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써니
  • 조회 수 312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8년 3월 28일 21시 27분 등록


부치지 않을 편지를 써요.

마음이 아파서 자꾸만 가슴이 저려요. 소설처럼 거짓말처럼 쓰려다가도 보태고 빼려다가도 그래도 거의가 사실이어서 자꾸 그대 모습이 떠올라요. 내게 사라지지 않는 사무침을 거센 파도처럼 다 풀어버리려고 했는데 편하지 않네요. 그래서 사람들이 쓰지 못하나 봐요.

봄을 알리는 비가와요. 가늘게 종일 내렸다죠? 나는 아주 늦게 슈퍼에 다녀오느라 잠깐 동안 비를 맞았어요. 비오는 날 좋아했죠? 아주 시원스레 죽죽 내리는 날 말에요.

산다는 게 글을 써야하는 건지, 말을 해야 하는 건지가 잠시 심드렁해지네요. 부질없게 느껴져서요. 너무 오래 가지고 있었나 봐요. 빨리 잊어버릴 걸. 아니 너무 늦게 알게 된 거죠. 좀 더 일찍 써야 했는데. 매일 천 번도 더 죽고 싶고 죽여 버리고 싶을 만큼 간절했는데 말에요.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고 처박아두어서 요괴가 되어버린 우스꽝스런 보따리.

내가 실패했어도 괜찮아요. 당신에게 사랑받지 못했어도 괜찮아요. 우리 행복하지 않았어도 괜찮아요. 그렇더라도 최선이었다는 것 알아요. 그것이면 됐어요. 그게 뭐 어때서요. 그럴 수도 있지요. 그대도 나에 대해 다 쓰세요. 미운 정 고운 정 다 쓰세요. 그리고 새롭게 태어나세요.

그대가 힘든 것 다 짊어져서 나 편해요. 도마뱀 꼬리 자르듯 잘라내 줘서 그대 따라 억지로 끌려가며 살지 않고 그 점 힘들지 않게 살아요. 자유로워요. 그대도 그러길 바랄게요. 때로 욕하고 못되게 굴어도 진실은 정제되어 영롱하게 남을 거예요. 내 삶의 소중한 자원과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의 맑은 깨달음과 같은 깊고 참신한 명상冥想으로.



2008년 3월 23일.

IP *.36.210.8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