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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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지 않는 지금의 삶에서 진정 살고 싶은 삶으로 전환하고자 할 때 제일 먼저 착수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직면하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내게는 그런 시간이 있었습니다.
서른 여섯 살. 그때입니다. '이게 아니지? 이렇게 살고 싶었던 것이 아니지? 돈이나 사회적 성공이 내 삶의 가장 큰 지향은 아니었지? 그런데 왜 이러고 있지? 싱싱하고 푸르른 삶, 간결하고 깊은 삶, 자유하고 자연한 삶, 내가 나인 삶,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것 아니야?'
한 번 시작된 의문은 차츰 더 자주 내게 들어왔습니다. 벼락처럼 찾아온 그 의문의 소리는 이제 점점 더 자주 찾아왔습니다. 그 회의의 시간이 서른 여섯 살 때였습니다. 그 소리는 술과 돈 냄새에 혼미해진 탁하고 두터운 일상을 요즘의 봄날 솟구치는 새싹처럼 비집고 올라왔습니다. 그러더니 자각되지 못한 욕망, 그것을 따라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나를 질책하거나 가엾게 바라보는 그 목소리는 점점 또렷해졌습니다.
돌아보니 이 지점이 천금같이 귀한 순간이었습니다. 욕망에 눈 먼 내게 나의 본성이 호통을 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게 된 순간이 바로 그때였습니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계기를 비교적 이른 나이에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똑바로 바라본다는 것, 그것은 고통의 시작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잘못돼 가고 있는 삶의 궤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직면의 시간을 만나야 합니다. 이것은 마치 높은 산 중턱까지 이미 올라온 등산의 여정에서 다시 아래로 기어내려가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쩌면 애초의 출발지점까지 가야하는 막막함이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기어올라야 하니 직면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당을 기다리는 것이겠습니까? 다시 기어오르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고 해서 명확히 보장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또한 얼마나 두렵겠습니까?
그래서 대부분은 눈을 감고 사는 편을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을 회피하며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나로서 하는 삶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피하지 말고 마주해야 합니다. 욕망의 환영에 눈 멀지 말고 이따금 짧게, 아주 짧게 본성이 삐죽삐죽 전하는 그 소리를 따라가보아야 합니다.
다음 주에는 이어서 뒷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나 스스로를 똑바로 바라보도록 이끈 그 소리에 대해, 눈 먼 욕망과 눈 뜬 본성의 차이에 대한 경험을 나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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