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성
- 조회 수 2694
- 댓글 수 6
- 추천 수 0
미래의 창조 / [8-4 컬럼]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는‘원초적 본능’이다.
내가 즐겨 하던 상상은 ‘10년후, 20년후, 30년 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였다. 그런 상상이 나만의 놀이는 아닐 것이다. 비논리적으로 불확실한 먼 훗날을 얘기하는 사람은 몽상가로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미래를 엿보고 싶은 끊임없는 호기심이야말로 점술산업으로 표현되는 명리학이, 유행을 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변경연 연구원들은 해외여행기간 동안 크루즈를 타고 그리스와 터키를 여행했다. 이동수단은 느릴 수록 여행의 맛을 더해 준다고 했으니, 가장 느리게 움직이는 배야말로 여행의 묘미를 살려주는 훌륭한 도구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크루즈도 있다.
* Plastic Surgery Cruises 성형수술 크루즈
로큰롤 R&R을 즐기며 성형수술을 받고 시어하는 중장년층 여행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관광사업가들은 최첨단 수술 장비를 갖춘 여객선을 마련할 것이다. 여행을 마칠 때쯤이면 수술자국은 모두 사리질 테고, 보는 사람들은 정말 푹 쉬다가 돌아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성형수술 크루즈’는 트렌드 전문가인 ‘페이스팝콘’의 「미래생활사전」중 의료분야의 미래 편에 나오는 얘기다. 재미있는 예측이 많다. 국제적으로 벌어지는 병원들간의 부유한 환자 모시기 경쟁을 말하는 ‘Patient Poaching 환자 밀렵’에 대한 것도 있고, ‘Cosmetic Underclass 미용하위계층’ 이란 예측도 있다. 성형수술이나 스킨케어를 받을 경제적 여유가 없어 자기 나이만큼 보여야 하는 하위계층을 뜻하는 '코즈메틱 언더클래스' 라는 신조어는 자기 나이만큼 보이는 것이 평균은 커녕 뒤처지는 일이 된 한국에서는, 이미 와 있는 미래로 보여진다.
미래를 예견하는 단어 중 유행과 트렌드는 다르다.‘유행’은 예측 불가능하며 단기적인 특성을 지니지만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의미는 없다. 트렌드는 제한적이지만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며, 산업구조 및 수요가 있는 곳에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 스승님은 미래의 메가 트렌드로 ‘고령화, 여성, 로하스’를 말씀하셨다. 3가지 메가 트렌드 중 고령화만 하더라도 의료기관에서 주목하고 준비를 해야 할 부분이다.
노인인구의 비율이 증가하면 새벽에 진료하는 동네병원들이 점증할 것이다. (지금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아침잠이 짧은 노인들과 아침시간을 의미있게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하는 병원들이 생길 것이다. 스스로 노령화되는 의사의 새벽진료의지와 수요가 맞물리면서 새벽진료라는 시간을 선점하는 네트워크 병원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이른바 타임마케팅이 의료계에도 적용될 것이다.
노인인구의 건강관련 지출이 대폭적으로 증가하면서, 부대사업으로 피트니스 클럽을 세우거나 연계를 맺고 노인층을 공략대상으로 건강증진시장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발 빠른 의료기관들도 있을 것이다. 고령화 사회는 보건 의료와 평생교육분야에서 다양한 시장을 활성화 할 것이다.
고령인구(65세 이상)의 비중이 10%를 넘어 20% 에 육박하는 선진국에서는 노인층이 무시할 수 없는 소비세력으로 부상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노화방지 (anti-aging) 비즈니스의 시장성장으로 연결된다. 노화를 자연현상이 아닌 극복대상으로 인식하며 질병예방, 노화방지 식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될 것임은 이미 예견되어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실버타운, 노인전용 여행 상품, 각종 노인용품, 노후 대비 금융상품 등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버 비즈니스가 부각되고 있지만, 건강 및 외모 유지와 관련된 부문, 건강보조식품 부문 등 노화방지 비즈니스는 실버 비즈니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예측’ 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확신성을 암시하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대신 ‘제안’ 이라고 표현한다. ‘미래는 점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가오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도록 제언하는 것’ 이라고 강조한다. 미래쇼크를 발표할 때도 ‘세상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비하라’ 라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럼,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아니,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 복잡한 질문의 대답은 ‘다니엘 핑크’의 대답이 제일 마음에 든다.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의 수석 연설문 작성자로 일했던 다니엘 핑크(나랑 동갑이란다..아.비교된다.) 는 차세대를 이끌 대표적 미래학자로 꼽힌다. 그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 라는 저서를 통해 논리적이고 선형적 능력, 디지털 능력을 요구하는 현 시대에서 창조의 능력, 공감의 능력,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 등을 요구하는 ‘하이 콘셉트’의 시대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술과 감성까지 아우른 통섭과 종합의 능력'이 그가 말하는 ‘하이 컨셉’이고 ‘하이 컨셉’을 중시하고 개발하라는 것이 그가 전하는 메시지다.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 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계획을 세우지 마라’ 는 전혀 미래학자 답지 않은 대답을 한다.
“계획을 세우지 마라, 스무 살에 이걸 하고 그래서 다음에 이걸하고..하는 식의 계획은 내가 볼 때 완전히 난센스다. 완벽한 쓰레기다. 그렇게 될 리가 없다.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
(2009.4.4 조선일보 C4 인터뷰)
대답은 멋지지만 왠지 효과 짧은 각성제나 통증완화제를 맞은 것처럼 찜찜하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 실수를 많이 하며 살기에는,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성숙도가 뒷받침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은 '나의 미래’ 를 알고 싶어 하지만 리더들은 ‘세상의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세상의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리더들에게) 급격히 변화하는 미래는 창조적 상상력만이 살 길이라는 것이, 엘빈 토플러의 말이다. 나는 그 창조적 상상력의 실체가, 조직이건 개인이건 ‘문화와 예술 그리고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창조적 상상력은 문화라는 토양이 있어야 한다. 일을 예술처럼 여기고 자신의 생을 주도적으로 디자인하며 살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이 꽃피게 된다는 것은 한결같은 스승님의 메시지다. 마찬가지로 변경연에도 문화와 예술, 디자인이 가미되어야 한다. 그것이 창조적인 미래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설명은 잘 못하겠다. (연인에게 왜 사랑하는지 이유는 묻지 마세요)
분명한 것 하나!
이제 나는 그동안 즐겨 하던 ‘10년 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대신, 연구원 활동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자주 떠올린다.
‘10년 후, 나의 강점과 세상의 트렌드가 만나는 것은 무엇일까?
비록 그 교차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이 질문이야말로, 피터 드러커 할아버지가 얘기했던,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 ‘직접 미래를 만드는 방법’의 시작점일 것이다. 그래, 그것이다. '미래의 창조' 그것이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반전’을 꿈꾸는 연구원들이, 그 생고생을 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기꺼이 ‘죽음과 재생의 한판 레이스’를 벌리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처음 : 나는 죽으란 말이네..제끼고!
1주일 후 : 근데 왜 이케 찜찜하지?
지금 : 아~!! 적어도 내게는 '최종목적지'에 매달리지 말라는 말이겠구나.
여행의 목적을 아테네로 들어가 섬들을 거쳐 이스탄불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모두 목적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로 구분되어 버릴 것이다.
그래선 그 여행을 제대로 즐겼다고 볼 수 없지.
여행의 목적이 즐거움을 찾는 것이었다면 어떤 상황도 훌륭한 텍스트가 되어주었을 것이고 수많은 상황들을 지나오는 동안 즐거움채집장은 저절로 넘쳐나게 된다. 그럼 여행은 성공한 것이지. 설사 보려던 것을 못보았을지라도 가려던 곳에 못갔을지라도.
길죠? 결론은 오빠의 칼럼들이 제게 많은 깨달음을 남기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당!! ㅋㅋ

변경연에도 문화와 예술, 디자인이 가미되어야 한다. 그것이 창조적인 미래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위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매우 의미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변경연에서 우성 형은 재미와 의미를 주는 '가수'입니다. 기타가 없었다면 '최우성'이라는 브랜드는 지금 만큼 사람들을 설레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글쓰기가 업인 이 공간에서는 부담 없이 사람들이 웃고 즐길만한 다양함이 필요합니다.글쟁이에게 글은, 가수에게 노래는 부담없는 취미생활이 되기 어렵기에.
암환자 모임, 노숙자 재활모임, 장애우 모임- 이런 모임들은 목표가 절실하고 목적의식이 어느 집단보다 명확하기
때문에 만나면 내내 병이나 재활 얘기만 할 것 같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연간 운영계획 의논할 때 보다 한달 후 캠핑계획 짤 때 출석률이 더 높지 않을까. 목적이 무엇이고 목표가 어떠하든 즐거움이 마음을 움직이는 제일의 動因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