에 발령받게 된 기왕에 연구원에 지망하여 공무원의 사표가 될 수 있는 꿈을 그리면서 꾸준히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그저 그렇게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는 자기가 아니라 보다 분명히 자신의 삶을 위한 재미나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놀이터’를 발견하고 제 발로 찾아 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거치는 동안 더욱 자신의 등뼈로 단단히 서는 힘을 얻어 가지게 되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라고 하는 성현들의 말씀은 새삼 얼마나 지당한 말씀이던가. 우리가 어디에 있느냐 보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 가 더 중요한 것임을 그는 깨닫고 알게 되었다.

그와 나누는 짧은 점심시간이 즐거웠다. 위로를 하려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어 얼마나 기분 좋던가. 그의 마감 정리와 새로운 부임지로의 발령을 위해 짐 보따리를 싸느라 약속시간보다 몇 십 분 늦게 만나게 된 시간이 못내 아쉽다. 그러나 무슨 걱정이 있는가. 비록 저마다 살기에 바빠서 많이 만나지 않아도 오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도 짧고 진한 전율이 이는 우리의 지속적인 성실함과 이 작은 ‘떨림’들이 있는 한 같이 나누는 시간이 아쉬워도 우리는 진정 뿌듯하다. 보지 않아 본 듯하게 마음이 이어지고 신뢰가 쌓여가는 이것을 작은 시간 동안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가. 덕분에 기분 좋은 한나절 나들이가 되었고 또한 나 역시 벗들에 못지않게 보다 열심히 살아보아야겠다는 다짐들이 가슴으로 뻗쳐들었다. 실제로 어제는 날씨가 좀 흐리기도 했지만 그리고 아직 어설픈 벗들이 있지만 이 봄 참 따스한 햇살이 우리들의 등을 쪼이며 한가득 몰려옴을 느낀다. 다시금 묵은 어깨를 활짝 펴고 이 봄의 기운을 힘껏 마셔볼 일이다. 탈리다 쿰! 달리자 꿈!! 벗과 함께 우리 힘차게 달린다. 아우~ 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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