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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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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30일 05시 03분 등록
 

 깨어있으라! 


  위기의 시대라고 한다. 아니 늘 위기였을 것이다. 시대의 위기를 논할 필요도 없이 나 개인에게도 무척 위험한 시기를 지난 적이 있다. 벼랑 끝과도 같았다. 성장지향으로 달려오던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만 견딜 수 있는 중년의 어느날이었다. 안정된 직장이 아니었다.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돈을 많이 모아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저축은 2007년 시류에 휩쓸려 어리석은 투자를 하게 해서 이미 3년 연봉 이상의 투자 손실을 보았다. 아직도 건드릴 수 없는 펀드는 오래전에 내 돈이 아니게 되었다. 남편이 큰소리치며 투자한 부동산은 공실이 3분의 1이고, 팔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아이는 11살에 불과하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동료들을 사직하게 만든다. 해고도 종종 있다. 2년 근무하고 계약 만료와 함께 급여중지 받았던 미시간대 출신의 한 박사는 다른 곳에 취업이 안돼서 약 5개월 가량을 급여도 못받는 이곳으로 출근했던 것을 기억한다. 어느날 그가 사라졌지만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랐다. 지금 그는 어디 있을까? 국제적인 금융과 에너지와 환경과 정치관계의 위기를 몸으로 느끼기 보다는 개인에게 닥친 주식하락과 APT가격 하락, 직장에서의 위기가 더 와 닿을 것이다. 이런 위기의 때에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자크 아탈리는 위기의 시대에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 존재하기 위해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애쓰는 마음, 자신을 보살피고 뛰어난 존재가 되려는 욕심, 더욱 강한 자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면 자신이 아닌 그 무엇으로부터도 기대할 것이 없으며, 오로지 자신만을 믿을 것이며, 자신만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댈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하게 될 것이다.라고 단언하고 있었다. 우리가 믿어야 하는 것은 오직 자신뿐임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자크아탈리의 <살아남기 위하여>를 읽으며, 2007년 매일 눈만 뜨면 KOSPI지수가 얼마 올랐다고 언론에서 떠들어 대던 때가 떠올랐다. 그 당시 경제 전문기자들은 전달 대비 국민의 자산이 몇% 상승했는데, 그 이유가 주식과 펀드 같은 금융자산의 평가 금액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기사들을 경쟁하듯 발표했다. 당시 BRIC(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발전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의 주식은 매일 상승했고, 중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본토와 홍콩지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던 때를 기억한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상대적 빈곤자가 된다고 느낄 수밖에 없도록 언론은 순진한 국민을 자극하고 또 자극했다. 2007년 가을 쯤 KOSPI지수가 2000을 돌파했다. 한없이 오를 것 같았다. 누구는 KOSPI가 곧 3000이 될 것이라고 장밋빛 예측을 발표했다. 중국주식에 일찌감치 펀드투자한 사람들은 200~300%의 이익을 봤다고 거래은행 직원들은 고객을 부추긴다. 그때쯤 학력위조와 부적절한 관계폭로로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았던, 전 동국대 교수 신정아에 대해 매일 언론에서 또 자극적으로 발표했다. 상업적 목적에 이성을 잃은 한 언론사는 그녀의 나체 사진을 대문짝하게 공개했고,  그녀가 누구에게 성상납을 했다는 기사와 함께 그녀가 보유하던 2억 상당의 주식이 평가 금액 5억이 되었다는 기사를 국민들이 보게 만들었다. 참 답답하던 때이다.

 언론은 결과만을 보여주지 예측은 하지 못한다는 것을 국민 중 누가 알았을까? 그때 많은 사람들이 펀드에 자신의 재산을 묻었다. 이전까지 주식투자를 하지 않던 사람들마저도 연일 계속되는 기사들로 인해  “상대적 빈곤화”라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전 국민을 펀드 투자자로 내몰았다. 그 당시 펀드 하지 않은 사람은 이미 위기를 예측한 일부 아주 똑똑한 사람과 투자할 돈이 없거나 은행과 거래하지 않는 사람들, 그렇게 세 부류 정도였을 것이다. 언론의 힘은 위대했다. 나 같은 주식과 펀드를 전혀 하지 않던 안전지향 보수주의자마저도 7개의 펀드에 금융자산의 90%정도를 몰아넣게 했으니...........욕심이 나를 망칠 것을 꿈에도 몰랐었다.


 그리고 1년쯤 지난 2008년 가을쯤이라 기억한다. 당시에 최진실의 자살사건이 중년의 팬들을 충격에 쌓이게 만들었던 비극적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전 인 듯하다.

그때 또 언론은 서브프라임으로 야기된 미국발 그로벌위기로 인해 발생한 금융시장의 붕괴현상을 또 연일 발표해 댔다. 언제나 뒷북인 언론은 매일 매일 KOSPI지수가 얼마 하락했다는 기사를 계속 써댔었다. 1년전과는 상황이 완전 뒤집어져 있었다. 그때쯤 너무나 시기적절하게 절묘한 타임에 출판된, 자신을 시골의사라고 부르는 사람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라는 책만 대박이 났다. 그의 책은 이미 KOSPI가 2000을 칠 때 부터 위기를 예측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상당히 국제 정세를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기에 너도 나도 그의 책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결론은 ‘주식의 흐름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라는 보신적인 결말이었다. 허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돈을 버는 사람은 주식 투자자가 아니라 시골의사 같은 주식투자 관련 서적 출판관계자였다. 


  그 위기의 어느 날, MBC 9시뉴스를 켜니 헤드 뉴스에 붉게 변한 세계지도가 등장하며 전 세계는 미국발 위기로 모든 곳에서 금융시장이 붕괴직전이라고 앵커가 다급하게 타진했다. 세계지도는 거의 다 붉게 칠해져 있었었다. 그 현상을 보던 나는 마치 지구의 종말을 보는듯했다. 기독교의 성경에서 말하는 세계종말이 이런 것인가 느낄 정도였다. 금융투자를 안한 사람들은 거의 자극을 받지 않았겠지만, 세계 곳곳에 분산투자(?)를 한 내 주식형 펀드는 안 걸리는 나라가 없었다. 나는 완벽한 절망을 느꼈다. 내 펀드는 반 토막에서 세토막이 나더니 4분의 1까지 하락한 종목도 있었다. 얼마 뒤 세계 최고의 기업 5군데에만 투자한 가장 안전하다는 Top5 ELS 펀드가 기간만료가 되었다. 일부 은행은 기간 만료된 펀드의 기한을 연장 했지만, 내가 거래 하던 은행 HSBC는 영국은행답게 원칙만을 고수하며, 원금의 40%도 안되는 돈을 강제로 돌려주었다. 앉은 자리에서 대형차 한대값을 날렸다. 도요타 때문이란다. 나머지 4개사는 잘했지만 도요타 때문에 결국 원금의 60%이상 손실을 입고 말았다. 투자 당시 세계에서 두번째로 우량하던 기업이 도요타였다. 그 손실확정을 받은 후 얼마 지나니 도요타의 차량들이 세계 곳곳에서 기계적 결함을 일으켰고, 연이어 도요타가 루머에 시달렸다. 도요타 주식은 또 폭락 했다. 그 현상을 보며 나는 어쩌면 다행이었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강제로 환매해서 40%라도 건졌는데 도요타 펀드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더라면 그나마 40%라도 건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간사한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였다. 자기 편리할 대로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들어 도요타가 신차를 발표하고 또 재기를 꿈꾼다고 하니 또 상승할지도 모르겠고 도요타가 옛날의 명성을 다시 찾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최고를 바라보던 기업이었으니깐 그들의 저력은 아마 남아 있을 것이니까.


  어찌되었던 이 모든 일의 원인은 나의 무지와 욕심이었다. 위기의 시대를 지나가기 위해선 깨어있어야 하는데 나는 언론의 발표를 믿으며 시류에 휩쓸렸다. 무지했다. 남들의 자산 증가를 보며 나도 그리될 것을 원했다. 욕심이었다. 욕심이 없었거나 똑똑했거나 그랬더라면 나는 그 위기를 비켜갔을 것이다. 아니 자크 아탈리라도 미리 알았더라면 그런 손실을 입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아직도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고 하니 걱정이다. 남아있는 6개의 펀드는 어찌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손실을 보고 환매할 것인가? 아니면 딸아이에게 대물림할 각오로 끝까지 가져가야 할 것인가? 세월이 지나면  KOSPI도 3000 될 날이 올 것이고 홍콩 H지수도 20000을 넘어갈 날도 오지 않을까? 라고 막연하게 믿어볼까? 그러나 낙관주의가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지금 KOSPI 1800정도 될 때 10%만 손실보고 국내 펀드만이라도 털어버릴까?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나 이일을 통해 한 가지 분명히 깨달은 것은 있었다. 내가 사는 날동안 전쟁이나 큰 위기를 겪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깨지면서, 누구나 예측못한 위기에 들어갈 수 있고, 은행에 맡겨둔 돈이 결코 내돈이 아닌 날도 올 수 있다는 경고였다, 물론 부동산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나약함, 사회인으로서 사회의 흐름에 밀려다닐 수밖에 없는 나약하고 나약한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 그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자크 아탈리는 위기의 시대를 진단하면서 나처럼 시대의 흐름에 제물이 되지 않으려면 깨어 있으라고 한다.  심지어 “각자는 처음부터 남들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자신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파도타기 선수가 다가오는 파도의 크기를 보며 몸을 맡기듯, 위기를 똑바로 직시하면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넘어갈 것은 넘어가고, 피할 것은 피하라고 충고한다. 늘 깨어있으라는 것이다. 그가 충고하는 7가지 원칙, 즉 ‘자긍심의 원칙’, ‘전력투구의 원칙’, ‘감정이입의 원칙’, ‘탄력성의 원칙’, ‘창의성의 원칙’, ‘유비쿼터스의 원칙’, ‘혁명적 사고’ 를 매일 삶의 지침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그리하려면, 위기의 시대에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서 지켜야 한다고 자크아탈리가 말한 원론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 존재하기 위해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애쓰는 마음, 자신을 보살피고 뛰어난 존재가 되려는 욕심, 더욱 강한 자의식”을 늘 생각하는 것이 깨어있는 방법일 것 같다. 
결국 매일 벽돌을 만드는 자만이 피라미드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IP *.67.1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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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8.30 10:19:59 *.30.254.28
진철이와 통화시,
소중한  것들을 잃어서 마음이 많이 아프겠다...고 얘기했더니
진철이가  그러더군요
마음이 마이 아팠는데, 글로 쓰고나니, 아픔이 많이 가셨다구요..

컬럼이 가슴에 들어옵니다.
어리석은 투자, 손실...누이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러합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그런 무거움이 많이 가벼워지면 좋겠네요. 
'매일 벽돌을 만드는 자만이 피라미드를 세울 수 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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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2010.08.31 09:01:26 *.145.204.123
그런 경험이 역시 있었군요
많은 이가 그랬을겁니다
벽돌같이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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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8.30 22:52:41 *.212.98.176
매일 벽돌을 즐겁게 만드는 방법을 함 의논해 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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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2010.09.01 08:49:49 *.145.204.123
젊은 피 오케이~~굳뜨**쌍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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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8.31 14:53:41 *.10.44.47
그런 논의라면 저도 빠질 수 없죠!!  ^^

한때는 재테크 전문가였거든요..
한때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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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2010.08.31 09:00:18 *.145.204.123
의논 언제나 환영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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