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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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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7일 20시 08분 등록

우리 인간은 대단히 시각적인 동물이다. 반면 우리가 작다고 생각하는 개미부터 주변의 개에 이르기까지 동물들은 시각보다는 후각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대상의 화학적 냄새를 뇌를 각인시키고 나면 겉모습이 달라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오직 후각에만 반응한다. 예를 들면 내가 아무리 예쁘게 차려 입고 머리 모양을 바꾸어도 우리 집 멍이들에게 나는 그저 자기들을 돌보아주고 밥을 주는 주인일 뿐이다. 그들의 관찰점은 시각이 아니고 후각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코에는 5백만 개의 후각 세포가 있지만, 개의 코에는 약 1 25백만에서 3억 개의 후각 세포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남보다 예민한 후각을 지닌 사람을 일컬어 개코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게다가 개의 후각세포는 사람의 후각 세포보다 더욱 표면 가까이에 있어서 냄새에 훨씬 예민하다. 그래서 몇 주 동안 입지 않은 옷이나 살짝 지나쳤을 뿐인 장소인데도 개들은 우리의 흔적을 찾아 낸다. 내가 만일 다른 곳에 가서 다른 개들이라도 만지고 오면 그날은 오리오와 방울이는 예민해진다. 마치 바람난 남편 의심하는 마누라처럼 붙어서 아주 샅샅이 냄새를 맡는다. 그러면 잘못한 것도 없이 나는 은근히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때 그들의 표정이 아주 삼엄하기 때문이다. 왜 우리 말고 다른 개를 만지고 예뻐해 주냐고 질투라도 하는 듯한 눈빛이다. 그러면 괜히 그들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곤 한다.

 

강아지들은 성냥개비 머리만한 콧구멍을 통해 어떻게 냄새에 그렇게 민감할 수 있을까 신기할 뿐이다. 그 작은 콧구멍으로 잘 때에는 코도 곤다. 글을 쓰고 있을 때 옆에서 코를 코는 소리는 정말 사랑스럽다. 미국에서는 남편이 코고는 소리에 잠을 자지 못 하는 것도 배우자가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한 배우자나 여행에 가서 옆 사람이 코를 골 때는 베개로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개 코고는 소리는 정말로 다정스럽다. 이처럼 같은 코고는 소음도 나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만큼이냐에 따라 이혼의 사유도 되고 또는 아주 사랑스러운 음율이 되기도 한다.

 

개들은 귀 또한 예민하다. 인간이 들을 수 없는, 까마득히 멀리서 나는 작은 소리까지도 듣고 반응을 한다. 사람마다 손 냄새가 모두 다르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우리가 그러한 세계를 알고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의 귀는 개들의 귀처럼 방향을 잘 잡는 거리 측정기가 아니다. 때문에 개처럼 세계를 느끼고 이해하고, 예리한 후각과 청각을 이용해서 현실에 대응하는 복잡한 방식을 알아내려면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개의 세계도 인간 세계 못지않게 실재적이다. 이 두 세계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여러 공간을 공유하기도 한다. 개들의 관심이야 어쨌든, 우리가 개들이 경험하는 세계를 상상해 보는 일은 꽤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가?” 그 질문에 문득 같은 특성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하면 어느 단체에서도 리더로나 개인적 관계에서나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개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배경이나 외모와 같은 시각적 가치로 판단 기준을 삼지 않고, 대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사람 냄새로 기억해 두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과의 대화나 조직 내에서 쉽게 지나치고 마는 작은 소리 하나까지 경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리에 반응해 주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자기 소리를 내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이 먹히지 않으면 더 크게 강도를 높여가며 자신을 알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개들은 절대 먼저 자기 소리를 내는 법이 없다. 소리에 대한 반응으로 자신의 목소리로 짖으며 반응한다. , 그들은 말하기 보다 듣기가 먼저인 것이다. 이렇게 보니 최고의 리더들의 자세를 개들이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한다. 인정과 칭찬을 받을 때면 몸을 숙이고 더 겸손한 자세로 감사할 줄 안다. 잘못한 일에 대해 지적을 받아도 분노해 대들지 않는다. 꼬리를 말아 넣고 구석에서 자숙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마음에 꼭 담아둔 채로 오래 가지 않고 적절히 비워낼 줄도 안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조심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다시 인정받으려고 다가올 때 그들의 표정은 이미 밝아져 있다. 자신의 밥값을 할 때에는 이를 드러내고 눈이 튀어 나올 정도로 방어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지만 그들은 쉴 때만큼은 근육과 세포가 늘어져 흐르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긴장을 놓고 편안하게 누워 자신의 쉬는 시간을 즐길줄도 안다. 한 마디로 멋지게 사는 것이다.

 

가끔씩 나는 개들의 생활을 보며 나를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조바심으로 쉴 때 쉬지 못 하고 일할 때 집중하지 못하는 나의 자세말이다. 막연한 미래의 불안감이나 빨리 이루지 못하는 나의 꿈에 대한 욕심으로 오늘을 제대로 살지 못 하는 나의 모습이 느껴질 때 나는 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오늘 하루를 살고 있었다. 하루 잘 먹고, 잘 자고, 자기가 가진 만큼의 사랑을 나누어 주고 또 사랑 받으면 너무나 행복하게 하루를 마감하고 코를 골며 잘 잔다. 물론 저들에게 미래에 대한 을 설계하고 이루어 나가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저들의 삶의 모습처럼 자신의 오감을 열고 사람과의 관계를 맺어나가고 자신에게 맞는 하루를 제대로 충실히 살아간다면 성공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인간들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들은 먹는 것에 목숨을 건다. 오로지 욕심을 부리는 것이 있다면 먹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몸을 잘 파악하며 먹는다. 자기 몸이 아프면 양념 갈비 그릇을 코 앞에 밀어줘도 반드시 고개를 돌려 버린다. 자신이 몸이 치유 되기 전까지는 먹을 것을 입에 대지도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몸을 비워낸다. 그리고 먹는 것을 소화시키는 에너지를 자신의 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전환시킨다. 그리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모든 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시켜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모르겠다. 반면 사람들은 아프면 잘 먹어야 빨리 난다고 좋은 것을 찾아 먹는다. 그것뿐인가 자신의 몸 상태를 알면서도 그날 밤의 분위기에 이끌려 남들이 내놓은 갈비 그릇의 유혹을 못 이겨 덥석 물어 버린다. 그러면 남는 것은 후회와 아픈 몸뿐인 걸 잘 알면서도 말이다. 사실 개들에게 인간만큼의 지능과 육체적 구조를 주었다면 자기 절제나 삶의 방식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탁월해 우리는 지배 당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내가 바라 본 개들의 강점은 다음과 같다 :

 

첫째: 사람을 평가할 때 인간적 냄새에 충실하고 시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둘째: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는 경청의 자세가 먼저이고 그 다음에 반응한다.

셋째: 온 몸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표현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넷째: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며 다시 반복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섯째: 누구에게든 야단을 맞거나 싫은 소리를 들어도 마음에 오래 담아 두지 않는다.

여섯째: 일할 때 최선을 다해 일하고 쉴 때 제대로 쉴 줄 알아야 한다.

일곱째: 오늘 하루 잘 먹고, 잘 자고 오늘 하루를 살아야 한다.

여덟째: 자신의 몸 경영 즉 건강을 스스로 잘 챙겨야 한다.

아홉 번째: 가끔씩 욕심을 비워내고 내 내장과 영혼을 쉬어줘야 한다.

열 번째: 자신이 가진 사랑을 남에게 나누어 줄줄 알아야 한다.

 

이 열 가지가 약간 끼워 맞춘 것 같이 보일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개를 키워 본 사람은 거의 공감 하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가식으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통해 사물을 경험하고 관찰함으로써 나는 감춰진 주위 세계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접목시킬 수 있었다.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면 자칫 이상하거나 멍청하게 보였을지도 모르는 행동들에서 나는 배울 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내가 뽑아 본 열 가지의 개들의 강점들을 잘 활용해 나가다 보면 10년 후 나의 삶은 건강하고 성공된 삶을 사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내 분야의 자리에서 훌륭한 리더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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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10.18 17:25:13 *.236.3.241
사람뿐 아니라 개에게서 인생을 배우는 은주 누나.
당진으로 이사한 후에 늘 자연을 접해서인지 시선이
참 지긋해졌음을 느낍니다^^

조셉 캠벨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자연에 침잠해서 얻은 것
누나도 그것들을 깨달아 가는 게 아닌지 모르겄네요~~

조셉 캠벨 생각을 하다보니 빌 모이어스와 대담에서 한 얘기가 떠오르네요~잉

사람들은 우리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삶의 의미라고 말하지요. 그러나 나는 우리가 진실로 찾고 있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순수하게 육체적인 차원에서의 우리 삶의 경험은 우리의 내적인 존재와 현실 안에서 공명(共鳴)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실제로 살아 있음의 황홀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 어떤 실마리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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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10.20 17:25:46 *.42.252.67
시선이 지긋해졌다는 말 기분 좋은데...음
왜냐하면 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

개에 배운 삶으로 나의 글은 이어간다,. 쭈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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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10.18 17:56:28 *.10.44.47
멋진 존재네요.
언니의 눈을 빌어 멋진 존재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 좋았어요.
개같은 인격체, 언니 뿐만 아니라 제게도 참 탐나는 모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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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10.20 17:27:56 *.42.252.67
어제 체험했지?
개들의 사랑스러움에 대하여......
개같은 인격체 너무나 멋지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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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2010.10.19 14:29:30 *.203.200.146
'개들에게 배운 10가지 것들' 언니의 애정어린 관찰 덕분에 정리가 되어 나온 소중한 가르침이군요. 세상 모든 것에서 배울 것이 있겠죠. 자기가 애정을 쏟는 어느 것에 이르러서는 더더욱이요.
저도 '학생들에게 배운 10가지 것들'을 한 번 정리해봐야겠어요.
그냥 순간순간 느끼기는 하지만 그걸 제대로 표현해 두지 않으니 금새 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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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10.20 17:29:51 *.42.252.67
오홋 ! 그거 좋네 선생님이지만 아이들에게
배울 점을 찾아 써 보는 것.
멋진 발상이야... 이런 따라쟁이는 아주 좋은 듯해.
부모들도 반성 하겠다. 내 자녀에게 배울 점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잘 지켜봐봐. 깜짝 놀랄 거야.  아이들에게 배울 점이 이렇게 많았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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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10.20 00:45:13 *.129.207.200
어느 책에서, 인간은 동물같이 살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읽었습니다. 동물들에게 과거는 없지요. 과거의 영광이나, 후회도 지금 먹고 사는 데 어떤 방해도 되지 않지요. 오직 인간만이 과거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버하고. 

오직 현실에만 집중해서 살아가는 태도는 강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동물들은 사람 보다 강한 존재가 아닐까요? 

'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어진다'는 말이 있지요. 누나는 개와 가까이 있으니, 개의 품성을 닮아가는 것이군요. 저도 누나와 가까이 지낸다면, 누나의 품성과 가까워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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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10.20 17:39:02 *.42.252.67
뭐라고라고라? 즉 개= 나=인건
좋아 개처럼만 자연스럽게 잘 살 수 있다면
뭐든지 오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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