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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활동
5시 40분 - 7시 30분
9월 : 결혼 준비 - 결혼식 - 결혼 마무리
10월: 청춘 정거장 초고 마무리
11월: 청춘 정거장 초고 마무리 및 투고
12월: 호주생활
새벽활동 목표
초고수정, 초고 마무리, 초고 투고
100일과 200일차와 같은 활동과 목표
화이팅!!
59일차
1) 11월 6일 (수)
2) 취침/기상 시간: 오전 10시 30분/ 오후 5시 23분
3) 수면/활동시간: 7시간 / 2시간
4) 활동내역: 어제 하루는 내 인생에서 가장 죽음을 가까이 한 날이다. 언니가 위독하여 하루종일 악몽같은 현실이 24시간 이어졌다. 나는 언니의 입원일지를 썼다. 발병부터 수술 그리고 중환자실 상태호전기록등을 쓰고싶다. 이제 나는 언니를 위해 24시간 글을 쓸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초고도 훑어보았다. 사실 어제 밤까지는 단군 못할것이라 생각하고 휴대폰 알람을 끄고 잤다. 하지만 내가 눈을 뜬 것은 5시 23분. 나는 언니를 위해 글을 써야하고 나를 위해서도 글을 써야한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나니 더 기분이 좋다. 언니와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질 것이다.
5) 몰입도: 5
6) 만족도: 5
60일차
1) 11월 7일 (목)
2) 취침/기상 시간: 오전 10시 30분/ 오후 5시 30분
3) 수면/활동시간: 7시간 / 2시간
4) 활동내역: 새벽에 짐을 쌌다.. 갑작스럽지만 우선 짐을 빼서 병원 앞으로 이사를 해야했다... 박스로 짐정리를 하고 호주로 가는 티켓 호텔을 전부 취소했다. 그리고 뇌출혈가족환자모임에 가입하여 글을 작성했다. 언니의 상태와... 그리고 31살이라는 나이를 이야기하니 정말 수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시며 조언과 정보 그리고 응원의 말씀을 적어주셨다. 새벽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너무 고마워서 울고 슬퍼서 울고 왜 나한테 이런일이 일어났는지..몰랐지만.. 그 글을 읽으면서 세상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아프시고 아직도 아파하고 계시는구나..생각했다. 대부분이.. 환자의 가족 혹은 환자 본인이었다.. 의사와는 달리 희망 가득한 응원의 메세지로 꼭 될꺼라는 환자가족분들의 마음은 하나였다. 82년생 아기 엄마도 언니와 같은 병.. 그분은 유독 남일 같지 않다며 글을 길게 작성해주셨다. 합병증 잘 넘기면 괜찮다고..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힘들어했다. 나는 나의 건강함과 일상을 당연히 생각했다.
그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5) 몰입도: 5
6) 만족도: 5
61일차
1) 11월 8일 (금)
2) 취침/기상 시간: 오전 11시 00분/ 오후 5시 30분
3) 수면/활동시간: 6시간 30분/ 2시간
4) 활동내역: 5시 30분에 병원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살짝 졸려 다시 눈을 뜨니 6시였다. 오늘은 산재 신청을 하기 위해 세무사를 만나러 가야했다. 지인을 통해 관리공단 과장님과 연결이 되었고 그 과장님께서 창원에 계신 노무사 한 분을 소개시켜주셨다. 그 분께 제출하기 위해 언니의 업무에 대한 자세한 정황, 본사로 부터의 압박과 스트레스 그리고 몇달 간 쉬지 못했던 휴무를 근거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눈물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5) 몰입도: 5
6) 만족도: 5
62일차
1) 11월 9일 (토)
2) 취침/기상 시간: 오전 10시 30분/ 오후 5시 30분
3) 수면/활동시간: 7시간 / 2시간
4) 활동내역: 엄마와 남편은 쇼파에서 곤히 잠들어 있다... 나는 일어나서 노트북을 부시럭 거리자.. 옆 소파에서 주무시던 아저씨가 말을 걸어오셨다. 잘 잤냐고.. 아저씨는 동생이 뇌혈이 막혀서 병원에 입원을 해있다고 하셨다. 수개월째 병원을 옮겨다니며 온 가족이 돌아가면서 밤을 지새고 계시다고.. 나는 언니가 아파서 아직 중환자실에 있다고 했다. 알고보니 같은 중환자실이었다. 아저씨께서는 나는 동생땜에 걱정이되서 잠도 안오는데 우리 마누라랑 내 새끼들 그리고 손주녀석들은 내가 밥은 잘먹는지 내 걱정을 하고 있다. 가족이 최고인 것 같다.. 그러니 몸조리 잘하고 언니는 젊어서 금방 일어날 것이라 말해주셨다. 그리고 신랑 칭찬을 해주셨다. 어제 살짝 보니 인상이 좋아보이는데 외국인인데 대단하다고.. 생각해보니. 신랑은 아무도 모르는 한국땅에 와서 지금 병원에 갇쳐있다. 언니 땜에 정신이 팔렸지만 묵묵히 내 옆을 지켜주고 있는 아기처럼 새근새근 자고있는 요아킴을 보니 다시 눈물이 났다.
모든 것이 고맙고 감사하다. 오늘은 언니가 더 호전되기만을 빈다. 종교는 없지만.. 하느님께.. 부처님께.. 하늘에 계신 모든 분께 다시 말씀드려본다.
5) 몰입도: 5
6) 만족도: 5
66일차
1) 11월 13일 (수)
2) 취침/기상 시간: 오전 11시/ 오후 5시 30분
3) 수면/활동시간: 6시간 30분 / 2시간
4) 활동내역: 엄마가 입을 벌리고 주무신다. 병원 앞에 집을 구하고 이제 곤히 주무실 곳을 모셔올 수있어서 다행이다.
엄마 얼굴을 보니 또 눈물이 난다. 뇌출혈가족환자 모임에 언니 입원경과를 기재했다. 새벽이지만 사람들의 댓글은 또 순식간에 달린다. 환자의 가족들은 24시간 깨어있다. 그리고 같은 마음이다.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한날 한시 같은 마음으로 기적을 꿈꾸고 바라고 있다.
5) 몰입도: 3
6) 만족도: 3
69일차
1) 11월 16일 (토)
2) 취침/기상 시간: 오후 11시/ 오후 5시 30분
3) 수면/활동시간: 6시간 30분 / 2시간
4) 활동내역: 두개골성형술과 합병증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실제로 다시 닫았던 머리를 연다는 것에 가슴이 또 찢어지지만.. 어쩔수가 없다. 수술 성공률은 좋지만 실패한 사람들은 다시 마비증상과 치료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사례들을 읽으며 또 눈물이 나왔다.
찾아보고 싶지 않지만 .. 알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없이 검색하며 글을 읽고 정리해본다.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실시간 검색어들.. 아무렇지 않게 그런 일상의 뉴스를 클릭했던 내 지난 날조차 그립고 돌아가고 싶다....
5) 몰입도: 3
6) 만족도: 3
70일차
1) 11월 17일 (일)
2) 취침/기상 시간: 밤샘
3) 수면/활동시간: 0 /
4) 활동내역: 언니 병실에서 밤을 지샜다. 중환자 일반병실로 옮겨진 덕분에 언니와 함께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언니는 울부짖었다.
새끼를 잃은 늑대어미의 목소리 같았다. 너무 슬프고 처량하여 언니 손을 꼭 잡고 나는 놓지 않았다. 언니를 밤새 안아주고 간호해주었다. 비몽사몽 잠이 오다가도 언니가 울면 다시일어나서 손잡아주고.. 말도 못하는 언니가 너무아파서 울고있다.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차라리 언니랑 바꾸고 싶다. 제발 바꿀 수 있었음 좋겠다.
5) 몰입도: 3
6) 만족도: 3
73일차
1) 11월 20일 (수)
2) 취침/기상 시간: 12시/ 5시
3) 수면/활동시간: 5시간 / 1시간
4) 활동내역: 부모님께서 걱정하셔서 MRI를 촬영했다. 덕분에 멀쩡한데 입원까지 하고 병실에 누워있다. 병원의 하루의 시작이 빠른 편이다. 오전 5시에 간호사들은 혈압을 체크하며 병동을 돈다. 덕분에 알람도 듣기 전에 일어났다. 언니 병실에 갔다. 엄마는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고 있고 언니도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나는 엄마에게 내 병실에 가서 잠시 주무시고 오라고 말했다. 엄마는 괜찮다며 일찍 씻어야 겠다고 일어나신다. 몇주사이에 엄마 얼굴이 많이 망가졌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답답하다...
5) 몰입도: 3
6) 만족도: 3
77일차
1) 11월 24일 (일)
2) 취침/기상 시간: 11시/ 5시 30분
3) 수면/활동시간: 6시간 30분/ 2시간
4) 활동내역: 엄마와 아침에 교대를 해야했다.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하고 병원으로 갔다. 언니는 왠일인지 눈을 떠있었다. 두눈을 활짝 떠 있는 모습을 보니 진짜 우리언니 같았다. 나는 신이나서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언니는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리고 볼펜을 달라더니 이상한 글씨를 써내려갔다. ㄷ 을 쓰더니 그 안에 선을 계속 그려댄다. 외계어같다. 의미를 알 수없지만 언니는 자꾸 ㄷ 을 그려댔다. 급기야 볼펜을 가져가더니 벽에다가 자꾸 ㄷ 을 그렸다. 언니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5) 몰입도: 5
6) 만족도: 3
78일차
1) 11월 25일 (월)
2) 취침/기상 시간: 11시/ 5시 30분
3) 수면/활동시간: 6시간 30분/ 2시간
4) 활동내역: 언니는 4시부터 일어났다. 자꾸 침대를 올려달라 내려달라 손짓을 하였다. 그리고 목이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 검지로 아픈 부위를 쑤셔댔다. 간호사를 불러보지만 그녀는 언니 혈압만을 체크한다. " 콧줄이 목에 있어서 불편할 수도 있어요" "머리는 서서히 아프면서 좋아집니다." 뭔가 기계적인 단답형 멘트를 날리고서 떠난다. 얄미워 죽겠다. 새벽부터 언니에게 농담을 던졌다.
"어제 니가 똥을 너무 많이 싸서 내가 치운다고 미칠 뻔했다. 아나? 옆 침대 아주머니들 다 코막고 난리도 아니였다이. 내 세상에서 그런 똥은 처음 봤다 똥쟁이야" 언니는 내 말을 듣고서 소리없이 키득키득 웃어댔다. 그리고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서 흔들어댔다. 이렇게 언니가 나를 혼내고 때려주니 고맙다. 빨리 정수지 조용히해라. 시끄럽다.. 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어제 옆 침대 어머니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를 따라해본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5) 몰입도: 5
6) 만족도: 3
86일차
1) 12월 3일 (화)
2) 취침/기상 시간: 11시 30분/ 5시 30분
3) 수면/활동시간: 6시간/ 2시간
4) 활동내역: 함께 병실을 쓰던 아주머니께서 6인실로 옮기셨다. 덕분에 환자 침대에서 편하게 자고 일어났다. 언니는 소변이 마렵다고 했다. 소변줄을 떼고 매번 힘들지만 휠체어를 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나혼자서는 언니를 들지 못해 옆 병실 아주머니께 부탁했다. 소변 양도 체크해야하고 오늘은 소변까지 받아오란다.... 아 정말 힘들었다. 언니 세수시키고 손 씻기고.. 완전 무장시켜 휠체어타고 병원 한바퀴도 돌았다. 돌아오자마자 밥먹고 억지로 요거트 한통도 먹였다. 너무 싫어한다. 말도 못하면서 이씨 이씨 욕을 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자기 머리 가렵다고 머리 감겨달라하고.... 뭔가.. 내가 아기를 낳아서 기르는 느낌도 든다...
5) 몰입도: 0
6) 만족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