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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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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9일 11시 44분 등록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 [4-3 Review]


1. 저자에 대한 생각 


#

대학병원의 의사들은 대부분 말이 없다.
환자들과 고객들이 아무리 친절한 설명을 요구해도, 그들의 입은 잘 열리지 않는다. 
일반인을 위한 건강강좌를 실시해도, 대중을 위해 맛깔스럽게 발표하고, 표현하는 의사는 전체 의사 중에서 10% 미만에 불과하다고 보면 확실하다.

병원보에 싣기 위해, 혹은 병원홍보를 위해 새로운 수술법과 치료법을 알기 위해, 의사들로부터 의료에 관한 자료를 받게 되면, 원고를 그대로 실을 수 있는 경우는 100% 없다.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필터링을 거쳐서 감수를 받아야 한다. 의사들은 핵심만 말할 뿐, 어찌 보면 건조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다. 그들이 발표하는 의학논문 또한 매우 짧고 명료하다. 그건 업의 특징과 연관되어 있고 병원의 서비스가 여전히 불평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건 나중에 다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EBS 메디컬 다큐멘터리‘명의’는 재미있다.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가슴아픈 사연을 소개하는 기존 의학프로그램의 형태가 아니라, 질병을 눈앞에 두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는 의료진의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정신없고 산만한 병원의 리얼 스토리가 아니라 환자들 옆에서 새로운 치료법과 수술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에게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고통받는 환자의 유일한 희망인, 의사들의 내면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병원에서 근무할 때가 아니다. 부족함 탓인지 나는 메디컬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면서 의료업의 사명과 숭고한 정신이 고양되곤 했다 


#

쿠르트 W. 마렉(Kurt W. Marek)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1972년, 4월 12일. 5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베를린에서 태어나 성장하였으며, 신문기자, 연극비평가, 로볼트 출판사의 저널리스트이자  편집장이 되었다.  1949년 11월에 발표한 그의 첫 저서‘GODS, GRAVES, AND SCHOLARS’ <신,무덤,학자들> 은 고고학의 역사를 주제로 다룬 책이었다. 국내에서는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 으로 출간되었다.


고대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일깨워 아부심벨의 유적이 아스완댐 건설로 물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많은 공헌을 했으며, 히타이트 문명 발굴을 위해 터기 고고학 유적 발굴에 참여하기도 했다. 고고학사에 관한 저서 <The Secret of Hittites>, <The march of Archaeology>가 있으며, 화보 에세이인 <영화 속의 고고학>, 실명으로 쓴 <도발적 메모들: Yestermorrow>, 미국에서 작업한 <최초의 아메리카인> 등이 있다. 또한 여섯 편의 기록영화 <고대의 발자취를 찾아서>의 작자 겸 감독이었다.


‘사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 작업은 타고난 저널리스트였던 그에게는 힘들지만 즐거운 발굴의 역사이기도 했다. 고고학사라는 새로운 분야를 발견하면서 그의 순수한 열정은 고고학의 발전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 수메르에서 바빌로이나, 아시리아, 크레타, 그리스, 로마를 거쳐 우리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문화적 연속성을 추적하는 것이 그의 관심사였다.


그는 특수한 형식의 문학에 대해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는데, 복잡한 학문적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는 방법, 즉 독자를 학자 자신이 걸어간 길과 똑같은 길로 이끌며 착상의 순간부터 결과를 얻을 때까지의 연구 과정을 묘사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는 미국의 의사 폴 드 크루이프가 쓴 [소설처럼 읽는 미생물 사냥꾼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논픽션 소설’ 형식의 이 책을 저술했다.


저자는 책의 주인공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하루에 책 한권을 읽는 독학의 힘,, 파이프 담배를 물고 미소를 짓고 있는 지적인 이미지에서, 고뇌하는 눈매도 보였다. 열정과 호기심으로 온갖 시련을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와 다르지 않다. 그는 세상을 변혁하는 위대한 아웃사이더를 연구하면서 스스로 아웃사이더 였고, 전문학자가 아니었기에 더욱 자유롭게 고고학에 대한 자신의 애정과 사랑을 다양한 기법으로 책에 담았다.


딱딱하고 결코 낭만적이지 못한 내용들로 가득찬 고고학의 현실을, 흥미진진한 모험과 낭만을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바꿀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일지! 추측해 보았다.


첫째,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라는, 실험적인 모색과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호기심,

둘째, 고고학이라는 훌륭한 콘텐츠를, 대중의 입맛에 맞게 풀어놓은 저널리스트의 감각

셋째, 방대한 자료를 4년에 걸쳐,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류하는 출판사 편집장 경험


첫 책이 26개 이상의 국가에서 번역되어 500만부를 넘는 판매 기록을 세우며, 고고학의 세계적인 명저가 되고, 그가 세계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행운아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메디컬 다큐리멘터리를 통해 의료의 숭고한 사명과 생명의 존중함이 일깨워지듯,

그의 책을 통해, 고고학의 위대함과 흥미진진함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는 전 세계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낭만적인 고고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연출가이며 제작자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p19) 고고학은 모험과 낭만을 찾아 떠나는 결단력과 정신적인 만족을 위해 책과 씨름하는 성실성이 한데 어우러진 학문이며, 모든 시대에 걸쳐 지구 전역을 활보하며 측량하는 학문이다.


(p22) 가장 잘 쓴 논픽션 소설은 문학적인 요소는 단지 학문적 사실들을‘배열’하는 데만 사용하고, 그럼으로써 학문적 사실이 언제나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도록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p29) 역사에서나 일상에서나 사람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가장 빠른 길인 줄 알고 선택한 길이 알고 보면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p34) 유적지의 흙을 뜨는 삽은 온갖 가족이야기, 위기와 죽음의 드라마도 함께 퍼 올렸다.


(p36)“내 수명에서 기꺼이 몇 년은 떼어주었을 텐데!”


(p42) 대단히 빈약한 근거를 바탕으로 체계를 세우고, 탁월한 통찰력으로 고대 사람들의 인식을 더듬어 나아가며, 활력이 넘치는 필치로 고대의 정신을 전달했다.


(p47) 수백년을 견딘 몸뚱이가 공기와 닿은 순간 가루가 되어 산산이 부서졌던 것이다. 횃불에 비친 허공에 금가루가 떠다니는 듯했다.


(p52) 그의 얼굴에서 넘쳐흐르는 관능적 쾌락은 마치 자신의 일생은 한 번의 긴 키스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 고고학자는 역사의 흔적을 찾는 사람들이다.


(p55) 고고학자는 거짓말로 우거진 고대의 덤불을 힘겹게 헤치며 길을 찾는다./ 고고학자들은 유물 해석 과정에서 부딪치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삽과 통찰력으로 맞서고 있다


(p62) "그래서 나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무역 사업에서 손을 뗐다.“


(p70) 슐리만은 일에 착수했다. 일개 상업 견습생에서 백만장자로 성공하기까지 쏟았던 열정을 이제 꿈을 실현시키는 것에 쏟아 부을 차례였다. 그는 신들린 듯 일에 몰입했고, 물자 또한 아낌없이 투입했다.


(p73) 피와 눈물로 범벅된 암울한 과거에 막강한 힘을 휘둘렀던 왕의 금붙이! 신과도 같았던 사람의 장신구!


(p80) 나는 실로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이곳에서 발견한 무덤이 고대 미케네의 왕실 고분이라고 발표하는 바이다.


(p84) 슐리만이 발굴한 유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황금 마스크와 황금 가슴받이였다. 전승에 의하면 마스크와 가슴받이는 왕의 시신에 끼칠 외부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얼굴과 가슴에 덮는 도구였다.


(p88) 슐리만은 고고학을 연구실의 석유등 불빛 아래에서 과감히 그리스 하늘의 태양 아래로 끌어냈다.


아마추어! 아마추어! 이 말은 학문이나 예술을 애정과 즐거움 때문에, 그 분야에 대해 알고 싶은 열정 때문에 추구하는 사람들을 생업으로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얕잡아 일컫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그 일로 벌어들이는 돈만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멸은 빈곤, 배고픔 또는 기타 강한 욕구가 있는 사람만이 그 일을 진지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천박한 신념에 뿌리를 박고 있다. ‘전문가’에 대한 일반적인 존경심과 아마추어에 대한 불신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사실 아마추어에게는 예술이나 학문 자체가 목적인 반면, 전문가들에게는 수단일 뿐이다. 학문이나 예술을 가장 진지한 열정으로 추구하는 사람은 그 일 자체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는 사람, 그래서 순수한 애정으로 그 일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최고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은 언제나 이런 아마추어들이었다.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p90) 성공한‘아웃사이더’에 대한 ‘전문가’의 불신은 일반인이 천재에게 보이는 불신과 같다. 안정된 인생행로를 걷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영역을 넘나드는 사람들을 멸시한다. / 위대한 발견을 한 ‘아마추어’가 대단히 많았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힌‘아웃사이더’는 정식 교육이 거는 브레이크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문의 전통이 설치한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이런 아웃사이더 가운데는 독학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p91) 곧바로 맨 밑바닥까지 파고 들어간 슐리만의 작업방식은 학문을 위한 최대의 축복이었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발굴했더라면 언덕이 숨기고 있는 더 오래된 층들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우리의 원래‘트로이 문화’라고 지칭했던 그 문화도 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p99) 슐리만은 발굴을 포기하고 물러났다. 그의 상인 기질이 고고학자로서의 관심을 눌렀던 것이다.


(p105) 에반스의 발굴 결과로 미루어 보면 그들은 풍요와 쾌락을 탐닉했고, 번영의 절정에 있을 때 이미 향락에 빠진 채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쇠퇴하는 문화는 이미 파멸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p119) 나폴레옹은 대중의 심리를 잘 아는 지휘관일 뿐만 아니라 세계사에 맞선 유럽인이었다. 그 순간 나폴레옹은 외쳤다.“병사들이여! 4000년의 역사가 그대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p123) 그의 눈앞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폐허와 엄청난 유적이 나타났다. 흩뿌려진 5000년의 유적에서 역사의 숨결을 느낄 때마다 첫날의 황홀감이 되살아났다.


(p125) 드농의 예술적 감수성은 낯선 세계를 접한 뒤 뜨겁게 불타올랐다.


(p131) 이집트 사람의 삶은 죽음을 향한 여로였다.


(p138) 샹폴리옹은 무엇이든 다 알고 싶어했다. 형은 동생의 끝없는 지적 호기심을 멈춰보려고도 했지만 헛수고였다. 샹폴리옹은 학문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멀고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p140)“나는 상형문자를 해독할거야. 난 할 수 있어.”


(p143) 인류의 정신사에서 수많은 오류를 만들어낸 그 경직성이 이번에도 학자들의 뇌를 마비시켰다. 상형문자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코페르니쿠스와도 같은 획기적인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고수해 온 전통의 궤도를 모두 벗어나는, 번갯불처럼 ‘번쩍’하고 어둠을 밝히는 그런 착상 말이다.


(p145) 방대한 지식으로 무장한 그의 정신은 그 어떤 강요된 행위에도 반발했다. 그의 정신은 강인했지만, 모든 인간정신을 획일화하는 바보 같은 군사훈련을 보면 소름이 끼쳤다.


(p149) 샹폴리옹은 신들린 사람이었다. 상형문자의 마법에 걸린, 그 마력에 홀린 사람이었다. 힘겨운 삶에 가려 가끔은 잊었던 그 사실이 꿈을 통해 확연히 드러났다.


(p151) 샹폴리옹은 역사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진실을 향한 갈망이라고 천명했다.


(p153) 내 콥트어 사전은 매일 두꺼워져 가는데 그 저자는 야위워간다.


(p158) 이처럼 상형문자 해독의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가운데 샹폴리옹은 정리하고 비교하고 검토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문제해결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p160) 위대한 정신적 발견은 한 가지 문제에 대해 끝없이 사고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정신을 훈련한 끝에 얻는 결과다. 따라서 그 발견의 시간이 정확히 언제인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 순간은 의식과 무의식, 뚜렷한 집중력과 흐릿한 몽상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따라서 번개처럼 스치는 착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p166) 자신의 연구 대상이던 땅에 발을 들인 샹폴리옹은 마치 공룡의 유골과 화석으로 실제 모습을 재현하던 동물학자가 백악기로 돌아가 살아있는 공룡을 만난 듯 했다.


(p175) 사람들의 수집 열정은 대단히 뜨거웠지만 그 열정은 지식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유물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따라서 발견보다는 파괴가, 지식을 얻기보다는 손해를 불러일으킨 경우가 더 많았다.


(p180) 시간 개념이 없으면 역사의 기록도 없다. 이집트에는 역사가가 없었다. 과거에 대한 기록이라고는 어설픈 연보뿐이며, 그 역사적 신빙성은 대개 전설이나 민화와 비슷한 수준이다.


(p188) 혹시 이런 숭배 의식이 너무 괴이쩍다거나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기독교 문화권에서 처녀 임신을 한 동정녀 마리아를 숭배하는 종교의식은 어떤가? 다른 문화권에서는 이러한 숭배를 얼마나 기이하게 여길지 한번 상상해보라.


(p194) 이집트의 땅속 깊이 묻혀 있는 유물을 꺼내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땅속에 묻히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경외심과 지식욕을 잘 조절하여 이집트의 흙 한알 한알을 ‘긁어내야’한다는 말이었다.


(p201) 유일한 존재였던 한 사람을 위해 지은 무덤들. 자신의 이름을 수십만의 이름 없는 사람들을 시켜 하늘 높은 곳에 돌로 쓰고자 했던 사람들. 오직 명성을 얻기 위한 일이었을까? 단지 영원히 잊혀지지 않으려는 굳은 의지를 돌로써 표명한 것인가? 아니면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인간의 주제를 망각한 권력자의 지독한 오만이었을까?


(p202) 이집트인들은 육체가 죽은 후에도 인간의 삶은 영원히 계속된다고 믿었다. 죽을 때에도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 정상적인 생존의 조건에는 한마디로 현세의 삶에서 사용했던 모든 것이 포함된다. 특히 육신을 부패시키는 모든 요인에 대비한 완벽한 보호가 필요했다. 그래야만 육신의 죽음 후 자유로이 떠도는 ‘영혼’이 한때 깃들었던 육체를 다시 찾을 수 있다.


(p209) 이미 오랜 과거에 무덤을 훼손하는 길을 밟은 사람들. 과거의 시대에 감탄하며 그것을 밝은 세상으로 이끌어내려는 의도에서가 아닐, 과거를 찬양하고 현재에 교훈을 주려는 뜻에서가 아니라 약탈을 목적으로 왔던 사람들이었다.


(p218) 훌륭하게 제작된 미라는 거의 모두 그‘마법의 갑옷’이 벗겨지거나 적어도 일부만이라도 찢기는 모독을 당했으며, 영구적으로 훼손되었다. 무덤을 턴 도둑이 잡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경황 중에 노획물 일부를 떨어뜨리고 가는 정도였다.


(p224) 왕은 자신의 미라를 위신에 걸맞게 값비싼 장식품으로 치장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자신의 위엄을 훼손하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유혹은 너무나 컸다. 부자가 되고 픈 욕망을 채우고도 남을 보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물은 그것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을 찾은 사람의 차지였으며, 도둑은 이르든 늦든 그 길을 찾고야 말았다.


(p226) 도둑들의 새로운 모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다. 그럴 때마다 사제들의 밤 외출은 반복된다. 죽은 왕들은, 영면에 들어야 할 미라들은 이리저리 떠도는 신세가 된다.


(p234) 아브드 알 라술의 고향 마을인 쿠르나 전체가 전문 도굴꾼의 마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기업은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 이어졌으며, 상상도 할 수 없는 오랜 옛날부터 성업을 이루었다.


(p242) 일반적으로 시신 다루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제일 먼저 금속 꼬챙이로 콧구멍을 통해 뇌를 꺼내고 다음은 돌칼로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한다. 때때로 항문을 통해 꺼내기도 했다.

(p245) 무덤에서 유물을 빼냈다는 이유로 우리를 파괴자라고 몰아붙이는 사람들에게 이 교훈을 들려주고 싶다. 우리가 고대유물을 몰아붙이는 사람들에게 이 교훈을 둘려주고 싶다. 우리가 고대유물을 박물관으로 옮긴 일은 그것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였다. 발굴 현장에 그대로 두었다면 언젠가는 도둑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그일은 결국 유물을 없애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p248) 카르나본 경은 스포츠맨인 동시에 미술품 수집가였다. 이렇게 동떨어진 두 가지 취미에 심취하는 것은 영국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사이자 세계여행가였고, 합리적인 행동과 낭만적인 감성을 공유한 사람이었다.


(p249) 유복하지만 아무런 목표도, 할 일도 없던 그는 발굴 작업이야말로 스포츠와 미술의 모든 매력이 통합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p254)카터가 확보한 네 가지 ‘증거’란 소형 금판 몇 점, 파이앙스 잔 한 점, 토기 몇 점과 인장 몇 점이 전부였다. 이 정도의 자료를 근거로 투탕카멘 왕의 고분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다니! 아니, 직관에 근거한 확신을 얻다니! 이는 자신의 성공에 대한 투철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p257) 모든 것이, 말 그대로 모든 것이 틀림없이 그 통로 뒤에 있었다. 그러니 당장 문을 부수고 발굴을 계속하고 싶었고, 그 욕구를 억누르기 위해서는 초인적인 극기가 필요했다. 카터는 충동과 조바심, 엄청난 발견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고 유혹하는 자신의 목소리에 맞서  싸워야 했다.


(p262) 발굴의 역사를 통틀어 지금 우리의 전등 빛에 비친 광경만큼 멋진 광경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p272) 카터는 바닥에 떨어진 진주를 한 알 한 알 조심스럽게 주워 모았다. 가장 위대한 것을 눈앞에 두고도 가장 작은 것마저 소홀히 하지 않는 진정한 고고학자의 태도를 지켰던 것이다.


(p273) 방 중앙에서 황금의 기념상이 빛나고 있었다. 그 기념상 자체의 호화로움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고, 마치 살아 있는 듯 우아하고 자연스러운 네 명의 수호여신은 이해심과 온화함과 너그러움이 넘쳐흘렀다. 카터는 이 순간을 회상하며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이런 고백을 하면서 나는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p279) 6년 동안이나 찾아 헤맨 투탕카멘 왕이 그들 눈앞에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카터는 말했다.“이런 순간에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


(p281)운명은 얄궃은 아이러니로 나타났다. 미라를 가장 훌륭하게 보존한 사람은 금을 훔친 도둑들과  약탈당한 미라를 숨긴 사제들이었다.


(p301)거듭 허탕을 치면서도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 확실한 정보 하나 없이, 단지 이 언덕을 파면 가치 있는 유물이 나오리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날이 가고 달이 가도록 파고 또 파도 나오는 것이라고는 아무도 읽을 수 없는 기호로 덮인  금간 벽돌 몇 점과 엉망으로 파손되어 도저히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조각품 파편 또는 너무도 유치해서 아무런 상상력도 불러 일으키지 않는 토르소 몇 점뿐이건만, 그럼에도 여전히 삽을 놓지 않는 일이 어떤 일인지 상상할 수 있는가?


(p305)방금 땅 속의 어둠을 헤치고 나온 아시리아의 신과 왕들이 이제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p315) 천재란 무엇보다도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볼 수 있고, 복합구조에서 원리를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로테펜트의 진실로 천재적인, 결정적인 착상은 놀라우리만치 단순한 것이었다.


(p321) 롤린슨은 승객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 선상 신문을 발행했다.


(p324) 그는 계속되는 추락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찔하게 높은 곳에 매달린 채 고대 페르시아어로 쓴 새김글을 베꼈으며, 몇 년 후에는 바빌로니아어로 쓴 글도 베꼈다. 거대한 사다리,밧줄, 등반용 하켄이 필요했고 그곳까지는 운반하기도 어려웠다. / 비교학문은 통찰력의 기적을 이룩했다.


(p329) 지금은 많은 학자들이 설형문자를 읽을 수 있다. 3000년에 걸쳐 바람과 비,모래와 진흙이 고대도시와 궁전 성벽과 점토판을 때리고 할퀴었다. 서판의 일부가 떨어져나가고 새김은 흐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인 불편 외에 달리 학문 연구를 방해하는 요인은 별로 없게 되었다.


(p332) 레이어드는 일찌감치 자신이 꿈꾸는 나라로 여행할 때 유용하리라고 생각되는 것은 모두 배웠다. 법학 공부와는 거리가 아주 먼, 가장 실용적인 공부였다. 나침반 사용법과 육분의를 이용해 위치를 확인하는 법을 배웠고, 모든 지리적 측량기구 사용법을 익혔으며, 열대병 처치법과 외과적 응급처치법도 배웠다.


(p333) 나는 유프라테스 강 저편으로 달려가고픈 욕망을 억제하기 힘들었다.역사와  전통을 통해 서구의 지혜가 태어난 곳이라고 알려진 곳.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큰 강 너머 펼쳐진 땅을 답사하고 싶어했다.


(p334) 그 언덕에 마음을 빼앗긴 레이어드는 돈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이 잠긴 금고를 쓰다듬듯 언덕을  쓰다듬었다.


(p340) 그의 삽은 또 한번 마술지팡이와도 같이 정확한 지점을 찔렀다. 곧바로 성벽이 나왔다. 온통 부조로 덮여 있고, 조각을 새긴 프리즈가 벽면을 둘로 나누고 있었다.


(p342) 고고학의 개척자들 가운데 어떤 방해도 없이 작업을 완성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탐사에는 모험이, 연구에는 위험이 따라다녔으며, 간교한 훼방에 맞서 헌신적인 투쟁도 감수해야 했다.


(p348) 이성과 지혜를 상징하는 데 인간의 머리보다 더 좋은 모델이 있을까? 힘의 상징으로 사자의 몸통보다 더 적합한 게 있을까? 새의 날개만큼 신의 편재를  잘 나타내주는 것이 어디 있는가?


(p359) 우리는 지금 막 둘러본 놀라운 유적의 흔적을 그곳 평지에서도 찾을까 하고 둘러보았으나 헛된 행동이었다. 우리는 꿈을 꾼 것도 같았고, 동방의 장편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았으며, 그 느낌은 점점 더 사실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먼 훗날 이 아시리아 궁전의 폐허가 다시금 초목으로 뒤덮였을 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내가 환상을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의심할 것이다.


(p369) 이 도서관은 당시의 지식 전반을 대표하는데, 마법, 주술, 미신이 주류를 이루었던당시의 학문에 걸맞게 서고의 대부분은 기도, 징조, 의식에 관한 기록들로 채워져 있다.


(p371) 레이어드는 새로 발견된 유물로 선풍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었던 반면 라삼은 ‘최초 발굴자’의 명예를 놓쳤다. 또한 레이어드는 곧 외교관으로 출세할 사람답게  자신이 발굴한 유물을 유려한 필치로 묘사할 줄 알았으므로, 빛나는 재능을 발휘하여 학계는 물론 일반 대중으로부터도 비상한 관심을 모을 수 있었다. 


(p377) 이 이야기가 성서에 나오는 대홍수 이야기의 원형이라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있는가? 놀라우리만치 유사한 줄거리에다 성서에 나타난 특징들도 모두 나타나 있지 않은가?


(p386) 나는 내속에 들어 앉아 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자 콜데바이, 이제 이것과 저것만 하면 돼. 나머지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p399) 피라미드는 통치자가 자신의 일생에 걸쳐 지었다. 그들 가운데는 짧은 생을 마감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자신을 위해, 자신의 미라와 자신의 ‘카’를 위해 피라미드를 지었다.


(p405) 어떤 말로도 이 상상의 동물을 표현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다리가 긴 네 발 짐승인데, 뒷발은 맹금의 발이고, 몸통은 비늘로 덮여있으며, 목은 길고 머리는 뱀인데 눈이 크고,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며 납작한 머리에 뿔 하나가 달린, 바빌론의 용은 이런 모습이었다.

(p410) 그 가운데 일곱 개의 점토판에 기록되어 있던 내용은 말 안 듣는 아들 때문에 속상해하고 청소년들의 탈선을 한탄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인데, 우리 이웃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이 이야기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묻는 말로 시작한다. “어디 갔었니?”아들이 대답한다. “아무데도요”


(p417) 이곳의 희생은 살육이었다. 죽은 왕의 명예를 위한 피 비린내 나는 처형이었다.


(p420) 바빌로니아에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의술 학교가 있었다. 이를테면 함무라비 법전 218 조에 의거해 의료 사고를 다음과 같이 처벌했다. “의사가 청동 칼로 환자의 신체를 과도하게 절개하여 그로 인해 환자가 죽음에 이를 경우, 또는 청동 칼로 환자의 내장을 절개하여 그로 인해 환자의 눈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 경우 시술한 의사의 손을 자른다.”


(p422) 인간의 노력을 단지 그 성과만으로 평가한다면, 수메르인들은 뛰어난 지위에 오르지 못할지언정 진정으로 존경할 만한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인간의 노력을 역사의 발전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평가한다면, 수메르인들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지위에 올라 마땅하다. 그들의 문명은 깊은 야만성에 빠져 있던 세계에 빛을 던졌고, 역사적 발전의 동력을 세계 최초로 가동시켰다.


(p427) 세계 역사상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코르테스는 편지에 서명할 때도 ‘탐험가 에르나 코르테스’라고 썼다.


(p431) 탐험가들은 교황을 위해 성처녀 마리아의 깃발을 앞세우고 이교도를 전도하러 가는 선교사들이었으며, 그들이 탄 모든 배에는 신대륙에 십자가를 심을 사제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 꿈꾸기에 지친 이달고(스페인의 하급귀족) 들은 서슴없이 꿈을 좇아 내달렸다.


(p435) 인디언들은 스페인 사람들이 타고 달리는 말을 보고 너무도 놀랐다. 아스텍인들의 눈에 그것은 무서운 괴물이었다.  그들은 말과 사람이 하나로 붙어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p439) 그의 부하 한 사람의 말마따나 그는 “필요할 때 쓸 감언이설을 많이 쌓아둔 사람이었다.”


(p446) 코르테스가 마침내 피비린내 나는 인간 제물 의식과 순수하고 간결한 가톨릭 미사를 대비시키자, 몬테수마는 신의 살과 피를 직접 먹어치우는 일보다는 사람을 바치는 일이 덜 끔직하다는 견해를 비쳤다.


(p461) 무성한 나뭇잎들이 던지는 그림자가 너무도 짙어, 병사들은 발이 어디를 밟는지도 모른 채 걸었다. / 그러나 스티븐스는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도 이국땅의 매력을 외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p464) 스티븐스는 매료되었다. 그러나 그는 예기치 못한 광경 앞에서도 서둘러 결론을 낼지 않는 진정한 학자였다.


(p472) 나는 코판을 사는 값으로 50달러를 지불했다. 이 가격으로 인해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그 금액을 제안하자 돈 호세 마리아는 나를 바보라고 여겼을 정도로 지나치게 높은 액수라고 생각했다. 만일 내가 더 많은 액수를 제안했더라면 그는 나를 더 한심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p476) 그 책을 쓴 사람은 스티븐스와 같은 탐험가가 아니라 연구실에 처박힌 책벌레였다. 스티븐스가 마체테로 정글에 길을 낼 때, 이 사람은 오로지 예리한 사고력만으로 정글을 뚫었다. 


(p481) 수메르인은 메세포타미아로 온 후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에 최초의 주거지를 정하고, 그곳에서 바빌로니아-아시리아 문명을 탄생시켰다. / 고고학에서는 문명 발상지의 전제조건으로 강을 꼽았다. 그러나 아메리카의 문명은 운하문명이 아니었다.


(p485) 유카탄의 제2대 대주교였던 디에고 데 란다는 광신적인 사제인 동시에 현대적인 이성을 가진 학문 애호가였지만 이 두가지 인격을 조화시키지는 못했다. 한 사람의 가슴속에서 두가지 영혼이 싸운 끝에 광신도의 영혼이 승리를 거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p495) 수준높은 문화와 사제들의 학문은 어쩔 수 없이 밀교와도 같은 성격을 점점 더해갔다. 그들의 지식은 결코 아래로 전달되지 않았다. 경험 교환은 없었다. 마야 학자들의 예리한 사고력은 점점 더 하늘의 별만을 향했다. 그리고 그들을 지탱해 줄 힘의 원천인 농경지는 잊어버렸다.


(p496) 밭은 지력을 잃었다. / 민족은 도시와 휴경지를 버리고 길을 떠났다. 휴경지는 다시 숲이 되어 건축물을 덮었고, 1000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했다. 이것이 버려진 도시의 비밀에 대한 설명이 될 것이다. 


(p501) 톰슨의 대답은 모험가다웠다. 잠수를 하면 된다!


(p506) 드디어 톰슨이 승리를 위해 활약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를 미친 사람으로 몰았던 모든 사람에게 패배의 쓴 맛을 보게 할 순간이었다.


(p514) 호기심이 시들어버리지 않도록 양분을 공급해 주는 것은 황홀감 밖에 없지 않은가?


(p519) 고고학의 역사에서는 엄청난 역경 속에 겨우 완성한 역사의 그림이 새로이 발견된 사실로 인해 한 순간에 일그러질 위기에 처하는 사건이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p526) 이들은 52년 만에 한 번씩 세상이 멸망한다고 믿었고, 이러한 믿음은 사제들의 권력을 낳았다. 위협하는 재앙을 막을 사람은 사제들뿐이었다. 사제들이 사용한 수단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강화되었다.


(p543) 약 1700장의 삼차원 사진을 통해 이 파라오의 사인이 뒷머리 타격이 아니라는 사실이 마침내 분명해졌다. 투탕카멘은 낙마 사고로 사망했으리라 추정된다. / 정말 그랬는지는 어쩌면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p548) 수중 호흡기를 발명하기도 한 쿠스토는 수중 고고학의 개척자다. 지중해 연안에서 침몰한 고대의 난파선은 수백 대에 이른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


(p552) 발굴은 전 세계에서 계속될 것이다. 미래의 100년을 차분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과거의 5000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책을 읽으며, 소설가 김형경이 떠올랐다. 그녀는 정신분석 전문 소설가(?)로 불리고 있다.
자신의 정신분석 경험을 소설과 에세이로 펴냈다. (본인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책을 통해 정신분석학이 좀 더 대중화되고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확장되었다는 것은 정신과 전문의들이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녀는 자신이 정신분석 전문가가 아니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학파를 초월하며)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문학적 아름다움의 바탕하에, 마음껏 정신분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C.W. 체람 또한 그녀처럼, 아마추어의 장점을 잘 활용했다. 500 페이지가 넘는 책과 그책의 저술을 위해 사용된 자료의 양은 아마도 만 페이지는 넘지 않을까? 그 방대한 양의 지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그의 방식은 적중했다. 그는 매우 현명한 사람이다.


책이 출판된 1949년 이라는 시대를 상상해보면, 논픽션 소설이라는 형식은 훌륭한 선택이었다. 고고학에 대한 사랑과 저널리스트의 감각, 출판장으로서의 날카로운 식별이 행복한 만남을 통해, 흥미진진한 책으로 탄생했다.


(p22) 가장 잘 쓴 논픽션 소설은 문학적인 요소는 단지 학문적 사실들을‘배열’하는 데만 사용하고, 그럼으로써 학문적 사실이 언제나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도록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성격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단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각 장과 장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나, 이미지와 텍스트간의 불균형한 배치 등이 간혹 눈에 뜨이지만, 그다지 문제점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책이 지니고 있는 장점에 비추어보면 그러한 오류들은 미세한 먼지처럼 작고, 하잘 것 없는 것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저 그의 말대로

‘집을 짓고, 나무를 심고, 아들을 낳고, 책을 쓰라“는 속담을 나도 해내고 싶을 뿐이다.


* 가장 감동적인 귀절


(p52) 그의 얼굴에서 넘쳐흐르는 관능적 쾌락은 마치 자신의 일생은 한 번의 긴 키스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 고고학자는 역사의 흔적을 찾는 사람들이다.


(p88) 슐리만은 고고학을 연구실의 석유등 불빛 아래에서 과감히 그리스 하늘의 태양 아래로 끌어냈다.


아마추어! 아마추어! 이 말은 학문이나 예술을 애정과 즐거움 때문에, 그 분야에 대해 알고 싶은 열정 때문에 추구하는 사람들을 생업으로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얕잡아 일컫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그 일로 벌어들이는 돈만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멸은 빈곤, 배고픔 또는 기타 강한 욕구가 있는 사람만이 그 일을 진지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천박한 신념에 뿌리를 박고 있다. ‘전문가’에 대한 일반적인 존경심과 아마추어에 대한 불신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사실 아마추어에게는 예술이나 학문 자체가 목적인 반면, 전문가들에게는 수단일 뿐이다. 학문이나 예술을 가장 진지한 열정으로 추구하는 사람은 그 일 자체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는 사람, 그래서 순수한 애정으로 그 일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최고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은 언제나 이런 아마추어들이었다.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p279) 6년 동안이나 찾아 헤맨 투탕카멘 왕이 그들 눈앞에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카터는 말했다.“이런 순간에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


(p315) 천재란 무엇보다도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볼 수 있고, 복합구조에서 원리를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로테펜트의 진실로 천재적인, 결정적인 착상은 놀라우리만치 단순한 것이었다.


(p427) 세계 역사상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코르테스는 편지에 서명할 때도 ‘탐험가 에르나 코르테스’라고 썼다.

IP *.30.2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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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12:15:27 *.106.7.10
저자에 대한 언급을 시작하기 전에 '메디컬 다큐멘터리'를 언급하신 것 신선했어요. 메디컬 다뮤멘터리를 통한 감동과 고고학을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데 강점이 있는 저자에 대한 연결도 좋았구요. (제가 느낀 의도가 맞는가요? ㅎㅎㅎ) 아마추어인 저자와 소설가 김형경씨를 연결하신 것도 이해가 빨랐구요. 그러고 보니 전문 고고학자보다 체람이 쓴 책이 고고학 입문서로 읽히는 것이 유독 특이한 일은 아니네요.

그러고 보니, 오빠가 지난 여행에서 추천하신 김형경씨 책을 아직도 못 보았네요.  가장 먼저 읽으면 좋을 책이 무얼까요? 추천해 주시면 바로 주문들어갑니다 ^^
(용평 잘 다녀오셨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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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4.19 14:49:15 *.30.254.28
우린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굳이 추천한다면....사람풍경...
김형경을 추천한 것은, 그대의 차분하고 이지적인 외모와 분위기가,
김형경과 비슷하여....

물론, 선이 더 아름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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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4.19 12:56:59 *.219.109.113
수고했어.  우황 청심환 한 알 먹고 빨리 이번 주 책 읽기 시작해.ㅋㅋ

책을 읽으며 다른 작가의 글이 매치되는 것이 자신의 시각임을.......

난 아직  앞 만 보는 물고기처럼 그 책에서만 찾으려 애를 쓴 것 같아.

이제 눈을 빙글빙글 돌려봐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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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22:16:30 *.106.7.10
ㅋㅋㅋ
'된다' 오빠의 맘이 그냥 느껴지는 주문임다 ^^
덤으로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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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4.19 18:35:14 *.30.254.28
매주 월요일마다,
이렇게 일년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아...참 기쁘다..
마음이 참 기쁘다..
(주문을 걸어야 한다...주문을 걸어야..주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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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4.19 13:21:32 *.236.3.241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주말 일정에서  실마리를 찾으셨군요^^

'논픽션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전문분야를 다루되 대중의 코드를 존중하는 다가가는 글쓰기.
핵심을 지적해 주셨네요 ~~

선!  김형경의 신저 <좋은 이별>을 읽고 있는데 괜찮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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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4.19 18:38:01 *.30.254.28
5기 장성우 선배가 직장인이 시간을 관리하며
연구원 생활을 하는 법을 알려주기로 했는데..
빨리  배우지 못하면, 큰일날 듯...

외국에 온 듯, 시차적응이 안되서, 몹시 어지러움증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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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22:15:12 *.106.7.10
우와, 이 바쁜 와중에 다른 책까지 읽고 계시다니 ^^;;
전 지정도서를 읽어야 하니까 갑자기 다른 책이 막 읽고 싶어지는 거 있죠! ㅎㅎㅎ
하동 여행 다녀온 후 울 신랑은 토지를 제대로 보겠다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부럽던지,
전 최참판댁도 잘 못 보고 왔잖아요. 아, 내 애독서 1순위 토지인데.
옆에서 책보는 신랑이 막 미워졌다니까요 ^^
대하소설은 못 봐도 꼭 소설 한권은 읽어야겠어요, 안 그럼 돌아버릴지도 몰라요 ㅍ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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