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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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한 동화>
어느 숲 속에 ‘달봉이’라는 등껍질이 아름다운 달팽이가 살고 있었다. 하지만 ‘달봉이’에게는 세상은 아름답지도 재미있지도 않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늘 똑같은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낮에는 엄마, 아빠가 시키는 대로 늘 축축한 땅속에서 지내야 했다. 좁고 답답한 공간에 몸을 숨기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밤이 되거나 운 좋게 비가 오는 날이면 비로소 바깥세상으로 외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맑은 날을 볼 수 없는 ‘달봉이’에게는 세상은 늘 반쪽짜리였다. ‘휴우! 왜 나는 달팽이로 태어났을까!’ 땅이 꺼질 듯한 달봉이의 한숨에 엄마, 아빠 달팽이는 그것이 운명이라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숲에서 무서운 딱정벌레 떼들이 몰려왔다. 밤에 나가보면 여기저기 달팽이들의 껍데기가 흩어져 있었다. ‘아! 이럴 수가!’ 친구들의 빈 껍데기들도 뒹굴고 있었다. 딱정벌레가 껍질 속을 파고 들어가 살을 죄다 먹어버렸던 것이다. 너무 끔찍한 장면이었다. 그런 장면에 익숙한 엄마, 아빠는 놀란 ‘달봉이’를 안심시키며 가족들이 무사하다는 것에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달봉아, 놀랬지? 그래도 이곳이 제일 안전하단다. 잠시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하며 달봉이를 연신 달랬다.
시간이 지나 딱정벌레 떼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간 뒤 마을은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달봉이’는 그저 모든 것이 답답할 뿐이었다. 앞으로 들쥐나 진드기나 또 다른 무엇이 마을의 생명들을 노릴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왜 형제가 없는 지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이제 달봉이에게 세상은 재미없는 곳이거니와 무섭기까지 했다. 즐겨 먹던 잎사귀들도 제 맛을 잃어 갔다. 만사가 귀찮았다. 말 그대로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점점 등껍질 속에 들어가 하루 종일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엄마, 아빠는 나오라고 재촉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쓸데없는 걱정만 늘었다. ‘이렇게 껍질 속에 있다가 몸뚱이가 점점 커지면서 등껍질 속에 갇혀 빠져 나오지도 못하는 것 아닐까?’ 한편으로는 그런 장면을 떠올리면 우습기까지 했다.
언제였을까? 하루는 껍질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았다. 그때 어디선가 “쏴아~”하는 큰 물결 소리가 들렸다. 처음 듣는 소리였지만 분명 귀에 익은 소리였다. ‘어디에서 들었더라? 그런데 껍질 속에서 들리는데 지금껏 왜 듣지 못했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더 신기한 것은 그 소리를 듣다보면 마음이 그렇게 편해질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는 몸이 약해져서라고 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달봉이’는 마을에서 가장 나이 든 할머니 달팽이를 찾아갔다. 그리고 물었다.
“할머니! 자꾸 껍질 속에서 ‘쏴아~’하는 소리가 나요.”
할머니는 몇 번을 망설이다가 마을에 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달봉아! 그 소리는 바다에서 들리는 파도소리란다. 옛날 옛날에 우리들의 고향은 바다였단다. 바다를 두고 떠나오면서 우리 조상들은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파도소리를 껍질 속에 담아왔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나도 사실 말로만 들었을 뿐 바다가 어떤 곳인지는 몰라. 단지 세상의 모든 물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도 짠 맛을 잃지 않는 아주 넓은 곳으로 들었을 뿐이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온 ‘달봉이’는 그날부터 마음이 설랬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만 강해질 뿐이었다. 태초의 고향을 보고 싶은 마음을 도저히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한 시간에 1미터도 못 가는 우리 주제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바다를 어떻게 가니!’
‘몇 발자국 가기 전에 잡혀 먹거나 힘들어 죽을 거야. 괜히 헛고생 하지 마!’라며 비웃거나 말리는 달팽이가 많았다. 하지만 ‘달봉이’에게는 너무나 간절했다. 바다를 본다는 것이 마치 태어난 이유처럼 느껴졌다. 결국 부모님도 눈물로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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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떠난 달봉이 1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어느 숲 속에 ‘달봉이’라는 등껍질이 아름다운 달팽이가 살고 있었다. 하지만 ‘달봉이’에게는 세상은 아름답지도 재미있지도 않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늘 똑같은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낮에는 엄마, 아빠가 시키는 대로 늘 축축한 땅속에서 지내야 했다. 좁고 답답한 공간에 몸을 숨기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밤이 되거나 운 좋게 비가 오는 날이면 비로소 바깥세상으로 외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맑은 날을 볼 수 없는 ‘달봉이’에게는 세상은 늘 반쪽짜리였다. ‘휴우! 왜 나는 달팽이로 태어났을까!’ 땅이 꺼질 듯한 달봉이의 한숨에 엄마, 아빠 달팽이는 그것이 운명이라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숲에서 무서운 딱정벌레 떼들이 몰려왔다. 밤에 나가보면 여기저기 달팽이들의 껍데기가 흩어져 있었다. ‘아! 이럴 수가!’ 친구들의 빈 껍데기들도 뒹굴고 있었다. 딱정벌레가 껍질 속을 파고 들어가 살을 죄다 먹어버렸던 것이다. 너무 끔찍한 장면이었다. 그런 장면에 익숙한 엄마, 아빠는 놀란 ‘달봉이’를 안심시키며 가족들이 무사하다는 것에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달봉아, 놀랬지? 그래도 이곳이 제일 안전하단다. 잠시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하며 달봉이를 연신 달랬다.
시간이 지나 딱정벌레 떼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간 뒤 마을은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달봉이’는 그저 모든 것이 답답할 뿐이었다. 앞으로 들쥐나 진드기나 또 다른 무엇이 마을의 생명들을 노릴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왜 형제가 없는 지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이제 달봉이에게 세상은 재미없는 곳이거니와 무섭기까지 했다. 즐겨 먹던 잎사귀들도 제 맛을 잃어 갔다. 만사가 귀찮았다. 말 그대로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점점 등껍질 속에 들어가 하루 종일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엄마, 아빠는 나오라고 재촉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쓸데없는 걱정만 늘었다. ‘이렇게 껍질 속에 있다가 몸뚱이가 점점 커지면서 등껍질 속에 갇혀 빠져 나오지도 못하는 것 아닐까?’ 한편으로는 그런 장면을 떠올리면 우습기까지 했다.
언제였을까? 하루는 껍질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았다. 그때 어디선가 “쏴아~”하는 큰 물결 소리가 들렸다. 처음 듣는 소리였지만 분명 귀에 익은 소리였다. ‘어디에서 들었더라? 그런데 껍질 속에서 들리는데 지금껏 왜 듣지 못했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더 신기한 것은 그 소리를 듣다보면 마음이 그렇게 편해질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는 몸이 약해져서라고 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달봉이’는 마을에서 가장 나이 든 할머니 달팽이를 찾아갔다. 그리고 물었다.
“할머니! 자꾸 껍질 속에서 ‘쏴아~’하는 소리가 나요.”
할머니는 몇 번을 망설이다가 마을에 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달봉아! 그 소리는 바다에서 들리는 파도소리란다. 옛날 옛날에 우리들의 고향은 바다였단다. 바다를 두고 떠나오면서 우리 조상들은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파도소리를 껍질 속에 담아왔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나도 사실 말로만 들었을 뿐 바다가 어떤 곳인지는 몰라. 단지 세상의 모든 물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도 짠 맛을 잃지 않는 아주 넓은 곳으로 들었을 뿐이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온 ‘달봉이’는 그날부터 마음이 설랬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만 강해질 뿐이었다. 태초의 고향을 보고 싶은 마음을 도저히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한 시간에 1미터도 못 가는 우리 주제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바다를 어떻게 가니!’
‘몇 발자국 가기 전에 잡혀 먹거나 힘들어 죽을 거야. 괜히 헛고생 하지 마!’라며 비웃거나 말리는 달팽이가 많았다. 하지만 ‘달봉이’에게는 너무나 간절했다. 바다를 본다는 것이 마치 태어난 이유처럼 느껴졌다. 결국 부모님도 눈물로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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