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김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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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인이 되는 시대에는 또 다른 포트폴리오가 필요할 것이다. 그때는 노인이 지금보다 많다. 일에서,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간다는, 찰스핸디의 발상은 솔직히 한가하게 들린다. 파트타이머도, 공무원시험만큼이나 얻기 어려울 것이다. 언제든지 일을 얻을 수 있다면, 균형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일자리가 모잘라서 일을 구하고 찾는데 시간이 따로 든다면 일에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일과 돈은 더욱 희귀 자원이 된다. 젊어서 재원을 마련해놓지 않으면, 포트폴리오인생은 불가능하다. 재원이란, 현금과 지식 그리고, 건강이다.
얼마나 돈 벌기가 어려운지, 또 돈은 얼마나 나가기 쉬운지 가까운 예를 들고자 한다.
부모님은 주변에서 자수성가했다는 평을 듣는다. 빈손으로 시작해서 집도 사고, 빌딩도 가지셨다. 원래 두분은 50세에 장사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당시의 계산대로라면, 자식들의 학자금과 노후 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막상 50이 되니까, 물가가 올랐고,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세금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건물에서 세가 나오지만, 세금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요동치는 세금정책을 생각하면 건물소유는 마이너스다. 당장 현금으로 바꿀 수 없고, 팔아넘기기도 쉽지않다.
다시 계산을 한후, 딱 5년만 더 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5년후 내가 결혼을 하게되었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들어갔다. 장남이고, 집안의 첫번째 경사인데 이왕이면 좀 더 나은 옵션으로 하다보니, 눈덩이처럼 커져버렸다. 여동생이 있는데, 직업이 변변치 못하다. 그녀의 혼수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어느새 부모님은 은퇴를 포기하셨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모르는 부모님은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고, 자식에게는 이미 기대를 져버리셨다. 세금은 늘어나는데, 한쪽에서는 몇조의 적자를 내면서도 성과급 잔치를 한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보통 적자라면, 월급 주기도 빠듯하지 않을까?
언젠가 우리가 사는 동네가 뉴타운으로 지정되었다. 뉴타운은 한마디로 평생 모은 자산을 헐값 주고 사겠다는 이야기다. 팔지 않겠다는 권리는 소유주에게 없다. 내쫓기던지, 헐값받고 나가던지 둘 중하나다. 헐값주고 내쫓은 자리에 아파트를 세우고, 프리미엄을 받고 높은 값에 되판다. 그 차익은 누가 실현하는가?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현주민들은 아니다. 한쪽은 뺏기고 한쪽은 얻는다.
돈 벌 기회는 희소해지고, 돈 나갈 구멍은 커진다. 나이 들고 건강이 약해진 상태에서 포트폴리오 인생이 가능할까? 지금 이대로 나아가면 미래는 밝지 못할 것이다. 당장 불안한 마음에 재테크를 공부하고, 연금과 보험에 가입한다.
'시간이 갈수록 나의 자산은 불어나는 시스템이야.'
보험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말했다. 결정적으로 '45세에 은퇴를 생각중이다'라고 한 말때문에 녀석이 추천하는 보험상품을 가입하지 않았다. 말이 되는가? 말이 되어도 문제다. 얼마나 수익율이 좋길래, 보험 중개인이 45세에 은퇴할 정도로 수수료가 높단 말인가? 만약 가능하다면, 내가 지불하는 보험료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녀석의 은퇴 자금이 될 것이다. 불안한 시대이다보니,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상술도 판친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가?
여기 포트폴리오 인생을 위해 바람직하게 나아가는 사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고소득 프리랜서다. 그렇다고 변호사나 의사는 아니다. 아무런 간판이 없지만, 치열하게 산다. 부인은 식당을 운영한다. 공무원으로 퇴직하고,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니까 연금을 받을 것이다. 남편에게도 현금이 들어오고, 식당과 연금에서 각기 매달 현금이 들어온다. 현금이 들어오면 노후자금, 자기계발, 생활비등으로 지출할 것이다. 얼핏보아도 유동성이 많아지는 선순환 구조다. 이 사람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현금, 지식, 건강.
현금은 기회를 만든다. 구멍가게를 할려고 해도 자본이 필요하다.획기적인 아이디어와 보통 이상의 건강이 없다면, 돈없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현금이 들어오면 마켓팅에 투자할 수 있고, 더 안정적인 수익원이 된다.
두번째, 기존의 사업으로는 승산이 없다. 퇴직을 하면 퇴직금과 융자를 얻어서 편의점, 식당, 커피숍등을 차린다. 이들 사업은 경쟁이 치열하다. 잘 해보았자 자기 월급 나오는 수준이다. 다수가 돈을 까먹는다. 규모를 크게 벌리지 않는 이상, 기존의 사업으로 입신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그 아이디어는 공부에서 나온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미리 가서 진을 치고 기다릴 수 있다.
일을 진행하는 추진력은 건강에서 나온다. 건강하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면과 영양가 있는 음식이 필요한데, 이 또한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젊어서는 덜 먹고, 덜 자도 버티지만 나이 들어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평생 균형을 유지할려면, '자본, 건강, 지식'이라는 재원이 필요하다.
그를 벤치마킹해서, 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본다. 우선 식당 운영은 아내에게 맡긴다. 식당 운영의 장점은 비교적 자유롭고, 현금 유동성이 좋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운영에서 손을 떼는 대신, 차별화 전략을 세운다. 어떻게 하면 경쟁업체와 다를 수 있을까?를 연구한다.
요즘 고대앞에 '퍼스트 펭귄'에 자주 간다. 이곳은 여느 카페처럼 커피와 케익을 팔지만, 다르다. 컨셉이 있다. 자기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제공한다. 앉아서 책보고, 글쓰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 모두 열공하는 분위기라, 느낌상 집중도 잘 되는 것 같다. '차별화'란 이런 것이다. 손님은 커피를 마시지만, 다른 체험을 한다. 퍼스트 펭귄 사장은 나보다 어리지만, 그곳에 갈때마다 '당신이 나보다 낫소'라는 생각으로 카페를 이용한다. 비단 사장에게서 느껴지는 느낌도 다르다. 적어도 돈때문에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이 있다는 것은 중심이 있다는 이야기이고, 중심 굳건한 사람에게는 여유가 있다. 그래서, 퍼스트 펭귄 사장은 항상 웃는다. 반대로 돈때문에 일희일비하는 사장은, 표정이 좋지 않다. 불안하다.
내가 원하는 지식은, 위와 같이 차별화할 수 있는 지식이다. 직접 운영에서 손을 줄이고, 연구하는 시간을 늘린다. 이렇게 쌓인 지식은 현사업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나만의 노하우가 된다.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철학이다. 왜 사는지, 왜 일하는 지에 대한 자기 철학이 필요하다. 그런데, 먹고 살기 급급하다면 철학이 생길 팀이 없다. 누군들 균형있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고 싶지 않겠는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건이 필요하다. 찰스핸디는 젊어서 그 재원을 준비했다. 그는 지식과 경력이 있다. 하나의 탁월함을 중심으로 시간을 분산투자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탁월함은 적절한 균형에서 나오지 않는다. 젊은날에 포트폴리오 인생을 논하기는 이르다. 우선은 탁월함을 만들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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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핸디는 마흔 아홉살에 포트폴리오 인생을 시작했지.
그는 책 속에서 앞으로 좀더 젊은이들이 더 젊어서 활기차게 포트폴리오 인생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어.
아마 김사장의 글처럼 젊어서 탁월함을 만들지 못한 사람,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은 먼저 그것을 해결해야겠지. 나도 신랑이 돈을 벌지 못한다면 과연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을까? 아주 단순한 문제다.
그런데 한편 그 삶의 최소한의 기준에 대해서도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할 듯하다.
내 주변에서는 아직도 -물론 경제적으로 나보다 훨씬 풍족한 친구도- 최소한의 조건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어.
결국 그 조건조차도 결국은 자신의 선택이 아닐까. 그리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상황은 없지 않을까.
물론 이것은 나의 생각 ^^
찰스 핸디조차도 경쟁적 자본주의는 젊고 야망있는 젊은이들에게 적합하다고 했지. 그러고 보니 나는 이제 늙었나보다 ^^;; 피곤한 자본주의보다는 새로운 사회를 자꾸 꿈꾸게 된다^^
그는 책 속에서 앞으로 좀더 젊은이들이 더 젊어서 활기차게 포트폴리오 인생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어.
아마 김사장의 글처럼 젊어서 탁월함을 만들지 못한 사람,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은 먼저 그것을 해결해야겠지. 나도 신랑이 돈을 벌지 못한다면 과연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을까? 아주 단순한 문제다.
그런데 한편 그 삶의 최소한의 기준에 대해서도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할 듯하다.
내 주변에서는 아직도 -물론 경제적으로 나보다 훨씬 풍족한 친구도- 최소한의 조건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어.
결국 그 조건조차도 결국은 자신의 선택이 아닐까. 그리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상황은 없지 않을까.
물론 이것은 나의 생각 ^^
찰스 핸디조차도 경쟁적 자본주의는 젊고 야망있는 젊은이들에게 적합하다고 했지. 그러고 보니 나는 이제 늙었나보다 ^^;; 피곤한 자본주의보다는 새로운 사회를 자꾸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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