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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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의 야심(野心)
지난 주 나의 전임 팀장이자 멘토이며 이제는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관계가 된 직장 선배형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공통 관심사인 어떤 고객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중 형이 다음가 같이 말했다. “그 사람 내공이 보통이 아니야. 지금 자리에 만족할 사람이 아니지. 야심이 있거든. 분명 더 큰 목표가 있을 꺼야.” 형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내가 보기에도 그 고객은 절대 그 자리에 만족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항상 쾌활하게 웃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힘이 있으면서도 그 몸짓 속에서 어떤 다부짐의 느낌을 나도 느꼈으니까.
그러다가 갑자기 나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욕심없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은나에게도 어떤 야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함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다 우연히 ‘야심(野心)’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 보았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1. 무엇을 이루겠다고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욕망이나 소망
2. 벼슬을 버리고 전원에 묻히려는 마음
오호, 사전 속에는 두 가지 상반되는 ‘야심’이 정의되어 있었다. 보통 우리는 전자의 생각을,특히 자리나 지위, 재물 등의 세속적인 ‘무엇’을 이루겠다고 할 경우에 대해서 보통 ‘야심있다’고 표현하고는 한다. 후자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이렇게 표현하지 않고 ‘초야에 묻히고자 하는 마음’ 등으로 표현하고는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의 마음은 야심의 두 가지 정의한 조합된 복합적인 것이었다. 나는 분명히 마음 속에 무언가를 이루겠다고 하는 소망이 있다. 다만 그 ‘무엇’이 ‘자리나 지위, 재물’이 아니라 ‘자유롭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마음/환경의 상태이며, 그 상태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할 경우 미련 없이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즉, 나의 야심은 독립된 마음으로 속한 조직과 사람들에게 공헌하면서 나의 역할에 맞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 나의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상태에 흔들림이 생길 경우 과감하게 물러나 자연으로 돌아가 그 속에서 사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리나 재물을 위해서 사람과 자유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야심이자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나의 기억 속에서 쉬이 지워지지 않는 영화 두 개가 있다. 바로 ‘늑대와 함께 춤을’과 ‘라스트 사무라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