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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7일 12시 24분 등록

황당했다. 이게 뭐람~

 

“이차장님. 내일 저희 지역으로 오시나요.”

“네. 그렇긴 한데?”

“그럼 본사에서 제품 디스플레어어 설치물 사진을 좀 찍어와 주셨으면 해서요.”

 

부탁사항도 있었지만 새롭게 확장 이전해 가는 사무실 환경도 궁금 하였기에 오후에 일부러 짬을 내어 방문 하였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 주변 환경을 유심히 관찰해 가면서. 방문판매 사업은 일반 다른 업종에 비해서 입지조건을 그다지 따지지는 않는 사업이다. 찾아오는 고객 보다는 움직이는 대리점인 영업사원을 모집하여 그들을 교육 시키고 활동케 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모집하는 업종인지라 이왕이면 그들을 영입 하기에 쉽고, 움직이는 동선 등이 효율적이면 아무래도 금상첨화 이기에 고려를 하지 않을수는 없다. 주변지역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었다. 아직 상가가 형성이 덜되어 있는 말그대로 신도시의 개념인 그곳. 사무실로 가까워 지면서 마음이 무거워 졌다. 이건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 하였던 것이다.

 

서울 부근에 인접한 경기도 성남 이라는 도시와 분당 이라는 곳은 동일 지역에 속해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다. 분당구라는 명칭답게 엄연히 성남시라는 지역구에 속해 있으면서도 생활수준이며 라이프 스타일이 전혀 딴판인 곳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성남은 대부분 타지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자생적으로 모여 이루어진 도시이고, 분당구라는 동네는 신도시로써 조금은 쾌적하고 여유를 즐기는 이들이 모여 형성된 인위적인 아파트 밀집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른 업종과는 달리 방문판매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분당 부근에 사무실을 알아 볼려고 치면 나는 가급적 손사레를 치곤 한다. 내가 얼마전까지 분당 주민 이어서라기 보다 살아보니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이쪽 분야의 사업을 한다는 가정 하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아무래도 전자 지역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언뜻 보면 방문판매 같은 업종이 분당이 잘될 것 같은데 실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게 아니라는 현실이 다가온다.

 

성남이라는 곳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할려고 하는 사람들의 분포도가 많은 도시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주부들도 맞벌이를 할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만한 수요가 되기에 방문판매에서의 리쿠르팅 대상자가 아무래도 많다는 이야기이다. 반면 분당은 일을 구할려고 하는 사람보다는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일차적으로 많다. 그래서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사람을 모집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전 할려고 하는 장소는 후자 지역과 같은 그런 경우였다. 일반 주택보다는 아파트가 밀집된 신도시 지역. 감이 솔직히 좋지는 않았다. 거기다 이전 예정인 넓디 넓은 사무실을 들어서 보니 허허벌판 그자체여서 탄식이 절로 흘러 나왔다.

“아니. 사장님 사무실이 갖춰진게 아무것도 없네요.”

그랬다. 신규로 지어진 건물이기에 바닥은 콘크리트로 뭉쳐져 있고, 천정엔 아직 공사가 덜끝나서인지 전기 코드가 얼기설기 되어있는 서글픈 상황 이었던 것이다. 당사자는 어떤지 몰라도 오히려 내마음이 더욱 착잡해졌다. 한푼 이라도 아쉬운 작금의 상황에서 디스플레이어 비용이 덜들어 가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새로 시작하는 모양새이니. 만만찮아 보였다. 시설 비용만 족히 몇천은 쏟아 부어야 할터였다.

 

나의 눈치를 살피던 그녀가 승용차 안에서 한마디를 건넨다.

“차장님 어떠세요. 보신 소감이. 아직 아무것도 되어있질 않아서.”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 대신 질문을 하였다.

“여기 가격이 얼마예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40만원 이예요.”

서울보다는 그나마 나았지만 그래도 적잖은 부담이 될터였다. 입지조건도 그러하고 들어갈 비용 등이.

“계약은 하셨나요.”

“예. 선금 300만원에 가계약 체결 상황 이예요.”

“아직 잔금은 치루질 않으셨으니 아깝지만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겠네요.”

나의 이같은 모진 말에 그녀는 말이 없다.

 

나자신이 사업을 한다는 가정하에서 라는 생각으로 사무실 환경을 다시 살펴 보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보유 자금이 풍부하고 향후 장기적인 포석에서라면 모를까 아무래도 부담이 되는 지역이었다. 그래서 아깝지만 선금을 포기 해서라도 계약을 파기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쓴소리를 한것이다. 사전에 장소 선택시 상의를 했었으면 좋았을련만 어찌그리 무대포 스타일인지.

 

입사한 카운셀러들 대상 판매 교육을 할시에 나는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지곤 한다.

“대학교 선배님 중에 김진홍 목사님 이라고 계십니다. 종교를 떠나서 말씀을 드리는 거니까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새벽을 깨우리로다’ 라는 영화에서도 소개가 된만큼 개척교회로 써 유명하신 분입니다. 이분의 신조가 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식 하니까 용감 하였다 라는 것입니다. 반목과 딴지를 거는 사람만 있을뿐 아무도 동조하는 이가 없는 상황에서, 이분은 그 신조 하나로 맨땅에 개척 교회를 세워 큰 교회를 일구어 냈습니다. 우리네 사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러가지 생각과 이것 저것 재보면서 하는 사고는 어쩌면 영업에 있어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판매를 잘해서 돈을 벌수 있을까 그 비법에 대해 관심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간단 명료한 법칙 하나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단무지 법칙 입니다. 풀어서 설명을 드리면은 첫번째 단은 단순을 뜻합니다. 영업은 복잡하기 보다는 단순한 사람이 잘합니다. 두 번째는 무 즉, 무식 입니다. 저희 선배님 같은 경우이지요. 밀어 붙이는 힘이라고 할까요. 세 번째 지는 즉,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입니다. 오래 이어나가는 힘 여기에 이기는 장사가 없습니다.”

 

이런 내용의 강의를 하고 다니는 나이지만 그래도 이정도까지 일줄은 몰랐다. 사진을 찍어 오라는 말에 어느정도 사무실 기반은 되어 있는줄 알았었는데 정말로 이런 황무지 일줄은.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과감히 접으라는 것을 빗대어 전달한 것이었다.

 

작은 볕이 들어오는 찻집에서 차 한잔을 시켜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소 도움을 많이 받으시는 절의 스님께서는 이곳을 와보셨나요.”

“네. 스님은 다녀 가시고 입지 조건이 좋다고 하셨어요. 물론 그분도 가격 부담을 이야기 하셨었는데 그것은 어느정도 절충이 되었어요. 원래 건물주가 5,000만원 까지를 불렀었는데 제가 깍은 것이 거든요.”

입지 조건이 좋다? 속으로는 세상물정 모르는 스님이 무엇을 알까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녀의 믿고 싶어하는 마음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주문해 놓은 유자차를 늦게나마 한모금 들이키니 유자의 향기가 그제사 베어 나왔다.

“말씀은 드리지 않았는데 소개받은 분이 있어 지관(地官)에게도 사무실을 보여 드렸어요.”

“풍수지리설을 한다는 지관요?”

조금은 마음이 그러하였다. 내색도 못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답답 했으면 그런 사람까지 동원 했을까. 하기사 그녀도 똥줄이 탈터였다. 사업 오픈한지 1년이 넘도록 원금만 까먹으며 지인들에게 재대로된 성공 스토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었기에. 그래서인지 평소 서포터를 해주던 그녀의 남편도 이번만은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이는 것에 대해서 탐탁지 않게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 지관이 뭐라고 이야기 하던가요.”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질문을 하였다.

“사실 저도 걱정이 왜 안되었겠어요. 예전 제가 모아놓은 돈으로 어떻게 해볼려고 여러군데를 물색해 보았죠. 그런데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이곳 사무실을 처음 본순간 왠지 마음이 편했어요. 아무것도 되어있질 않았지만 느낌 이란게 있잖아요. 지관분도 좋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가격적인 부담이 있어 망설이니까 5,000만원 투자해서 5억을 벌여 들일 장소이니까 계약을 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의 미모를(?) 십분 활용을 하여 건물주와 상의 끝에 가계약을 하게 되었어요.”

어이가 없었다. 과학의 첨단을 걷는 이시기에 본인의 느낌만을 믿고 거기에다 스님과 지관까지. 현실적으로는 이해가 되질않는 그녀의 이같은 행동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마시던 유자차가 끝물이 되어가니 이제는 쓴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할말을 찾고 있었다.

 

“사장님은 그런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세요?”

뜬금없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대답하였다.

“저는 그냥 자신감이 생겨요. 모든 일이 다 잘될 것이라는 생각이 말이예요. 예전 사업을 할때에도 그러하였고요.”

“그래요?”

나는 솔직히 부러웠다. 그 대책 없는 자신감이 말이다. 나같으면 이렇게 일을 벌여놓은 상황에서라면 계약을 하고 나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낮을 고민하였을 터인데. 거기에다 그녀는 한술 더떠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새로운 사무실을 꾸밀 때 제가 있게 되는 사장실 공간은 이왕이면 더욱 멋지게 꾸미고 싶어요. 저는 저의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자리가 사람을 만들 듯이 어쩌면 그 자리가 오히려 나를 만들지 누가 알아요.”

자리가 자신을 만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그녀. 이같은 믿음이 과연 어떻게 새로운 사업장에서 꽃을 피울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그녀의 그 말에 점점 빠져 들어가는 것은 왜일까?

 

이러다 정말 대박 치는 것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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