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명수
- 조회 수 2133
- 댓글 수 1
- 추천 수 0
마이 파더(MY FATHER)-아버지의 존재
모처럼 친구 내외와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제목은 『마이 파더』다. 줄거리는 입양아에 대한 얘기다. 스토리는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되어 성장한 아이가 22년 만에 군에 입대하여 주한미군으로 자원해 한국에 오면서 시작된다. 피는 물보다 진한가. 그는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못하여 모국인 한국에서 부모를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친아버지를 만나게 되지만 아버지는 2명의 사람을 살해한 사형수였다.
이 영화의 자원과 배경은 빈약하다. 하지만 입양아를 연기한 다니엘 헤니와 아버지로 열연한 김영철로 인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비록 생모가 버린 자식이지만 이를 애틋한 마음으로 부모를 찾아 나서는 자식의 부모 사랑이 첫 번째 감동이요, 사형수를 미화했다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혈육을 잊지 못하여 부정(父情)이 무엇인지를 애절하게 보여주는 아비마음이 그 두 번째이다. 나는 두 번째에 무게를 두고 싶다.
자상(仔詳)과 인애(仁愛)로 대변되는 모정(母情)에 대한 영화는 비일비재했다. 엄격한 성품과 돈벌이를 위해 외부로 방황해야만 하는 불우한 세대의 우리 아버지에 대한 얘기는 일천했다. 이 영화가 주는 매력은 관객에게 아버지라는 자리가 어떤지를 새롭게 알려주었다는 점이다.
어두운 감옥에서 빨간 번호표를 오른쪽에 붙인다는 사실은 사형수를 의미한다. 마지막 가는 길에 앞서 불현듯 나타난 자식은 그에게 둘도 없는 희망이었을 것이다. 대사에서 나오는 말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줄 것이라곤 없는 자식에게 마지막 가는 사형수임에도 부정(父情)마저 버릴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사형수가 주는 이미지로 인해 영화 메시지의 역겨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순수성이 이를 모두 감추기에 족하다.
과거의 아버지들은 사형수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전투에서 몸을 희생해야 했으며, 근대화의 기수로서 오늘의 한국을 세계에 우뚝 세운 역군이다. 안으로는 가정을 존립키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끊임없이 외부세계의 도전에 맞서야 했고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들의 희생은 컸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아버지는 존엄한 존재로 자리매김 되지 못했다. 그들은 딱딱하고 근엄하며 매정하고 냉혹한 사람으로 치부되었다. 폭력이 난무하는 자리에서도 그들은 있었고, 비리가 횡행하는 곳에서도 늘 자리했다. 겉으로는 정직과 성실을 외치지만 사회의 일각에서 무너져 버리는 모습을 보인 것도 아버지였다. 아버지에게는 자녀가 바라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따뜻한 정조차 읽을 수 없었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도 그 같은 세상의 버린 받은 자였다. 폭력에 물들고 급기야는 살인마저 서슴없이 저지르는 삐뚤어진 사회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근원적 양심마저 차마 저버리기 어려웠다. 혈육의 정만은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어두운 현실에서 부정(父情)으로나마 관객을 사로잡는 아버지의 눈물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아들과 아버지를 연기한 배우들의 활약에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들을 연기한 다니엘 헤니는 본인 자신이 입양한 한국인의 어머니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그의 연기는 그래서 더욱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아버지를 연기한 김영철은 관록의 배우이기에 당시의 아버지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그들에게 더욱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은 관객의 가슴을 저밀게 한다. 세계 13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이 아직도 세계 최고의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이는 엄연한 현실이며 냉혹한 세태를 반영한다. 자신의 핏줄을 스스로 포기해야만 하는 극단적 결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인간 존엄에 대한 상실과 이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장치의 부재(不在)를 탓하고 싶다.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사회적 메시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혈육의 상봉을 가로막는 사형제도는 사라져야 한다는 구성이 그럴듯하다. 미군이 보여주는 제국주의적 우월감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전히 깡패가 판치고 감옥은 그들로 가득한 현실이 안타깝다. 돈이 전부며 물질이 모두 인양 떠드는 사람으로 인해 세상은 혼탁하다. 아직 우리 사회는 갈 길이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평범한 혈육의 만남이 이 같은 배경에서 빛난다면 다시 새겨볼 일이다. 이러니 따뜻한 가정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명암(明暗)을 같이 보았다. 영화가 주는 배경은 어두움이다. 입양아를 다뤘다는 점과 불우했던 과거사를 들추는 일이며 가족의 단절이 오늘의 암울한 우리의 모습일 수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오늘과 미래를 밝게 한다. 사형수 아버지의 부정(父情)이 저 정도라면 죄 짓고 살지 않는 대부분의 아버지는 우리의 등불일 수 있다. 어머니의 모정과 아버지의 부정으로 에워 쌓인 가정이 즐비하기에 미래는 또 다른 희망이라 말할 수 있다.
『마이 파더』를 보고나서 나의 아버지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나로서는 아버지와 함께 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에게 아버지는 아픔이었다. 그 분은 과거 우리 현대사의 상처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 분을 아내와 나는 20여년을 함께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늘 거리가 있었다. 가까이 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이 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다. 자식에 대한 애정(愛情)과 영화가 보여주는 부정(父情)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는 늘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다만 표현하지 못할 뿐일 것이다.
나는 나의 자식들에는 또 다른 아버지다. 과거의 어두운 아버지로 남고 싶지는 않다. 늘 그들을 만나면 안아준다. 가슴을 전달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아버지는 너의 가슴에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 영화와는 조금 다르게 영원히 자식을 사랑하는 그리고 자식에게 사랑받고 싶은 아버지로 남고 싶으니까.
『마이 파더』,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어떤 아버지로 남을 것인가를 생각해 본 사람은 한번쯤 보아줄 필요가 있는 영화다.
IP *.57.36.18
모처럼 친구 내외와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제목은 『마이 파더』다. 줄거리는 입양아에 대한 얘기다. 스토리는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되어 성장한 아이가 22년 만에 군에 입대하여 주한미군으로 자원해 한국에 오면서 시작된다. 피는 물보다 진한가. 그는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못하여 모국인 한국에서 부모를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친아버지를 만나게 되지만 아버지는 2명의 사람을 살해한 사형수였다.
이 영화의 자원과 배경은 빈약하다. 하지만 입양아를 연기한 다니엘 헤니와 아버지로 열연한 김영철로 인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비록 생모가 버린 자식이지만 이를 애틋한 마음으로 부모를 찾아 나서는 자식의 부모 사랑이 첫 번째 감동이요, 사형수를 미화했다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혈육을 잊지 못하여 부정(父情)이 무엇인지를 애절하게 보여주는 아비마음이 그 두 번째이다. 나는 두 번째에 무게를 두고 싶다.
자상(仔詳)과 인애(仁愛)로 대변되는 모정(母情)에 대한 영화는 비일비재했다. 엄격한 성품과 돈벌이를 위해 외부로 방황해야만 하는 불우한 세대의 우리 아버지에 대한 얘기는 일천했다. 이 영화가 주는 매력은 관객에게 아버지라는 자리가 어떤지를 새롭게 알려주었다는 점이다.
어두운 감옥에서 빨간 번호표를 오른쪽에 붙인다는 사실은 사형수를 의미한다. 마지막 가는 길에 앞서 불현듯 나타난 자식은 그에게 둘도 없는 희망이었을 것이다. 대사에서 나오는 말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줄 것이라곤 없는 자식에게 마지막 가는 사형수임에도 부정(父情)마저 버릴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사형수가 주는 이미지로 인해 영화 메시지의 역겨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순수성이 이를 모두 감추기에 족하다.
과거의 아버지들은 사형수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전투에서 몸을 희생해야 했으며, 근대화의 기수로서 오늘의 한국을 세계에 우뚝 세운 역군이다. 안으로는 가정을 존립키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끊임없이 외부세계의 도전에 맞서야 했고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들의 희생은 컸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아버지는 존엄한 존재로 자리매김 되지 못했다. 그들은 딱딱하고 근엄하며 매정하고 냉혹한 사람으로 치부되었다. 폭력이 난무하는 자리에서도 그들은 있었고, 비리가 횡행하는 곳에서도 늘 자리했다. 겉으로는 정직과 성실을 외치지만 사회의 일각에서 무너져 버리는 모습을 보인 것도 아버지였다. 아버지에게는 자녀가 바라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따뜻한 정조차 읽을 수 없었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도 그 같은 세상의 버린 받은 자였다. 폭력에 물들고 급기야는 살인마저 서슴없이 저지르는 삐뚤어진 사회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근원적 양심마저 차마 저버리기 어려웠다. 혈육의 정만은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어두운 현실에서 부정(父情)으로나마 관객을 사로잡는 아버지의 눈물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아들과 아버지를 연기한 배우들의 활약에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들을 연기한 다니엘 헤니는 본인 자신이 입양한 한국인의 어머니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그의 연기는 그래서 더욱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아버지를 연기한 김영철은 관록의 배우이기에 당시의 아버지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그들에게 더욱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은 관객의 가슴을 저밀게 한다. 세계 13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이 아직도 세계 최고의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이는 엄연한 현실이며 냉혹한 세태를 반영한다. 자신의 핏줄을 스스로 포기해야만 하는 극단적 결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인간 존엄에 대한 상실과 이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장치의 부재(不在)를 탓하고 싶다.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사회적 메시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혈육의 상봉을 가로막는 사형제도는 사라져야 한다는 구성이 그럴듯하다. 미군이 보여주는 제국주의적 우월감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전히 깡패가 판치고 감옥은 그들로 가득한 현실이 안타깝다. 돈이 전부며 물질이 모두 인양 떠드는 사람으로 인해 세상은 혼탁하다. 아직 우리 사회는 갈 길이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평범한 혈육의 만남이 이 같은 배경에서 빛난다면 다시 새겨볼 일이다. 이러니 따뜻한 가정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명암(明暗)을 같이 보았다. 영화가 주는 배경은 어두움이다. 입양아를 다뤘다는 점과 불우했던 과거사를 들추는 일이며 가족의 단절이 오늘의 암울한 우리의 모습일 수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오늘과 미래를 밝게 한다. 사형수 아버지의 부정(父情)이 저 정도라면 죄 짓고 살지 않는 대부분의 아버지는 우리의 등불일 수 있다. 어머니의 모정과 아버지의 부정으로 에워 쌓인 가정이 즐비하기에 미래는 또 다른 희망이라 말할 수 있다.
『마이 파더』를 보고나서 나의 아버지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나로서는 아버지와 함께 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에게 아버지는 아픔이었다. 그 분은 과거 우리 현대사의 상처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 분을 아내와 나는 20여년을 함께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늘 거리가 있었다. 가까이 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이 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다. 자식에 대한 애정(愛情)과 영화가 보여주는 부정(父情)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는 늘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다만 표현하지 못할 뿐일 것이다.
나는 나의 자식들에는 또 다른 아버지다. 과거의 어두운 아버지로 남고 싶지는 않다. 늘 그들을 만나면 안아준다. 가슴을 전달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아버지는 너의 가슴에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 영화와는 조금 다르게 영원히 자식을 사랑하는 그리고 자식에게 사랑받고 싶은 아버지로 남고 싶으니까.
『마이 파더』,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어떤 아버지로 남을 것인가를 생각해 본 사람은 한번쯤 보아줄 필요가 있는 영화다.
댓글
1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 마이 파더-아버지의 존재 [1] | 도명수 | 2007.09.17 | 2133 |
1848 | 생명 [4] | 한희주 | 2007.09.16 | 1885 |
1847 | 밥순이의 하루 [4] | 한희주 | 2007.09.15 | 2261 |
1846 | 참말로 요즘은... [4] | 도명수 | 2007.09.12 | 2106 |
1845 | 살다보면...때로는 [14] | 홍승완 | 2007.09.11 | 2330 |
1844 | 풍경엽서(7)-그 나무 [7] | 이은미 | 2007.09.11 | 2052 |
1843 | 내 오랜 친구 녀석과의 통화 [1] | 에레혼 | 2007.09.11 | 2292 |
1842 | 그가 먹는것과 읽는 것이 그사람이다 [2] | 김나경 | 2007.09.10 | 2458 |
1841 | 식물들도 최선을 다해 산다 [5] | 김귀자 | 2007.09.08 | 2250 |
1840 | 취미에 대한 이상한 생각 [6] | 김나경 | 2007.09.08 | 1935 |
1839 | 소개팅 [3] | 선비 언 | 2007.09.07 | 2116 |
1838 | 구본형 효과 [5] | choi | 2007.09.07 | 2396 |
1837 | [42] 꿈꾸는 초원의 관광봉고 / 사랑ㆍ여행ㆍ꿈 [2] | 써니 | 2007.09.06 | 2107 |
1836 | 병곤오빠에게 [6] | 다인 | 2007.09.05 | 2468 |
1835 | 자기’ 잃은 ‘자기계발’… 인문학에 길을 묻다 [2] | 지나가다 | 2007.09.05 | 2221 |
1834 | 동거묘(猫) 테리와의 나날 [4] | 香仁 이은남 | 2007.09.05 | 1938 |
1833 | 20대 친구들의 이야기 [4] | 김귀자 | 2007.09.02 | 2283 |
1832 | 어어라?? [1] | ㅅㄴㅇ | 2007.09.02 | 2030 |
1831 | 잠 못드는 낮 비는 내리고 [14] | 뱅곤 | 2007.09.01 | 2198 |
1830 | 이은미 언니를 찾습니다 ! ㅋㅋㅋ [6] | 박소정 | 2007.08.31 | 20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