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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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마지막 과제의 성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격시켜 주신 데 대한 죄책감 한 스푼, 그리고 감사드림 두 스푼 때문에 이렇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비록, 모든 선수들이 finale를 통과하였지만 저는 어딘지 모르게 반칙을 했다는 찝찝함이 마음 한 켠에 남아 있어 이를 떨쳐버리기 위해 여러분의 ‘읽는 수고’를 한 번 더 빌리고 싶습니다. 참 이기적이죠?
어쩌면 더 이상 경주가 아니기에 더 솔직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몇몇 3기 연구원들을 직접 뵈었기에 이제는 낯을 가릴 필요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연구원 과제를 수행하면서 읽은 두 권의 책이 제가 그 당시 맞닥뜨린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습니다. ‘코리아니티’를 읽을 무렵에는 외국인 상사와의 갈등이 절정에 달했을 시기였고, ‘일의 발견’을 읽고 있는 시점에서는 사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지요. 변명 아닌 변명 같지만, 사표 쓰고 정리를 하느라 세 번째 글에서 맥을 못 췄습니다.
어린 나이에 저에게는 어렵사리 들어간 두 번째 직장이었기에 웬만하면 다 참고 오래 버틸 생각이었고, 직장 만족도도 나쁜 편이 아니었습니다. 1점에서 10점까지의 척도 중 8점이면 준수하니까요. 똑 같은 사람이 될까봐 어떤 특정인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고 싶지 않지만, 저는 저를 무시하는 것은 내가 잘못했겠거니 넘길 수 있지만 한국 비하 발언을 일삼는 건 정말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외국 정부 기관이라는 특성과 고용인/피고용인이라는 상하관계로 얽혀있기에, 제 눈 앞에서 벌어지는 눈살 찌푸릴 만한 상황들을 목격해야만 하는 아픔을 아실런지요? 그리고 바로 그런 일들에 내가 피고용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용당해야만 하는 어이없음을 감내하기에는 저의 코리아니티 충성도가 지나치게 높았나 봅니다. 솔직히, 제 커리어를 생각하면 그냥 눈 감고 주어진 일 열심히 하면서 월급 꼬박꼬박 챙겨먹으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러나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곳에서 자존심 운운하는 것이 참으로 오버스럽겠지만, 저에게는 ‘일’이라는 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니기에 그랬나 봅니다.
사람들은 저를 두고 그렇게 말합니다.
“윤이는 잘 하니까, 능력이 되니까 딴 데 또 가면 되지”, “자신 있으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야” 라고. 내가 또 건방을 떤 건 아닐까 아차! 싶어 다시 제 결정에 대해 곱씹어 보았지만, 돈을 억 만금을 준대도 저는 하기 싫습니다. 이 회사가 나를 받아주는 유일한 회사일지라도 말입니다. 그게 저라는 사람인가 봅니다. 어쩌겠어요, 생긴 대로 살아야죠. 저 같은 사람도 있어줘야 세상 사는 맛도 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세 번째 과제인 ‘일의 발견’을 손에 쥐었고, 눈으로는 글자를 읽어 내려갔지만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들로 가득해 실 한 오라기 명쾌하게 글로 뽑아내기가 그렇게 힘겨웠나 봅니다.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과연 ‘의미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좋지 않은 머리를 굴리고 굴리다 안돼 마음으로 고민해봤습니다. 결국, ‘일’이 의미 있으려면 그에 걸맞은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드라이 아이스 퍼지듯 스물스물 올라옵니다. 결국은 ‘사람’이란 주제로 다시 돌아오는구나. ‘일’에서 시작해, ‘삶의 본질’을 넘어 도착한 종착지는 ‘사람’과 ‘관계’였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으므로 그 외국인 상사에게서 아쉬움이 남는다면 이런 것들입니다.
‘조금은 본인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말고 아껴두지’
‘내가 아무리 국제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해도, 한국인이라는 점을 조금은 헤아려주지’
‘능력 있는 거 다 아니까 조금은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여주지’
그리고 제 자신에게 남는 가장 커다란 아쉬움 하나. ‘아직도 내공이 많이 부족하구나’
지금으로서는 참으로 앙증맞은 욕심이었다고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어제보다 오늘 더 아름다워지려고,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더 아름다워지려고 끊임없이 발버둥치고 있기에 속도는 50 km/hr 이든 180 km/hr 이든 상관없습니다. 아름다워지는 것도 혼자만 하면 재미 없다지요? 3기 연구원 여러분들이 있어서, 여러분들과의 ‘관계’가 있어서, 같이 아름다워지자고 해주는 포옹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IP *.132.76.251
어쩌면 더 이상 경주가 아니기에 더 솔직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몇몇 3기 연구원들을 직접 뵈었기에 이제는 낯을 가릴 필요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연구원 과제를 수행하면서 읽은 두 권의 책이 제가 그 당시 맞닥뜨린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습니다. ‘코리아니티’를 읽을 무렵에는 외국인 상사와의 갈등이 절정에 달했을 시기였고, ‘일의 발견’을 읽고 있는 시점에서는 사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지요. 변명 아닌 변명 같지만, 사표 쓰고 정리를 하느라 세 번째 글에서 맥을 못 췄습니다.
어린 나이에 저에게는 어렵사리 들어간 두 번째 직장이었기에 웬만하면 다 참고 오래 버틸 생각이었고, 직장 만족도도 나쁜 편이 아니었습니다. 1점에서 10점까지의 척도 중 8점이면 준수하니까요. 똑 같은 사람이 될까봐 어떤 특정인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고 싶지 않지만, 저는 저를 무시하는 것은 내가 잘못했겠거니 넘길 수 있지만 한국 비하 발언을 일삼는 건 정말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외국 정부 기관이라는 특성과 고용인/피고용인이라는 상하관계로 얽혀있기에, 제 눈 앞에서 벌어지는 눈살 찌푸릴 만한 상황들을 목격해야만 하는 아픔을 아실런지요? 그리고 바로 그런 일들에 내가 피고용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용당해야만 하는 어이없음을 감내하기에는 저의 코리아니티 충성도가 지나치게 높았나 봅니다. 솔직히, 제 커리어를 생각하면 그냥 눈 감고 주어진 일 열심히 하면서 월급 꼬박꼬박 챙겨먹으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러나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곳에서 자존심 운운하는 것이 참으로 오버스럽겠지만, 저에게는 ‘일’이라는 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니기에 그랬나 봅니다.
사람들은 저를 두고 그렇게 말합니다.
“윤이는 잘 하니까, 능력이 되니까 딴 데 또 가면 되지”, “자신 있으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야” 라고. 내가 또 건방을 떤 건 아닐까 아차! 싶어 다시 제 결정에 대해 곱씹어 보았지만, 돈을 억 만금을 준대도 저는 하기 싫습니다. 이 회사가 나를 받아주는 유일한 회사일지라도 말입니다. 그게 저라는 사람인가 봅니다. 어쩌겠어요, 생긴 대로 살아야죠. 저 같은 사람도 있어줘야 세상 사는 맛도 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세 번째 과제인 ‘일의 발견’을 손에 쥐었고, 눈으로는 글자를 읽어 내려갔지만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들로 가득해 실 한 오라기 명쾌하게 글로 뽑아내기가 그렇게 힘겨웠나 봅니다.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과연 ‘의미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좋지 않은 머리를 굴리고 굴리다 안돼 마음으로 고민해봤습니다. 결국, ‘일’이 의미 있으려면 그에 걸맞은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드라이 아이스 퍼지듯 스물스물 올라옵니다. 결국은 ‘사람’이란 주제로 다시 돌아오는구나. ‘일’에서 시작해, ‘삶의 본질’을 넘어 도착한 종착지는 ‘사람’과 ‘관계’였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으므로 그 외국인 상사에게서 아쉬움이 남는다면 이런 것들입니다.
‘조금은 본인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말고 아껴두지’
‘내가 아무리 국제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해도, 한국인이라는 점을 조금은 헤아려주지’
‘능력 있는 거 다 아니까 조금은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여주지’
그리고 제 자신에게 남는 가장 커다란 아쉬움 하나. ‘아직도 내공이 많이 부족하구나’
지금으로서는 참으로 앙증맞은 욕심이었다고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어제보다 오늘 더 아름다워지려고,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더 아름다워지려고 끊임없이 발버둥치고 있기에 속도는 50 km/hr 이든 180 km/hr 이든 상관없습니다. 아름다워지는 것도 혼자만 하면 재미 없다지요? 3기 연구원 여러분들이 있어서, 여러분들과의 ‘관계’가 있어서, 같이 아름다워지자고 해주는 포옹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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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우리의 일생이 몇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몇년이나 활동하고 몇년이나 고민하고 몇년이나 만족하고 살아 간다고 생각하십니까?
직장이란 반복되는 일을 시키는 숙련공을 원합니다.
기계소리 울려퍼지는 프레스밑에서 일하는 공원이나,
자칭 화이트 칼라라고 하는 직장인들
이들 모두 하나의 푸로그램속에서 매일 같은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이속을 챙겨 주면서, 난 ㅇㅇ지점장, ㅇㅇ검사,하며 거들먹을 피우지요...
이젠!
그대는 심중의 칼날을 빼어들고, 부조리의 심장을 향하여 내 질러 봅시다. 지금까지 억눌려 왔던 함성을 마음껏 외치면서 깊이 숨겨져 있던,
나의 철학,
나의 사상,
나의 이념을 흔들어 흔들어 높은 고공을 향해 뿌려봅시다.
세상은 당신의 힘찬 반항을 기다릴 것입니다.
몇년이나 활동하고 몇년이나 고민하고 몇년이나 만족하고 살아 간다고 생각하십니까?
직장이란 반복되는 일을 시키는 숙련공을 원합니다.
기계소리 울려퍼지는 프레스밑에서 일하는 공원이나,
자칭 화이트 칼라라고 하는 직장인들
이들 모두 하나의 푸로그램속에서 매일 같은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이속을 챙겨 주면서, 난 ㅇㅇ지점장, ㅇㅇ검사,하며 거들먹을 피우지요...
이젠!
그대는 심중의 칼날을 빼어들고, 부조리의 심장을 향하여 내 질러 봅시다. 지금까지 억눌려 왔던 함성을 마음껏 외치면서 깊이 숨겨져 있던,
나의 철학,
나의 사상,
나의 이념을 흔들어 흔들어 높은 고공을 향해 뿌려봅시다.
세상은 당신의 힘찬 반항을 기다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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